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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비상경영]경쟁사 사활 건 온라인 신중 접근, 언제쯤 속도낼까④작년부터 경영화두 재부상…투자 최소화 기조, 커지는 실효성 고민

최은진 기자공개 2020-03-31 14:05:55

[편집자주]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업계 침체에 더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까지 닥친 데 따라 전례 없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하기로 유명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례적으로 각 계열사별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성장전략의 재조정이나 자산매각 등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6: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화점·아웃렛·면세점 등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구축한 현대백화점그룹에게 온라인이란 꽤 멀고도 다른 영역이다. 롯데, 신세계그룹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온라인 시대의 활로를 모색할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여전히 '점포' 중심의 전략에 집중했다.

지난해부터 겨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지시 하에 온라인이 화두가 됐고 올해들어서야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모두 경쟁사에서 이미 하고 있는 전략의 답습일 뿐이다. 여전히 '할까 말까'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 회장이 비상경영 이라는 초유의 특명을 내린 데는 온라인에 대한 안일한 대처도 한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상경영체제를 기점으로 온라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고급화 전략에 밀려 소외, 2019년에서야 화두 떠올라

정지선 회장은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한창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기획관리부서 임원 시절 온라인몰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2003년 계열사였던 'e-현대백화점' 명칭을 'Hmall(에이치몰)'로 변경한 것도 그의 입김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에이치몰은 현재까지도 현대백화점그룹 온라인 사업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정 회장의 관심이 온라인에서 멀어진 건 현대백화점의 고급화 전략과 맥이 닿는다. 총괄부회장으로 취임한 후 현대백화점만의 차별화를 위해 매장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백화점 매장을 카페처럼 꾸미고 구매 정보와 취향을 럭셔리 쪽에 맞추는 전략이었다. 럭셔리 및 고급화 전략은 광범위하며 불특정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과는 괴리가 있었다.

자연스레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점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나왔다. 오프라인 점포를 얼마나 더 내실있게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 아웃렛·면세점, 패션이나 가구 등의 사업진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온라인에 대한 달라진 기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온라인을 처음으로 강조한 게 시발점이다.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니 온·오프라인 사업을 통합적 관점으로 보고 상호보완 아이템을 찾아라"라는 말은 경쟁사인 롯데쇼핑을 이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3년부터 줄곧 강조하던 옴니(Omni)채널과 유사한 개념이다. 경쟁사가 언급하고 수년이 지나서야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 화두에 온라인이 오른 셈이다.

변화에 보수적이고 또 그만큼 느린 DNA를 가진 데 따른 결과다. 자의든 타의든 현대백화점그룹도 유연하지 못하다는 건 인정하는 바다. 경쟁사들이 움직인 후에야 천천히 나선다. 정 회장은 이를 '남들게 다르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전략(Do different)'이라고 말한다. 변화를 뒤쫓아 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란 철학이다.

◇경쟁사 전략 답습 그쳐, 코로나 사태로 시각의 전환 기대

하지만 올해 들어서야 윤곽이 드러난 현대백화점그룹의 온라인 사업 전략은 경쟁사들의 전략을 답습하는 데서 단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우선 더현대닷컴과 에이치몰을 합쳐 통합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이 이미 하고 있는 건이다.

그나마도 통합몰에는 한섬이나 현대리바트에서 운영하는 전문몰이 빠져있다. 전부 다 통합하게 되면 조단위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낀 것이다. 때문에 전문몰은 나름대로의 전문성 및 편의성에 주력하며 각 영역에서 1등을 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다른 온라인 공략법은 새벽배송이다. 마켓컬리를 벤치마크 삼았다고 한다. 오는 8월 오픈 예정이다. 다만 이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라거나 온라인몰을 강화시키는 차원이 아니다. 현대백화점그룹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테스트 형태로 소규모로 현재 진행하고 있고 이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기 때문에 8월에 공식적으로 오픈하더라도 타사 대비 적은 규모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적으로는 경쟁사를 따라가는 정도만으로도 상당한 진일보를 이뤘다는 입장이다. 고위임원들이 온라인 사업을 얘기하며 '누구처럼'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경쟁사들이 하고 있는 서비스를 따라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우리도 롯데온이나 쓱닷컴처럼 전문몰을 제외하고 통합을 준비하고 있고 마켓컬리처럼 새벽배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느린건 사실이지만 나름 노력하고 있고 그게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러한 모습에 현대백화점그룹의 온라인 사업 의지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완전한 전환도, 그렇다고 완전한 포기도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결국 할 수 있는 건 경쟁사 전략을 답습하는 것 뿐이었을 것이란 안타까움도 나온다.

앞선 고위 관계자는 "변화를 너무 빨리 따라가도 답답하고 안 따라가도 답답한 게 유통사업"이라며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하니 일단은 가긴 가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장담키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비상계획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온라인 사업이 다시 재조명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비대면 구매에 대한 관심은 물론 경험까지 확대되면서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 된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선 공포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온라인 구매에 대한 파급력과 오프라인 점포의 한계를 여실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각 계열사별 비상계획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온라인 전략이 주효하게 담길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온라인에 대한 시각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진행한 정기 주총회에서 '온라인'을 화두로 내세우며 통합몰 등을 공표한 것도 시각 및 전략전환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소극적이고 갈팡질팡 하던 온라인 사업에 대한 철학이 보다 명확하고 분명해 질 것이란 기대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일단 전문점은 각 영역에서 1등하고 나머지는 아이디나 포인트를 통일성 있게 하자는 주의고, 조단위를 투자해 온라인을 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아니다"며 "백화점 고객을 대상으로 일부 서비스 차원에서 온라인을 활용하려 하고 있지만 앞으로 온라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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