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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뉴욕지점, AML 위반 '벌금 1000억도 다행' 2014년 1조 의심거래 포착...美 당국, 컨설팅 등 인력확충·자동화시스템 구축 평가

손현지 기자공개 2020-04-23 13:52:1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1일 1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 뉴욕지점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1049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2014년 자금세탁 의심거래 혐의가 포착된 뒤 6년여만에 수사 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다.

이를 두고 뉴욕 현지에서는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시각이다. 앞서 2017년 농협은행이 1100만달러(약 135억원)의 과태료를 물을 때도 징계수위가 높다는 분석이었는데 오히려 8배에 달하는 금액에도 '1000억원이라 다행'이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美 감독당국, 2014년 1조 의심거래 정황 포착

2014년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계 은행 중 처음으로 검찰수사의 표적이 됐다. 당시 미국 연방경찰 뉴욕 남부지검, 뉴욕주 검찰, 뉴욕 금융감독청(NYDFS) 등 3개 기관이 한꺼번에 수사에 돌입했다. 기업은행의 혐의는 자금세탁과 관련된 의심거래에 관한 사항이었다.

뉴욕의 한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이 나선 사건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YDFS 내에는 미국 달러화가 기업은행을 통해 유통됐다는 정보가 돌았다. 기업은행 고객 중 알래스카 출신인 '케네스 종'이 기업은행 계좌를 통해 이란을 대신해 10억달러에 가까운 불법 거래를 이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종은 기업은행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이란 정부에 건축 자재 등을 팔았고 받을 금액이 있다고 접근했다. 종은 송장과 계약서, 고지서 등을 조작했고 기업은행은 정교하게 조작된 서류들을 적발하지 못했다. 원화로 환전한 현금을 종의 계좌로 지급했고 결국 뉴욕 검찰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그는 2011년 2~7월 사이에만 무려 1조9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달러로 환전해 이란 관계자들에게 송금했다.

원칙상 미국에 소재한 은행들은 이란과의 거래가 불가하다. 이란은 미국 내에서 거래금지 대상인 제재(sanction)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한국계 은행 중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게만 이란과의 거래가 허용되고 있었다. 다만 원화만 가능하며 달러 송금은 불법이었다.

이에 한국과 미국 검찰 모두 수사에 돌입했다. 2013년 한국 검찰이 진위여부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현지지점 검사에 나섰고 케네스 종이 이란에 1조900억원을 송금한 내역을 확인했다. 종을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으로 구속 기소했다.

조사가 끝날 무렵인 2014년 미국 연방검찰과 뉴욕주 검찰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기업은행에 대해 이란과의 거래를 허용한 점과 관련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美당국과 소통 적극…과징금 1000억 '선방'

미국 검찰 수사 소식을 접한 기업은행 뉴욕지점 경영진들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만일 이란과의 거래 혐의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조' 단위의 과징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연방중앙은행(FRB)이 NYDFS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감사와는 성격 자체가 달랐다. 두 기관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점감하는 차원에서 1~2년 주기로 금융사를 검사한다. 징계도 서면합의(written agreement)로 권고수준에 그칠 때가 많았다.

이와 달리 검찰 합동수사는 고강도 징계가 예상됐다. 자금세탁 제재금 산정 기준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로 2조원 과징금도 예측됐다. 앞서 한국검찰이 판단한 케네스 종의 불법거래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안이 무거웠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뉴욕지점 관계자들은 현지 당국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했다. 수사 관계자들에게 기업은행은 이란 불법거래에 공모하지 않았다는 점을 어필했다. 현지 검찰과 금융감독기관의 자료협조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당국도 수사 과정에서 기업은행이 이란과의 원화결제업무에서 발생한 불법거래 관련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다만 기업은행에도 일부 책임을 물었다. 2011년 발생한 불법 송금 사건의 원인으로 기업은행의 미비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지목했다. 기업은행이 현지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제도를 개선하라는 미션을 내렸다.

기업은행은 현지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우선 2018년 30명 정도로 꾸린 자금세탁방지부를 신설했다. 이들은 강화된 현지 가이드라인에 대응하기 앞서 현지 자금세탁방지법에 능통한 PwC컨설팅의 자문을 받았다.

이를 통해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확충하고 운영체계를 재정비했다. 뉴욕지점 전산시스템도 오라클과 사스 등 현지에서 보안이 어느 정도 보장된 솔루션 업체로 교체하기도 했다. 인력확충, 조직체계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비하는 등 비용을 대거 투입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 결과만이 남았다. 벌금과 관련해선 작년 말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미국 당국은 기업은행의 그간의 노력과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높게 평가해 1000억원 안팎 수준의 벌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도 지난 4분기 회계처리시 벌금을 감안해 10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산정했다.

미국당국도 지난 6년간의 기업은행 뉴욕지점 조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20일(현지시간) 기업은행은 미국당국과 최종 과징금액을 1049억원으로 최종 합의했다.

동시에 동의명령(콘센트 오더, Consent Order)안도 체결했다. 동의명령은 일반적인 감사와는 다르게 컴플라이언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당국의 행정명령이다. 이같은 조치를 받은 건 한국계 은행 중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향후 2년 동안 미국 당국에 매분기마다 총 8번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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