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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그룹, '스피드 경영' 위해 석유화학 사업 쪼갠다 카리플렉스·대림피앤피·대림에프엔씨 별도법인화…지난해 피앤피 분할도 의사결정에 도움

이정완 기자공개 2020-03-25 08:11:0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리플렉스(Cariflex), 대림피앤피, 대림에프엔씨. 세 회사의 공통점은 대림그룹이 별도로 떼어내 운영하는 석유화학사업 법인이라는 점이다. 대림산업은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필름 사업법인인 대림에프엔씨도 카리플렉스와 대림에프엔씨처럼 떼어내 독립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대림그룹 석유화학사업은 '스피드 경영'에 초점을 두고 사업 성격에 맞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오는 27일 열리는 대림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안건은 석유화학사업부에 속해있던 필름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주주총회에서 승인 과정을 거쳐 4월 6일 분할 등기를 마칠 예정이다. 대림에프엔씨는 테이프와 포장지 등에 쓰이는 필름과 코팅제를 도맡아 생산한다. 지난해 필름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살펴보았을 때 대림에프엔씨의 매출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에프엔씨에서 생산할 필름과 기존 석유화학사업부에서 주로 생산하는 제품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법인 분리를 택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사업부는 중간재 성격의 폴리에틸렌, 폴리부텐, 메탈로센을 위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사업 성격이 다르다보니 대림에프엔씨의 필름사업 전문화와 이에 따른 효율성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의 분야별 독립경영은 대림에프엔씨가 처음이 아니다. 최근 인수한 카리플렉스도 별도로 운영되기로 하면서 이제 하나의 경영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대림산업이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미국 크레이튼(Kraton)사의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를 위해 싱가포르에 별도법인(Cariflex PTE.LTD.)을 설립했다.

대림산업은 이달 초 총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 규모의 카리플렉스 인수 작업을 마쳤다. 대림산업은 2월 이사회에서 미국 크레이튼의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를 위해 카리플렉스 싱가포르법인에 2억4000만달러(약 3000억원) 자본금 납입을 승인했다.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대림산업은 3억달러(약 3700억원)를 보증하고 카리플렉스로 2410만달러(약 300억원)에 달하는 자금 대여도 승인했다.

대림산업은 거액의 투자금을 들여 카리플렉스를 인수했지만 석유화학사업부 안에 품지는 않기로 했다. 카리플렉스를 지금 상태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대림산업 경영진을 카리플렉스에 파견할 계획도 없다.

카리플렉스가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는 수술용 장갑, 주사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대림산업은 카리플렉스가 석유화학사업부 내에서 영업활동을 펼치는 것보다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더 큰 이득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카리플렉스는 미국·독일·벨기에·일본·싱가포르 등에서 글로벌 판매 조직을 갖추고 있다.

카리플렉스 브라질 생산공장(제공=대림산업)

대림그룹의 석유화학사업 별도 법인화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은 폴리머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대림피앤피를 세웠다. 대림코퍼레이션은 국내외 석유회사 뿐 아니라 정유회사도 폴리머와 관련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폴리머 트레이딩 전문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신규 사업으로 육성하는데 독립 및 책임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대림피앤피는 4월 분할할 대림에프엔씨처럼 규모도 크지 않아 가벼운 몸집으로 빠른 시장 대응을 용이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지난해 분할 당시 대림피앤피가 대림코퍼레이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008억원)였다. 4월 분할될 대림에프엔씨가 대림산업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1%(862억원)처럼 한 자릿수 비중이었다.

책임경영 체제를 원활하게 갖추기 위해 전문성이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경영진을 대림피앤피로 이동시켰다. 황영호 유화부문 상무가 대림피앤피 대표이사를 맡고 진은희 마케팅부문 상무, 정도규 팀장이 사내이사를 맡았다. 감사는 대림산업 재무관리실의 현청룡 상무보가 선임됐다.

이같은 임원진 구성은 대림에프엔씨로도 이어졌다. 대림에프엔씨 대표이사는 김영호 석유화학사업부 상무가 맡고 유화사업부 고위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김 상무를 지원한다. 김만중 유화사업부 부사장, 양창식 상무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대림피앤피의 경험이 대림에프엔씨의 초기 설립 과정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분리 경영은 최근 석유화학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로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LG화학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전지사업본부를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만들고자 했다. 석유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격이 달라 독립경영을 해야 사업 성격에 맞게 키워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직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의사결정으로 인해 분사 작업이 중단되기는 했으나 이같은 공감대는 형성됐던 것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할할 대림에프엔씨는 필름 완제품 생산하는 성격의 법인이고 카리플렉스는 의료용품 중간재를 만드는 법인, 지난해 분할한 대림피앤피는 폴리머 유통을 맡는 법인"이라며 "각 사업별로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상황에 알맞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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