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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생존전략]㈜LF, 다각화 전략에 흔들리는 '무차입 경영'현금흐름 악화 불가피…비용감축 안간힘, 브랜드 온라인화 고민

최은진 기자공개 2020-04-17 08:31:15

[편집자주]

내수경기 위축, 해외 브랜드 난립, 구매 트렌드 변화 등으로 불황의 터널을 건너고 있던 패션업계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란 암초까지 맞닥뜨렸다. 브랜드 기업은 물론 OEM 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도 불거지고 있다. 주요 패션업체의 재무상황과 대응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08: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F가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따른 후유증으로 무차입 경영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투자명목으로 순유출 된 현금규모만 약 3000억원에 달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 현금성 자산으로 약 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들어 주주환원정책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데다 매년 약 5000억원 안팎의 고정비, 500억원의 회사채 만기 등 자금 계획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패션업계의 불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 돼 올 한해 ㈜LF의 실적 및 현금흐름이 급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데 있다. 내부자금조달 여력이 감소하면서 보유 현금성 자산 상당부분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무차입 경영기조 유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있다.

㈜LF는 마에스트로·닥스·헤지스·질스튜어트 등 패션 브랜드 사업을 영위하는 동시에 LF그룹의 모기업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남성복과 캐주얼 의류에 주력하며 패션업계의 선두업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해 상해·파리·밀라노·뉴욕 등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제품단가의 차이로 봄·여름 보다는 가을·겨울 시즌의 매출비중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LF그룹의 연결기준 매출 가운데 ㈜LF의 실적 비중은 약 75%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특히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미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그나마도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라 ㈜LF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 이에 ㈜LF는 사업 및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꾸준히 화장품·푸드·금융 등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강행하며 외연을 넓혔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 다각화에 대한 집착이 ㈜LF의 재무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 침체로 인해 ㈜LF 자체 실적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전략은 재무악화를 더 부추기게 됐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패션업계가 침체를 넘어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치닫은 데 따라 그간 고수해 온 무차입 경영기조 유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LF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별도기준으로 2826억원 순유출로 나타났다. 전년도 1409억원 순유입과 비교하면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또 지난 10년간 투자활동 현금흐름으로 순유출 된 규모가 1000억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투자가 유독 두드러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금융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 결과로 해석된다.


물론 풍부한 현금성 자산으로 아직까지는 거뜬히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워낙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재무전략을 세우는 터라 현금성 자산 확보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LF의 별도기준 현금자산은 1882억원, 여기에 빠르게 현금화 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등을 합산하면 현금성 자산은 총 2908억원으로 늘어난다. 총 차입금 2292억원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은, 사실상 무차입 상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배율 등 주요지표가 악화됐고,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굳건하던 체력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는 셈이다.

현금성 자산 규모는 매년 3000억~500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그 결과 순차입금 규모가 -2500억원 안팎에서 -616억원이 됐다. 총 차입금의 두배 가량 많은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던 전략이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부채비율은 2018년 27.0%에서 지난해 33.67%로, 차입금의존도는 6.8%에서 13.8%로 확대됐다.

기업의 내외부자원을 통해 창출해 낸 비차입성 총현금흐름을 뜻하는 ACF가 지난해 말 -1807억원으로, 2년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내부자원을 활용해 창출해 낸 총현금흐름인 내부순현금흐름(ICF)이 역시 2년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따른 결과다. 내부자금 조달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LF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현금여력이 떨어진 데 따라 차입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코로나19사태까지 닥치면서 내부적으로 재무전략에 대한 고심이 크다. 매출이 두자릿수 비율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라 현금흐름 악화는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1200억원 안팎의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 순유입 규모가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기본적인 고정비나 차입금 만기 등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하다.

우선 최근 ㈜LF는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지출됐다. 여기에 고정비로 지출되는 현금규모만 연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오는 7월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문제다. 상환을 할 지 차환을 할 지 아직 저울질 중이다. 자금조달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불가피 하게 상환을 택하게 된다면 현금성 자산은 더 쪼그라든다. 자회사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약 900억원 정도 돌아온다는 것도 부담이다. 자회사 자체적으로 대응이 어렵다면 ㈜LF의 지원이 불가피 하다.


결과적으로 ㈜LF에 들어올 현금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무차입 기조가 깨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물론 ㈜LF가 다른 패션업체 대비 우량한 신용등급과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내부기조를 감안할 때 무차입 전략이 흔들린다는 점은 꽤 큰 고민스러운 지점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LF 내부적으로 이를 고려해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는 비용을 줄이는 것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또 올해 초까지만 해도 브랜드 구조조정을 계획하진 않았지만, 성장성이 더딘 브랜드를 온라인 전략으로 전환하는 등 실질적 구조조정 방안도 추진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하고 있다. 현재 ㈜LF는 온라인 비중을 30%까지 높여놨지만 이를 더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LF 내부 관계자는 "온라인 비중을 30% 가량 높여놨지만 여전히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브랜드들이 많아 매출이 두자릿수 비율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동성엔 걱정이 없지만 내부적으로 현금흐름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고 브랜드 온라인화 등을 고민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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