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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채권 新로드 개척, 강신규 한화운용 매니저 [매니저 프로파일]'신의 직장' 두 번 나온 해외채권 매니저…안정·과감 동시 추구

허인혜 기자공개 2020-03-31 13:02:1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2: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아 한국증권전산(현 코스콤)에 입사한 공학도는 6년 뒤 돌연 MBA 과정을 밟는다. 서른셋의 나이로 MBA를 졸업한 그는 한국은행 외화자금실에 입행하자마자 2008년 리먼 브라더스발 금융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악재는 초보 행원에게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채권을 살피고 각국의 화폐를 쉼없이 환전해 거래하며 단단한 내공이 쌓였다.

강신규 한화자산운용 해외채권전략운용 팀장(사진)은 공학도에서 한국은행 행원으로, 외국계 증권사의 브로커와 세일즈 담당자로 업력을 쌓은 뒤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에서 본격적인 펀드 매니저의 길을 걸었다. 컴퓨터공학과 한국은행처럼 언뜻 쉽게 어울리지 않는 경험들은 반환점이자 이정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 팀장은 팔색조 경험을 바탕으로 '깨지지 않는 투자'의 목표 아래에서도 해외채권 ETF와 한화자산운용 최초의 리테일 전용 채권 펀드 등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성장 스토리: 컴공과 출신 한은 행원, '신의 직장' 두 번 떠나다

강 팀장이 처음부터 펀드 매니저의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94학번으로 2001년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강 팀장은 "처음에는 금융사에 입사한다는 생각보다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입장으로 금융업계에 입성했다"고 회고했다.

강 팀장은 2001년 지금의 코스콤인 한국증권전산에서 금융업계 첫 발을 내디뎠다. 코스콤의 정체성도 금융사보다는 정보처리사에 가깝다.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은 유가증권 매매 기록을 관리하는 등 거래소 산하의 금융 시스템을 전담해 제작하고 유지·보수하는 업체다. 증권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코스콤을 통해 자료를 제공 받아 세일즈와 매수·매매 업무 등을 처리한다.

아무리 탁월한 공학도라도 다루는 데이터베이스를 알지 못하면 승산이 없었다. 그의 금융 지식이 '퀀텀점프'한 첫 번째 계기는 2001년 국내에 도입된 상장지수펀드(ETF)다.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만으로는 ETF 거래를 처리하기 어려워 신상품에 맞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때 자연스럽게 금융지식이 누적됐다고 강 팀장은 부연했다.

코스콤은 그때나 지금이나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불린다. 거래소 자회사로 공기업에 가까운 고용안정성에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과 채권시장을 배워갈 수록 금융시장의 파도를 직접 타고싶다는 목마름이 강 팀장을 흔들었다. '이정도의 경험이라면 프로그래밍 대신 금융에 직접 몸담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에 모교 MBA에서 경영학 코스를 밟았다.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치며 금융인으로서의 확신이 든 강 팀장은 코스콤을 떠나 행원으로 전직을 선택했다.

초행길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법이지만 강 팀장의 행원 초행길은 더 고됐다. 2007년 7월 한국은행 외화자금실(현 외화자금국)에 합류한 이듬해 리먼브라더스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국내 외화자금을 총괄 관리했던 외화자금실은 당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때의 경험이 강 팀장을 채권 전문가로 이끌었다. 글로벌 변동성이 격화되면서 상당히 안정적이면서 유동성이 높은 자금만 다뤘다. 미국과 유럽의 국채와 일본 등 선진국 회사채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해외 채권들을 두루 섭렵했다. 이때 각 국가의 화폐와 화폐교환을 이용한 투자를 직접적으로 콘트롤했다. 강 팀장은 "각 국가의 채권을 매입하려면 달러에서 파운드로, 파운드에서 엔화로 외화 환전을 병행해야 했다"며 "그때 쌓였던 해외 채권과 환전 거래 경험이 그 전에 쌓았던 증권 전산 경험과 합쳐져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3년 동안 한국은행에 몸담았던 그는 또 다시 신의 직장을 떠난다. 한국은행 외화자금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해외 유수의 금융사를 만나 선진 금융을 배우고 국내에 도입하는 일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력들을 수없이 접하던 차, '해외 시장에 나간다면 내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궁금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준비된 해외 채권 전문가에게 기회는 필연적으로 찾아왔다. 당시 한국은행 외화자금실은 외화자금실 출신의 인력이 해외 금융사로 적을 옮기는 일을 막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외부의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고, 외부적으로는 외화자금실의 행원들이 나와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오히려 해외 금융사와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진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특히 2010년에는 국내에서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던 때였다. 국내외 금융사에서 '해외 채권을 다뤄본 인재'를 애타게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는 해외 채권 주문을 중개하는 브로커 역할과 세일즈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며 투자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채권 주문 체결과 더불어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 연기금, 공무원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적합한 채권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었다. 2013년 크레디트스위스를 떠나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채권운용팀으로, 2018년 8월부터는 한화자산운용의 해외채권전략운용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한 번 투자하면 '장투', 적어도 세 자산군에 투자하라

강 팀장은 자산운용업의 본업을 '보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강 팀장은 "코스콤과 한국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일하며 단순히 수익자나 회사의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보다 자율적인 측면의 투자를 해보고 싶었다"며 "자산운용업이란 사실 고객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고 불리는 일이 본업인데, 이렇게 보람이 있는 일이 금융에서는 많지 않다고 봤다"며 펀드 매니저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시 말해 보람을 얻으려면 고객의 수익률이 깨지지 않아야 했다.

한국은행 행원으로 디딘 첫 발이 그의 투자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안정적인 투자, 한번 투자하면 긴 시간을 인내하는 장투가 그의 목표다. 안정적인 투자의 기본은 '잘 아는 투자'다. 잘 아는 곳에 투자하면 그만큼 신뢰가 쌓여 다급하게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지나친 자금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한 번 투자하면 장기간 보유한다.

그는 특히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자산군에 투자해야 시장의 사이클을 따라가면서도 곳곳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지론이다. 워런 버핏의 집중적인 분산투자가 유사한 방식이다. 철저한 자산분석을 통해 투자 대상을 솎아내지만 하나의 자산에만 집중해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지론이다.

한화자산운용의 해외채권전략운용팀이 수립한 '리스크를 인지하는 투자'라는 철학은 강 팀장의 안정추구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강 팀장은 "채권 자산이라고 하면 고객들은 원금보장을 목표로 한다"며 "때문에 투자를 했을 때 득보다는 만약 일어날 수 있는 '실'에 집중해 분석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채권 투자 국가를 고를 때, 해외 기업채에 투자를 할때 보텀업(Bottom-Up)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이어 개별 기업 단위로 해외 채권 분석을 하는 자산운용사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트랙레코드1: '깨지지 않는 투자' 이뤄낸 삼성 중국본토 채권·뉴욕라이프 딜

채권 펀드 전문 매니저인 강 팀장이 액티브 주식형 전문 매니저처럼 세 자릿수의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에서만 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굵직한 딜을 따내고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다. 삼성자산운용시절 삼성 중국본토 채권 펀드가 그랬다. 삼성자산운용의 새로운 도전이었던 뉴욕라이프와의 대형 펀드 설정에도 채권 자산을 관리했던 인물은 강 팀장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 미국 뉴욕라이프와의 합작으로 560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를 설정했다. 2013년 9월 출시한 '삼성-미국 다이나믹 자산배분 펀드'였다. 삼성자산운용에 합류한 직후 만들어진 딜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시기에 맞춰 조절하는 상품이었다. 본격적인 펀드매니저로 임하자마자 강 팀장은 이 펀드에서 해외 채권 자산 관리를 맡았다. 강 팀장은 "뉴욕라이프와의 딜은 삼성자산운용이 삼성 금융그룹 내에서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삼성 중국본토 채권 펀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운용된 뒤 청산됐다. 삼성 중국본토채권 자펀드는 136억원의 설정액으로 마지막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0.52%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위안화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중국 채권 펀드가 사면초가에 빠졌던 시기와 맞물린 상품이었다. 대형·해외계열 자산운용사들도 중국 채권 펀드에서는 맥을 못췄다. 강 팀장은 중국 회사채로는 수익률을 보전하고 국공채로는 안정을 유지하며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바꿔 나갔다. 강 팀장은 "당시 무사히 엑시트는 했지만 채권 펀드에서도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계기"라고 했다.


◇트랙레코드2: 중국발 규제에 흔들…"'선봉장' 리스크 배웠다"

중국본토 채권 펀드는 여러모로 강 팀장에게 교훈을 남긴 펀드다. 중국이 외국인투자적격(RQFII) 규제를 내리며 중국 채권 펀드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RQFII는 중국 정부에서 외자 금융사에게 중국 내 투자 한도를 강제적으로 정했던 정책이었다. RQFII 자체가 채권 시장에 처음 일어난 일로 대비책도 마땅치 않았다.

대비책을 꾸리는 한편 심각한 경쟁구도에도 대응해야 했다. 강 팀장은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금액 내에서만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며 전세계 자산운용사가 RQFII를 받으려고 매달리는 상황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중국에서 금융자본을 외부로 빼내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던 때였다. 그는 "진입을 하는 것은 어떻게든 가능했지만 추후 자금을 환매해 중국에서 본국으로 회수하는 작업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전했다.

강 팀장은 그 시기 '퍼스트 인'이 항상 좋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고 했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자산운용사가 시장흐름을 가장 빨리 알아내고 수익률을 따내기는 좋은 조건이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높다는 깨달음이었다.

강 팀장은 "해외 각국, 특히 중국에 투자하는 일은 많이 해봤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규제와 복잡해진 세무 이슈는 채권 펀드 운용 자체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며 "시장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딜을 하는 게 큰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다.

◇업계 평가: 길목마다 선배가 '발탁'할만한 인재

강 팀장이 한국은행에서 크레디트스위스로, 삼성자산운용에서 한화자산운용으로 이정표를 바꿀 때마다 선배들이 내민 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 선배들은 그를 해외 채권 전문가로서 필요한 데이터처리 능력과 중앙은행에서의 경험, 국내외 금융사의 업력을 모두 쌓은 종합형 인재로 평한다.

한국은행 외화자금실에 근무할 때는 해외 채권 1세대 선배들이 강 팀장의 해외 채권 전문성과 특유의 도전정신을 높이 샀다. 스위스 은행이었지만 국제적인 포지셔닝이 잘 돼 있었던 크레디트스위스를 강 팀장에게 적극 추천한 것도 1세대 선배들이었다.

장지영 한화자산운용 상무는 강 팀장을 발탁한 장본인이다. 우정사업본부 자금운용팀을 거쳐 국민연금 해외증권실 해외채권팀에 몸담았던 장 상무는 강 팀장의 특별한 경력을 가장 잘 이해할 만한 장본인이었다. 강 팀장은 "바라보는 방향과 미래를 진단하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잘 통했다"고 전했다. 강 팀장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장 상무는 자연스럽게 강 팀장의 비젼을 알아봤다.

장 상무와의 인연은 차진섭 크레디아그리콜증권 대표가 이어줬다. 강 팀장이 한국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3년간 연을 맺었던 업계 선배였다. 차 대표는 강 팀장을 두고 "성실하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에 더해 "처음 플랫폼을 셋업하는 단계에서 탁월한 인재"라고 부연했다. 해외채권전략운용팀을 꾸리고자 준비 중이었던 한화자산운용은 차 대표의 긍정적인 평가에 강 팀장을 해외채권전략운용 팀장으로 영입했다.

◇향후 계획: 끝나지 않은 도전…해외채권 ETF·리테일 채권펀드 '첫 발'

한화자산운용 해외채권전략운용팀은 강 팀장에게도, 한화자산운용에게도 또 다른 도전이었다. 한화자산운용은 2018년 해외채권 직접 운용 인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채권전략운용팀을 신설했다. 그간 한화자산운용은 JP모건자산운용의 펀드를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외채권 재간접 투자 전략을 이어왔다.

강 팀장은 한화자산운용에서 국내 최초로 현물 해외채권에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ETF를 내놨다. '아리랑(ARIRANG) 미국 단기 우량회사채 ETF'와 '아리랑(ARIRANG) 미국 장기 우량회사채 ETF' 등 2종이었다. 한국거래소와 1년 이상의 사전 협의를 거쳐 탄생한 상품으로, 이전 파생상품식의 해외채권 ETF와 차별화를 두며 기관투자자를 공략했다. 한화자산운용이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실물운용 방식으로 어떤 채권을 담아 운용하는 지가 투명하게 공개돼 연기금 등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2018년 2월 출시된 '한화법인전용글로벌증권자투자신탁'도 강 팀장의 진두지휘 아래 순항하고 있다. 1550억원을 운용 중인 이 펀드는 누적수익률 7.57%를 기록하고 있다. 설정 후 2년간 투자금액이 순증하는 등 깐깐한 기관투자자들의 심사를 통과했다. 주요7개국(G7) 국가의 정부채에 주로 투자하는 한편 이머징마켓의 정부채와 선진국 회사채 등에도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린다.

지난해 말에는 이 펀드를 모태로 한화자산운용의 첫 번째 리테일 전용 채권 펀드 '한화글로벌채권증권자투자신탁'이 출시됐다. 한화자산운용이 처음으로 개인 투자자에게도 채권 펀드의 창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강 팀장은 올해의 단기 목표로 아시아 기반의 채권 펀드 신상품 출시를 꼽았다. 강 팀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나타나고 있지만 채권시장의 회복은 증권시장보다 빠를 것"이라며 채권시장 포트폴리오 확대에 자신감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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