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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최영선 코람코운용 본부장, 딜소싱 '루트'가 다르다기업 구조조정·재무개선 부동산 발굴 경쟁력…물류센터·밸류애드 투자로 '차별화'

이효범 기자공개 2020-03-30 13:14:22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람코는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전문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사가 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초기에 국내에서 기업구조조정리츠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온 배경이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의 이규성 전 회사발전협의회 회장의 창립 취지는 아직까지도 코람코의 핵심가치로 남아있다.

코람코자산운용에서 이같은 가치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 최영선 투자운용2본부장 이사(사진)다. 그는 코어 오피스 빌딩보다 구조조정 기업의 부동산 투자에 주력한다. 오랜기간 중견기업 오너나 경영진들과 쌓아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딜 소싱 역량이 그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변신'

최 본부장은 금융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73년생인 그는 업무경력만 20년을 넘어선다. 대학 졸업 이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뒤 1999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경험했다. 이같은 파고를 몸소 겪으면서 '부동산'이라는 투자자산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부동산은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건국대학교에 입학해 당시에는 다소 생소했던 부동산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1997년 뱅커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했는데 당시 연봉이 일반 기업체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대우가 좋았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 그는 돌연 퇴사했다.

부동산과 관련된 경험을 쌓고자 이듬해 부동산뱅크에 입사했다. 3년여간 근무하면서 우연치 않은 계기로 업무상 인연을 맺은 론스타코리아로 또 한번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80여개 회사의 2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통해 기업 인수합병업무를 담당했다. 동양강철, 신호제지, 필맥스(옛 서통 필름사업부), 오리온전기, 조양상선 등이 주로 그의 손을 거친 기업들이다. 최 본부장이 구조조정 전문가로 거듭난 계기이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부동산 투자를 할줄은 생각지 못했다.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건 2007년이다. 최 본부장은 동원증권이 보유한 대치동 소재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입, 리테일로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를 통해 투자원금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돌이켜보면 다시 부동산 관련 업무에 흥미를 느꼈던 것도 당시 개발사업 때문이었다.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건 2012년 코람코자산운용으로 이직하면서다. 당시 NPL 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던 코람코자산운용이 최 본부장을 영입했다. 그는 기업구조조정 경험을 접목해 입사 이듬해인 2013년 11~12월에만 사당 홈플러스(퍼스템7호), 인천 이토타워(퍼스텝13호), 대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퍼스텝14호), 삼성동 글라스타워, 도곡동 SEI타워(퍼스텝16호) 등 총 4건의 펀드를 설정했다. 투자규모만 5200억원에 달했다.

◇첫딜 '구조조정 부동산' 이토타워…전문분야 일궈

그가 최초로 설정한 펀드 역시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던 이토건설의 부동산(이토타워)이었다. 기본 수익률 8% 이상에 매년 3% 이상 임대료 인상이 가능한 안정적인 자산이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에게 기업회생절차를 설명하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매입해야하는 과정 등을 설득하면서 꽤나 고생을 했다.

매각 과정에도 난관이 있었다. 매수자로 나선 자산운용사가 계약 체결을 하루 앞두고 투자자 변심 등을 이유로 매입 철회 의사를 밝혔다. 짧은 기간 내에 매수자를 구하지 못해 펀드 만기 당일까지 수익자를 쫓아다니며 만기 연장을 설득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복합 건물이었던 이토타워의 상업시설을 펀드로 보유 중이었는데 그는 결국 상가를 개별분양하는 쪽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전화위복이었을까. 개별분양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당초 계획했던 매각가 이상으로 자산을 모두 처분했다.

최 본부장은 이후에도 전문성을 살려 기업 재무구조 개선용 부동산 투자에 주력했다. 2013년 삼성엔지니어링 보유 부동산, 2014년 시공사 공사대금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던 아산 시외버스터미널(복합상업시설), 2017년 회생절차 중이던 TCC동양 사옥 등에 투자했다.

최 본부장은 "코람코자산운용으로 이직한 이후에도 앞서 경험했던 기업구조조정 업무 경험과 노하우가 상당히 도움이 됐다"며 "시장에 공개입찰로 나오는 코어 오피스 빌딩보다 기업 재무구조 개선용 부동산을 딜 소싱 타깃으로 삼으면서 관련된 딜에 주로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 부동산 투자 '시그니처 딜'…기업 네트워크 기반 딜 발굴

그의 대표적인 딜은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인수건이다. 지난 2013년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사업 부실로 조단위 영업손실을 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한 SEI타워 전체와 글라스타워 지분 30% 매각을 추진했다. 최 본부장은 '코람코퍼스텝제16호'를 만들어 해당 빌딩을 243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펀드 앵커투자자는 삼성생명이다.

그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적자가 커서 부동산을 매각하는 상황이었는데 한달만에 매매작업을 완료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며 "인수한 가격은 2000억원 중반 수준인데 6년 가량 운용하고 최근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매각가격은 4000억원 안팎으로 거래가 완료되면 적잖은 매각차익이 발생할 전망이다.

난감한 경험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부동산을 인수한 지 얼마지나지 않아 임차인으로 있던 남동발전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공실률은 25%로 치솟았다. 당시 테헤란로 주요 임차인인 IT기업들 역시 판교 이전으로 자칫 공실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었다. 최 본부장은 주요 임대차 관리업체 등을 통해 렌트프리 등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 다행히 빠른 속도로 공실을 해소하면서 안도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기업 구조조정 혹은 재무개선을 위해 매물로 나오는 부동산은 시장에서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부동산 매각도 수의계약으로 추진됐다.

자산운용사들은 입찰을 통해 부동산 딜을 따내려면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기업이 직접 매각하는 부동산 딜은 이와 사뭇 다르다. 자칫 유동성 위기에 처한게 아니냐는 인식을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에 알음알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수의계약 형태로 딜이 진행되다 보니 매수자인 운용사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높아져 수익성을 확보하기 용이한 편이다.

하지만 이같은 딜이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게 아니라는 점은 최 본부장에게도 고민이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 걱정을 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거의 매년 1~2건의 딜을 소화해왔다"며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오랜기간 하면서 업무상 경영진과 만날 기회가 많았고, 이렇게 쌓인 네트워크가 딜 소싱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회계법인을 통해서도 딜을 소싱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매각 건과 같은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 딜도 자주 있는게 아니다. 그가 주로 소싱하는 딜 규모는 500억~1000억원 수준의 중형급 딜이다. 펀드 투자자들 중에는 증권사들이 상당히 많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매년 소진해야 할 투자금이 있는데 소규모 딜을 여러개 집행하기 보다 수천억원대의 대형딜을 선호하는 편이다.

◇'가격 적정성' 투자결정 기준…"저온 복합물류센터, 당분간 성장세"

최 본부장은 부동산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당연하게도 '가격'이라고 했다. 이 말에는 과연 내 돈이라면 이 가격에 투자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 마음가짐이 내포돼 있다.

최 본부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낮아진 문턱으로 많은 수의 신규 운용사들이 생겨났고,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거래가격이 형성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소한의 투자성과를 위해서는 각종 보수 등 비용의 절감, PM, FM 등 관리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질 낮은 서비스가 공급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이 심한 전통적인 코어 오피스 보다는 연평균 5%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물류창고나 여의도, 홍대 등 증축을 통해 밸류애드가 가능한 오피스, 리테일, 민간 임대주택 개발사업 등 다양한 자산을 눈여겨 보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 성장과 함께 물류센터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한다. 물류센터 투자는 코어 오피스에 비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 꼽힌다. 통상 6.5~8%대의 연수익률로 구조화된다. 여기에 만기시 매각차익이 발생하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최 본부장은 "최근 부동산 투자 트렌드는 복합물류센터"라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인바운드 투자자 역시 국내 물류창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 인접지역인 영등포 임대료가 평당 4만원 중반인데 반해 김포시 저온 물류창고는 평당 6만원 후반으로 투자자금 대비 수익률에서 역전당한 지 오래다"며 "이커머스 시장과 HMR(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질수록 지역거점 저온복합물류센터의 가치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매각차익을 포함한 투자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선 코람코자산운용 투자운용2본부장 주요약력

△1997년 8월 장기신용은행
△1998년 10월 부동산뱅크
△2001년 9월 KDB론스타 투자운용팀
△2012년 11월 코람코자산운용 투자운용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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