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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은' 한진해운 전례 답습?채권단 지원 거부로 글로벌 8위 해운사 '사분오열'…해운업 8조 피해, 경쟁력·신뢰도 하락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22 08:28:4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1일 07: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중공업 발 '재무 리스크'로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문이 산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약 4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유동성 지원을 전제로 계열사 매각 등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회생을 위해 사업 전반을 '대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산업계는 이번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기업 구조조정 정책의 발전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가 기업의 부실을 예방하고 한계기업의 경영 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적 측면에 대한 고려없이 금융 논리에 치우칠 경우 막대한 자금을 쏟고도 기업 회생에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2000년대 이후 M&A로 몸집을 무리하게 불렸던 점도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채권 회수에 치중해 계열사 매각을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 두산중공업의 회생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단기간에 상환해야 할 자금은 상당한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어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이다. 자금 상환을 위해 유형 자산과 계열회사를 매각해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두산그룹이 자산 유동화 이후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알짜 계열사 매각을 최소화하고, 산업 생태계 측면도 고려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대한 반면교사로 한진해운 사태와 현대제철 사례 등이 거론된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은' 한진해운 구조조정

한진해운은 2016년 9월 유동성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추가 유동성 지원을 거부한 게 원인이 됐다. 관련 업계는 세계 8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뿔뿔이 흩어지기까지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2015년 말 한진해운의 단기성 차입금은 3조원을 넘었다. 장기성 차입금을 합하면 갚아야 할 부채만 약 5조6000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847.7%에 달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한진해운을 청산시키는 데 '트리거'가 된 건 8000억원의 추가 지원금이었다.


한진해운은 2016년 5월 1조3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대부분은 용선료 등 매입채무였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필요한 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8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거부했다. 국민 세금으로 부실기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게 유동성 지원을 거부한 이유였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선택했고, 해운업계에 '츠나미'가 일었다.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 거부와 압류 사태 등이 이어졌다. 화주와 항만 시설 등 관련 업체가 입은 피해는 약 8조원에 달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사례는 산업 논리보다는 금융 논리가 주요하게 작용했던 사례다. 한진해운 워크아웃이 추진될 당시 채권단은 구조조정 성공 여부보다 채권을 안전하게 회수할 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의 유동성 압박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따라 구조조정의 성패가 결정된다"며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협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청산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 당시 산업 논리보다 금융 논리가 앞서는 건 불안감 때문이다. 채권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부 감액을 하더라도 상환을 받는게 이득이라는 판단이 작용한다. 결국 한진해운 파산으로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한국 해운 산업의 신뢰도가 치명적으로 손상됐다.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은 외국 선사로 팔렸다.

◇'산업 생태계' 우선한 구조조정 원칙, 두산중공업 사태도 필요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을 실패한 사례에 해당한다면, 현대제철의 구조조정은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에 투자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일관제철소는 쇳물을 만들고, 불순물을 제거해 압축하는 세가지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를 일컫는다.

고로 1기당 약 3조원의 투자금이 들어간다. 현대제철은 약 10조원에 달했던 시설 투자금 중 상당수를 산업은행 등에서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조달했다. 이 때문에 매년 차입금은 빠르게 불어났다. 2008년 1조2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2013년 7조원(단기차입금 2조7115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채는 같은 기간 동안 3조원 가량 증가해 4조6753억원에 달했다.

당시 국내 철강사들은 경쟁적으로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던 시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산 철강수출이 늘면서 국내 철강사는 과잉생산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업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대상 그룹'을 선정,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과 함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구조조정의 대원칙은 철강사의 자산 매각은 반드시 국내 업체에 매각하도록 했고, 유동성이 부족한 철강사에 긴급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대제철은 고로 설비 투자로 인한 재무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2015년 부채비율은 두자릿 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89%를 기록했고 재무구조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강시장이 악화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됐다. 그럼에도 재무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철강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바라보면서 장기간 구조조정을 유도한 게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요인이었다"며 "두산중공업의 발전설비 산업도 산업적 측면에서 장기간에 걸쳐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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