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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철 이지홀딩스 회장 'M&A 선구안' 통했다 [진격의 중견그룹]①1.8조 그룹 성장…지주사 전환 등 '오너 2세' 지현욱 대표 과제로

방글아 기자공개 2020-04-27 08:10:25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지홀딩스그룹은 지원철 회장이 30대 시절에 세운 사료첨가제 업체 '이지시스템'을 모태로 하는 농축산 전문기업이다. 그룹의 역사는 국내 민간 농축산 바이오 분야의 굵직한 인수·합병(M&A)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분야에서 큰손 역할을 하며 성장해 왔다.

1954년생 지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송암목장 경영과 외국계 사료업체(퓨리나코리아) 재직 경험을 살려 1988년 이지시스템을 창업했다. 네 살 터울의 대학 과 후배 최상열 전 부회장이 그룹의 첫 23년을 함께 했다.

현재 지 회장의 아들 지현욱 대표가 사료첨가제부터 배합사료, 동물용 의약품, 축산 및 도축·가공과 유통 등 농축산 전후방 산업을 아우르는 사업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이지홀딩스 아래로 53개 종속회사가 있고 상장사만 6개사(팜스토리, 우리손에프앤지, 마니커, 마니커에프앤지, 정다운, 옵티팜)에 이른다.


◇M&A 성장 발판 된 도드람 인수…투트랙 전략 '수직계열화'

지 회장은 일찍이 바이오 가능성에 눈을 뜨고 활발한 M&A로 작은 사료첨가제 업체였던 이지시스템(현 이지홀딩스)을 자산 1조7800억원 규모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199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관련 기업집단을 형성할 기반을 마련했다. 상장 당시와 비교해 현재 자산 규모는 780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 과정의 주요 골목마다 마일스톤(Milestone)급 M&A가 여럿 있었다.

특히 도드람 인수가 첫 번째 결정적 M&A였다. 2003년 7월 이지홀딩스는 당시 보유한 자산(493억원)의 절반 수준인 248억원을 들여 도드람비엔에프 인수(38.4%)를 결정했다. 이 M&A로 이지홀딩스는 단번에 'R&D 중심 사료첨가제 벤처'에서 배합사료 제조부터 식품 유통을 아우르는 '농축산 소기업집단'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계열사수는 7개사에서 11개사로, 자산총계는 1.5배가량 증가한 723억원에 달했다.

이지홀딩스의 도드람 인수는 외형을 단숨에 키웠을 뿐만 아니라 방법론 면에서도 주목받았다. 부족한 여력을 인사 영입과 상호출자 등으로 보완했기 때문이다. 지 회장은 서울대 과 동갑내기인 박중희 도드람물류 전무를 2003년 3월 이지홀딩스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관계사 바른터와 도드람푸드 투자로 유대관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도드람의 관계사가 이지홀딩스 지분 20.1%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상호출자 M&A는 이지홀딩스가 과감한 M&A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작용했다. 도드람 인수 직후인 2003년 말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119.1%, 72.9%로 안정권에 머물렀다.

도드람 인수가 결실을 보자 이지홀딩스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M&A를 성장동력 확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전략 투자와 경영권 인수 등 투트랙 전략을 통해 M&A 방식도 고도화했다.

이지홀딩스는 상장 초기에 바이오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바이오테크 기업에 직접 투자를 했으나, 옵티팜솔루션(2006년)과 이앤인베스트먼트(2007년)에 출자를 한 이후부터 그 역할을 넘겼다. 이지홀딩스는 그룹 차원에서 사업다각화 등을 위한 경영권 인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연구·개발(R&D) 중심추였던 아비코아생명공학연구소 부지를 매각하고 시너지가 나지 않는 바이오테크(크레아젠, 인투젠 등)들은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실제로 바이오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옵티팜솔루션과 이앤인베스트먼트에 넘긴 이지홀딩스는 이후 수직계열화 목적의 M&A에 집중했다. 2008년까지 도드람비티 아래로 농업법인(신안, 문경새재 유기농축산, 농부네, 우포월드, 의성바이오파크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사료를 넘어 축산 사업에 진출할 발판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2011년까지 해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냉장업체 한국냉장(100억원)과 육계 처리 기반 식품 제조사 성화식품(224억원)·마니커(349억원)가 그 대상이다. 이로써 이지홀딩스그룹은 '배합사료(도드람)→축산(농업법인)'에 이어 가공·유통을 아우르는 농축산 사업 벨트를 마련했다.


◇'오너 2세' 지현욱 대표, 계열사간 지배구조 투명화 등 숙제

이지홀딩스그룹은 M&A로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상호출자 등으로 인해 계열사 간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이에 계열사 간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 회장 경영체제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일이다.

일례로 지 회장은 2007년 직접 도드람 관계사들의 대표로 등판해 키를 잡고 자금 수혈에 나서는 등 법적 지주사가 되기 위한 몸만들기에 나섰지만 1년만인 2009년 6월 제외를 통보받았다. M&A로 유동자산을 축적하지 못해 자회사 지분 요건을 맞출만한 잉여자금이 부족했던 탓이다.

결국 이 숙제는 지 회장의 아들 현욱 씨에게로 바통이 넘어갔다. 그는 2011년 이지홀딩스에 입사했으며 2017년부터 부친을 대신해 각자 대표 지위에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 대표 경영체제 이후 적극적이었던 이지홀딩스의 M&A는 잠잠해진 상태다. 그간 차선 정도로 미뤄둔 지주사 전환을 우선순위에 놓은 탓으로 해석된다. 지 대표가 경영권을 물려받기 전까지 그룹의 M&A 성적표는 훌륭했다. 지 대표는 부친이 키워 둔 사업 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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