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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관찰자' DS운용 이희상 매니저 [매니저 프로파일]즐거운 '업' 찾아 회계사→벤처 투자자로, 철저한 탐방·적극적 소통 통한 비상장기업 발굴

정유현 기자공개 2020-05-06 13:02:5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복한 워커홀릭(workaholic)'. DS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 이희상 매니저의 성장 단계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단어다. 여기서 워커홀릭은 부정적 의미의 일 중독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더 즐겁고 가슴이 뛰는 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고 회계사에서 현재는 호기심 많은 펀드 매니저로 변신해 만족하고 있다. 성과 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즐길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삶의 모토다.

이 매니저가 매료된 업은 바로 벤처 기업 투자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로 구성된 벤처 업계에서 에너지를 느꼈고 투자자로서의 목표도 찾았다. 회계법인과 증권사를 거쳐 '비상장투자'의 명가로 꼽히는 DS자산운용에 둥지를 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계사로서 탁월한 기업 기업분석 능력,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력이라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고 호기심을 주무기로 벤처 투자계를 넘나들고 있는 '젊은 피'다. DS자산운용의 직방, 마이셀럽스, 로앤컴퍼니, 럭스로보, 타임트리(Timetree) 등의 초기 기업 투자 사례들이 바로 이 매니저가 주도한 작품이다.

그가 피투자기업을 고를 때 키워드는 '불편함 해소'다. 업종별로 다양하지만 '플랫폼'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관련 기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검토 대상 기업의 서비스가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거나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살펴본다.

당장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불편함을 혁신으로 이끌 수 있는 기업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주저 없이 투자에 나선다.

◇성장스토리 : 회계사→증권사 IPO·벤처 투자 담당자로 변신

이 매니저가 처음부터 펀드 매니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이 매니저는 전공을 살려 전문직 종사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평소 공인회계사(KICPA) 시험 과목들에 흥미가 있었고 군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섰다. 2년만에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 후 어학연수를 다녀오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고 2012년 삼일회계법인에 합류했다.

회계사로 대형회계법인에 입사하면 우선 감사 업무를 배운다. 그의 업무도 그랬다. 회계사의 기본적 업무가 회계 감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정이다. 감사 업무를 통해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각 숫자들이 어떻게 정리가 되는지에 대한 이슈를 살필 수 있었다.

세무 업무를 할 때는 고객 입장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세금을 낼 수 있나에 대한 고민이 1순위였다. 이 때의 업무들은 이 매니저가 투자자로서의 자신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큰 도움을 줬다.

사업 분석에 흥미를 느꼈던 이 매니저는 좀 더 앞단에서 기업을 공부하고 싶었고 한국투자증권 IB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투자증권 합류 후 IPO 컨설팅 업무와 벤처 기업 투자 업무를 일부 병행했다. 회계사 업무도 즐거웠지만 더 큰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갈증을 해소한 것도 이 때다. 자신의 일을 정말 즐기면서 역동적으로 일하는 벤처 기업 종사자들을 보면서 '투자자'라는 장기적인 꿈을 꿨다.

재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은 유니콘 기업으로 떠오른 무신사다. 한국투자증권의 딜 소싱을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가 2018년 초 2300억원 기업 가치에 160억원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 무신사가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로부터 19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며 2조원 안팎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당 펀드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올해 초 기준 7~8배 뛰었다.

무신사 딜을 주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투자 대상 대표들을 만나면서 즐거운 일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인이 즐거운 일, 좋아하는 일을 일관되게 해나가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IPO 주관 업무와 벤처 기업 투자 업무 모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투자 업무에 더 흥미를 느꼈다. 모든 일과 시간을 투자에 집중하고 싶어 1년만에 재이직을 결심한다. 벤처 기업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업종을 찾아보면서 벤처캐피탈보다 더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조직이 자산운용사라고 생각했다.

그 중 국내 최대 비상장투자 하우스인 DS자산운용이 적소(適所)라고 판단했다. DS자산운용은 시리즈에 국한되거나 업종이 제한되지 않아 유연한 투자가 가능하다. 여기에 비상장투자 고수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원하는 투자를 제한없이 하고 싶어서 직접 지원했고 2018년 대체투자본부에 합류했다.


◇투자 철학 : 될성 부른 나무 '디테일' 있게 찾아 선점한다

이 매니저의 투자 스타일은 '될성 부른 나무를 찾아 선점한다'는 DS자산운용의 비상장 기업 투자 전략과 방향과 궤를 함께 한다. 여기에 상상력 '한 스푼'을 더해 투자의 디테일을 살렸다. 서비스가 구체화되지 않은 시점이라도 향후 구현할 서비스들을 상상해 혁신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뚝심으로 투자를 밀어부친다.

확신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이다. 직접 벤처 기업을 방문하고 대표들을 만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활동에 제한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자주 기업 탐방을 다녔다.

직접 발로 뛰는 습관이 생긴 것은 벤처 투자업계에 발을 담그며 '기업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의 성공은 어느날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닌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재무 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그 기업이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도 아니고 지금 당장 좋다고 해서 성공한 기업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았다.

본인의 지식과 경험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유니콘 기업을 찾기 위해 항상 질문하는 습관을 가졌다. 활발한 기업 탐방 혹은 기업 대표들과 꾸준히 만나서 소통을 하는 것도 편견없는 투자자가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의 대표들을 만나서 듣고 공부 하며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정립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 전반의 매크로는 독서를 통해 보충한다. 최근 이 매니저의 투자철학에 영향을 줬던 도서는 탈레스 S. 테이셰이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디커플링'이다. 우버, 아마존, 국내로 치면 배달의 민족 등 신흥 기업이 시장의 판도를 바꾼 현상을 담았다.

벤처 기업 대표들과 만나면서 느꼈던 고민을 책을 통해 구체화 시켰고 그만의 투자 철학으로 만들고 있다.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 혹은 깨닫지 못했던 불편함 등을 찾아내 고객 중심적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하에 투자 기업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트랙레코드1: 벤처 기업 소통 필요성 알려준 투자, AI기업 '마이셀럽스'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은 AI기업 마이셀럽스에 투자다. 가장 고민도 많았고 마이셀럽스 구성원들과도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 매니저에게 교훈을 남긴 딜이기 때문이다.

마이셀럽스는 AI기술을 사용해 '취향과 정향' 이라는 새로운 검색 속성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검색기는 사람 간에 대화를 통해 정보를 나눌 때와 달리 팩트 기반의 키워드로만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많다. 마이셀럽스의 기술은 이 딱딱한 정보 탐색에 취향과 정향을 더해 새로운 검색 방법을 추가해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지난해 5월 마이셀럽스의 시리즈C단계 투자에 참여했고 1년만에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상승했지만 당시만해도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서비스가 론칭되기 이전에 프로토타입만 나온 상태였고 전 세계에 이 같은 기술에 대한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AI 시대의 검색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상당 시간 공부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검토 도중에 중단 의사를 전달한 적도 있었다. 마이셀럽스 창업자인 도준웅 파운더(founder)가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릴 책임이 있다"며 이 매니저에게 한 번 더 미팅을 요청했고 응했다. 과외받는 심정으로 생소했던 마이셀럽스의 검색 기술에 대해 질문하고 배웠고 결국 투자로 이어졌다.

투자 진행이 한번 철회된 만큼 회사를 설득하는 것도 이 매니저의 몫이었다. 서비스가 론칭이 안된 상태기 때문에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운용역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만큼 DS자산운용도 그를 믿고 투자를 단행했다.

마이셀럽스 대표는 투자 이후에 바람직한 투자 검토 과정에 대한 조언을 남겼고 이 매니저만의 자산으로 남았다. 벤처 기업 투자는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존의 틀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가들과의 소통의 중요성, 소통의 효율적인 방향을 배울 수 있었다.


◇트랙레코드2: 전문가·이용자 효익이 높은 법률 플랫폼 '로톡'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법률 플랫폼인 '로톡' 투자건은 플랫폼의 효익이 공감돼 빠르게 진행됐던 건이다. 지난해 6월 투자 후 1년이 경과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이 매니저는 로톡이 각 사용자 집단에 제공하는 효익이 굉장히 명확하다고 봤다. 최근에는 AI기술 기업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트렌드인 리컬테크(법률기술)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톡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은 회계사 업무를 통해 겪었던 사례들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창업을 할 경우 회계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보통의 경우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아는 회계사 있느냐"라고 물어서 찾는다. 서비스는 받고 싶은데 누굴 만나야 할지 몰라서 이 매니저에게 물어보는 연락도 많았다. 이렇게 서비스가 필요한 개인들에게 전문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있다면 효익이 크다고 생각을 했었다.

로톡은 네트워크 영업이 필요한 전문직과 전문가가 필요한 이용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양 사용자 측의 수요를 파악해 충족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세를 잇고 있다.

투자 당시 초기 단계의 기업이었지만 전문직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로톡 딜을 통해 비즈니스 현장의 수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업계 평가: "궁금한게 너무 많다" 매니저계의 '호기심 천국'

"유독 뭘 많이 물어보는 편인 것 같다." 이 매니저가 벤처 기업 투자에 뛰어들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평소에 다른 투자자들이 묻지 않는 부분을 계속 물어보다보니 처음에는 불쾌해하는 대표들도 여럿 있었다.

디테일있게 보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끊임없이 질문이 생겼다. 회계사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딘만큼 재무적인 시각에서 기업을 보지만 뒷 단에 보지 못한 포인트가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질문을 이어간다.

IR 컨퍼런스에서 발표하지 못한 내용들도 있기 때문에 직접 기업에 찾아가 질문을 한다. 벤처 기업가들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할 때 기업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같은 습관은 장점이었다.

회계사 업무를 할 때도 증권사에서 IPO 업무를 할 때도 해당 기업에 나가 일주일 혹은 한달 이상을 일했던 경험을 매니저 업무에 적용 시켰다. 투자할 기업에 가서 직원 마냥 앉아서 기업을 살피고 관찰한다. 사업에 대해서 대표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가장 최근에 입사한 직원들에게도 질문을 하는 편이다.

이 경우 기업이 공식 석상에서 말하지 못한 장기적인 꿈에 대해 들을 수 있다. 현실화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그림을 함께 그려볼 수 있어 투자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때 이 같은 습관은 더 값지다. 벤처 기업 대표들도 이 매니저의 이 같은 집요함에 높은 평가를 주고 있다.

◇향후 계획: 호기심 많고 편견없는 '투자자'…롤모델 장덕수 회장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 모험에 나섰고 업을 찾은 이 매니저는 호기심이 많고 유연한 사고를 갖운 투자자로 꾸준히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잠재력이 많은 벤처 기업의 성장 엔진에 기름을 부어줄 수 있는 일을 잘해내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사용자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서비스를 낸다고 하면 적시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투자자의 역할이다. 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성장을 도운 투자자들도 간접적으로 성공 스토리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롤 모델은 장덕수 회장이다. 투자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미팅에 참여할 경우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진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재밌다"와 "잘 모르니 설명 부탁한다" 정도다. 상대방의 연배나 직책을 떠나 일관된 모습을 보면서 본인 스스로가 동일한 위치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항상 유념하며 장 회장의 자세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투자 업계에서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회사, 업계 그리고 선후배, 사업가들에게 도움을 받고 배우며 투자에 임하고 있다. 커리어를 떠나 항상 일관된 모습을 보이되 편견 없는 투자자로 인정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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