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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계서 꽃피울 상생 모델, 손영민 이상파트너스 대표 [매니저 프로파일]25년 경력 베테랑, 신생PE서 새로운 '도전'

김혜란 기자공개 2020-05-08 11:32:3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14: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이상파트너스의 로고는 악수를 형상화하고 있다. 투자 기업과의 상생을 지향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이는 곧 손영민 이상파트너스 대표의 투자 철학이기도 하다. 회계법인과 투자업계에 몸담은 25년간의 경험과 고민의 축적물인 셈이다.

한때 교사를 꿈꿨던 사범대생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PE팀을 거쳐 독립계 PE 운용사를 세우기까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투자 기업의 노동조합과 극심한 갈등을 겪는 등 많은 굴곡을 넘으며 그는 투자 철학을 확고히 세웠다.

올해로 설립 5년차에 접어드는 이상파트너스는 활발한 투자 활동으로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손 대표가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성장 스토리: NPL 클로징팀에서 CRC업계로 투신, 독립계PE 세우기까지
캡처
이상파트너스 로고

손 대표는 서울대학교 독어교육학과, 사범대학원을 졸업한 뒤 회계법인에 취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7년 산동회계법인 감사 부문에서 일을 시작했다. 산동회계법인이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태 여파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손 대표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는 2000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한국 내 자산관리·운용을 맡은 자회사 허드슨어드바이저스코리아 클로징팀으로 이직, 부실채권(NPL) 딜의 계약서 검토에서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업무를 담당했다.

판례법을 따르는 미국의 경우 계약서가 40~50장에 달했다. 딜 한 건당 클로징까지 대략 두 달이 걸렸다. 방대한 작업이었지만 당시 계약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계약서 작성을 비롯해 투자업무를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기본적 지식과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당시 손 대표는 PEF의 전신인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관심이 많았다. 2000년엔 론스타와 산업은행이 합작해 설립한 CRC 'KDB-론스타'가 출범했다. CRC 업계에 발을 담근 건 그로부터 2년 뒤다. 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늘 기회를 엿보다 2002년 KDB-론스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때부터 직접 기업 인수에 깊이 관여한다.

손영민 이상파트너스 대표
2004년은 간접투자자산운용법 발효로 기존 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해 설립된 CRC 회사들도 PEF 운용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하면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속속 등장하던 시기였다. 손 대표도 2006년 미래에셋자산운용PE로 또 한 번 자리를 옮긴다. 미래에셋운용PE는 PEF 제도 도입 이후 우리은행과 함께 국내 1호 PEF를 설립한 운용사로 유명하다.

손 대표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PE에 몸 담으면서 대부분의 딜에 깊이 관여했다. 2007년에는 휠라코리아와 컨소시엄을 이뤄 글로벌 본사를 인수한 게 대표적인 트랙레코드(투자 실적)다.

2009년 두산그룹의 4개 계열사인 삼화왕관, 두산DST, SRS코리아,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지분 인수도 그의 실적 중 하나다. 2011년엔 스포츠 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브랜드로 유명한 미국 아쿠쉬네트를 1조3200억원에 인수하는 딜을 주도했다.

2014년엔 대체투자 부문 강화 방안을 모색하던 한화자산운용으로 이직해 PE팀을 새롭게 꾸렸다. 한화자산운용을 나와 지금의 독립계 운용사 이상파트너스를 설립한 건 2016년이다.


◇투자 스타일·철학: 펀드를 통한 지배구조 변화 방점

손 대표가 KDB-론스타에서 일할 때 투자 철학에 대해 깊이 고민한 계기가 있었다. 당시 그는 서통그룹의 포장용 필름사업부를 인수하는 딜을 주도했다. 서통은 2003년 필름사업부를 KDB론스타에 매각했는데 KDB론스타가 인수하자마자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다.

서통에서 일부 미지급된 퇴직금 문제를 둘러싼 상호 간 오해가 격한 논쟁으로 번졌다. 갈등은 조정됐지만 손 대표는 당시 투자회사의 경영진과 주주, 직원들과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윈윈하는 파트너십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 대표는 한국 기업문화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시대로 발전해가는 길목에 있다고 보고 있다. 궁극적으론 미국의 지배구조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 애플, 맥도날드 등 유명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가 펀드고 소유와 경영이 명확하게 분리된 경우가 많다. 최대주주인 펀드는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 회사의 실질적 경영은 경영진이 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손 대표는 한국도 10여 년 전부터 PEF가 활성화되면서 미국 모델로 발전해 가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가 한국 사회에서도 익숙한 모델로 정착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말 포트폴리오 기업 카이스(KAIS) 전 직원들에게 자신의 이런 경영 철학을 공유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공장자동화 설비 취급 업체인 카이스는 이상파트너스의 첫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기업인 만큼 손 대표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상파트너스가 카이스를 인수한 건 지난해 가을께다. 기업의 주인이 바뀌면 직원들은 동요하기 마련이다. 기업 사냥꾼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PEF운용사가 인수하면 말할 것도 없다.

손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세지를 통해 PEF가 이익만 좇는 '먹튀' 자본이 아니라는 점, PEF를 통해 소유와 경영 분리를 실현해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춰나갈 수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 직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다독이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회사를 키워나가는 데 PEF와 경영진, 직원들이 힘을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진정성 있는 다짐과 약속이기도 했다.

◇트랙레코드 1: 딜소싱 능력 보여준 두산밥캣 프리IPO

2014년 한화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PE팀을 총괄한 손 대표는 이듬해인 2015년 딜 사이즈 7000억원을 웃도는 두산밥캣 프리IPO를 성사시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밥캣홀딩스 프리IPO를 위한 투자자 유치를 진행했다.

과거 손 대표가 미래에셋자산운용PE에서 두산그룹 비핵심 자회사 인수 딜을 맡으며 맺어진 인연이 밥캣 프리IPO 딜로 이어진 셈이다. 딜 소싱 이후 클로징까지 6개월이 걸릴 정도로 대규모 펀딩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두산밥캣 딜은 손 대표에게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대형 딜을 따내면서 한화자산운용PE를 업계에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이상파트너스의 두 파트너인 김동환 상무와 한정혁 이사를 만난 것도 두산밥캣 딜과 관련이 깊다.

한화자산운용PE가 큰 딜을 앞두고 먼저 영입한 건 한 이사다. 한 이사는 미국 테넨바움 캐피탈 파트너스(Tennenbaum Capital Partners), 모간스탠리, UBS 등에서 차례로 PE와 IB 자문 분야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이후 김 상무가 합류했다. 김 상무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 기업투자팀을 차례로 거치며 다양한 딜에 출자한 경험이 있다. 손 대표의 제안으로 한화자산운용PE팀에 합류한 그는 두산밥캣 딜 성사에 공을 세우며 PEF 운용역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큰 회사에 소속된 PE팀에선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실현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손 대표는 새 길을 모색했다.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독립계 운용사를 차리고 새 출발을 알렸다. 한화자산운용PE에서 같이 있었던 김 상무, 한 이사도 이상파트너스에 차례로 합류했다.


◇ 트랙레코드 2: 이상파트너스의 첫 바이아웃 딜 카이스

이상파트너스의 트랙레코드는 총 4건이다. 앞서 의류업체 ㈜팬코와 국내 성인 단행본 매출 1위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주요지분 투자를 위해 2개의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었다. 2018년엔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이 공동 추진한 '제1차 성장지원펀드 출자사업'에 루키리그 위탁사(GP)로 선정되면서 1호 블라인드펀드가 출범했다.

451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지난해엔 첫 바이아웃 딜도 성사시켰다. 카이스의 오너로부터 구주 100%를 매입하는 거래였다. 카이스는 공장자동화에 필요한 센서와 계측기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거나 수입해 공급하는 업체다.

이상파트너스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꼼꼼하게 따져 투자를 결정해왔다. 앞선 투자였던 팬코 역시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회사였는데 해외 생산능력(CAPA) 확충이 필요해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선 상황이었다. 이후 팬코는 지난해 말 내부수익률(IRR) 약 16%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까지 마무리했다. 위즈덤하우스 역시 2018년 IRR 약 24%로 엑시트를 완료했다.

이상파트너스가 카이스를 첫 바이아웃 투자회사로 낙점한 건 공장자동화 설비 관련 시장이 아직 성장기인 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인수한 뒤 경영관리 부문 대표를 새롭게 영입해 기존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 경영 효율화와 영업 강화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엔 기가레인이 발행한 전환사채(CB) 9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도 했다. 기가레인은 고주파(RF·Radio Frequency) 기반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 장비와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업계 평가: '신뢰'와 '성실함'의 표상

업계에서 손 대표를 두고 성실함의 표상이라고 평가한다. 사람과 돈을 다루는 일은 까다롭고 매사 외부 요인에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그는 성실하게 한길을 걸었고 업계에서 신뢰를 탄탄하게 쌓았다. 한화자산운용PE 시절 만난 김 상무와 한 이사가 지금까지 그와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손 대표의 장점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손 대표가 미래에셋운용PE에 몸담고 있을 때 LP와 무한책임사원(GP) 사이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 상무가 지켜본 손 대표는 '술수를 부릴 줄 모르는 우직한 사람'이었다.

아무런 트랙레코드가 없는 신생 운용사였던 한화자산운용PE에 합류하기로 결정할 정도로 손 대표에게 신뢰를 했다. 한 이사도 두산그룹이 연이어 딜을 맡길 정도로 업계에서 신뢰받는 사람이라면 롤모델로 삼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팀에 합류했다.

손 대표와 서울대 동문이자 회계법인 시절부터 오랜 기간 그를 지켜본 한 대형 PEF 운용사 대표는 "손 대표는 과거부터 워커홀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실함으로 유명했다"며 "학창 시절, 사회 초년생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사모투자펀드 업계에 투신한 뒤에도 이러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블라인드펀드 소진 및 투자 박차

올해 이상파트너스는 보유중인 블라인드펀드를 모두 소진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블라인드펀드 소진율은 60% 가량이다. 한두 건의 투자를 더 단행한 뒤 내년에 1500억원 안팎 규모로 새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도전할 청사진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포트폴리오 기업인 카이스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카이스가 첫 바이아웃 포트폴리오인 만큼 특히 회사를 얼마나 질적으로 성장시키느냐가 이상파트너스의 중요한 과제다.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성과는 곧 이상파트너스가 앞으로 PEF 업계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로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질 수 있느냐를 평가할 잣대가 될 수 있다.

손 대표도 단기간 재무적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내실 강화에 보다 집중해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과거 여러 대형 딜을 성사시키며 맹활약했던 손 대표는 올해 이상파트너스가 보다 보폭을 넓혀갈 수 있도록 집중하는 한해를 보낼 계획이다. 오랜 기간 투자 업계에서 쌓은 노하우와 투자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딜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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