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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도 잠잠한 이랜드월드 [thebell note]

전경진 기자공개 2020-04-07 13:32:3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3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에서 이랜드월드를 검색하면 총 9가지 자동 완성 단어가 노출된다. 그 중 하나는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이다. 중국사업 위기로 지난 5년간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악화에 시달려온 이랜드월드의 이름 뒤에는 이처럼 '위기'를 암시하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이런 이랜드월드가 최근 경제 위기를 알리는 뉴스에서 실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슷한 신용도(BBB등급)의 두산중공업, 아시나아항공, 대한항공 등이 흔들리는 것과 대비된다.

이랜드월드 입장에서는 그동안 '비싼 밥'을 먹은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지난해 높은 이자 비용까지 감당하면서 장기 차입금 비중을 크게 키운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

가령 최근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의 본질은 기업들의 단기 자금 조달 길이 꽉 막힌 것이다. 전염병에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자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고, 금융기관들은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주저하기 시작했다.

단기 차입금 비중이 큰 기업들은 당장 만기 대응부터 어려워졌다. 정부는 기업들의 '흑자 도산' 우려까지 연일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이랜드월드의 행위는 소위 '비용절감=경영효율화'로 여겨지는 경제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장기 자금 조달 비용(금리)이 지나치게 클 경우 1년 미만 단기 자금으로 그때 그때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시장 유동성이 그만큼 풍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만기 3년짜리 대출을 받을 때에는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리가 연 6~7%대에 달하는 데다 계열사 주식까지 담보로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랜드월드의 선택이 옳았다. 큰 이자비용 지출은 사실 예측불가능한 위기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였다. 오랜 기간 자금 경색을 겪어온 이랜드월드였기 때문에 '차입 장기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는 평가다. 위기가 늘 예고 없이 찾아 온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기업들의 자금조달 행태가 여전히 만기가 아닌 이자 비용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또 다시 같은 위기는 반복될 수 있다.

모든 기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서 재조명 받고 재평가 돼야 하는 기업은 정책자금을 수혈받고 기사회생하는 곳이 아니라 어쩌면 '무소식' 속에 잠잠한 이랜드월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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