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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주담대 상환한 KCGI, 자금 조달 이상 신호?㈜한진 지분 매각 대금으로 상환 관측, 만기 연장 실패시 줄줄이 압박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29 07:56:0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받은 대출금을 상환했다. 상환 대신 만기 연장을 통해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던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소 이례적인 행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KCGI의 자금 조달력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SPC)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1.17%(69만847주)를 유화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받은 대출금을 상환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지난해 7월 처음 돈을 빌린 이후 올 1월 한 차례 기간을 연장했다가 이번에 전액 상환했다. 이에 따라 KCGI가 주담대에 활용하는 한진칼 지분은 기존 12.11%에서 10.94%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KCGI가 최근 ㈜한진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대출금을 갚았다고 해석한다. ㈜한진 지분 매도 당시 한진칼 지분 추가 매수나 주담대 상환 등 두가지 옵션이 예상됐으나 후자를 택했다고 보는 것이다. 근거로는 최근 한진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매집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점과 대출금과 매각 대금이 엇비슷한 규모라는 점 등을 든다.

KCGI는 지난 9~16일 SPC 엔케이앤코홀딩스를 통해 보유 중이던 ㈜한진 지분 1.96%(23만4923주)를 세 차례에 걸쳐 장내매도했다. 이를 통해 약 107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대출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략 100억~14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통상 상장사의 주식담보인정 비율이 50~70%라는 점을 감안해 산출한 금액이다.

물론 KCGI가 주담대를 상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출범 초기에는 대부분 곧바로 갚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만기 연장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상환 사실이 주목을 받는 건 추후 자금 조달 능력을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KCGI가 자의로 상환을 결정했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만기 연장을 원했으나 실패한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담대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한진칼 지분을 늘려오던 기존 전략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KCGI와 유화증권과의 거래는 이번 건 외에도 2건이 더 있다. 오는 6월8일과 15일 각각 만기가 돌아온다. 만약 KCGI가 이번에 만기 연장을 거절 당한 거라면 나머지 대출 건에 대해서도 상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화증권은 현재 KCGI가 주담대를 받은 금융기관 중 유일한 증권사다. 이를 마지막으로 증권사와의 거래가 모두 끊길 수 있다. KCGI는 증권사들이 한진그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주담대 연장을 거절하자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왔다.


문제는 주담대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KCGI는 대부분 빌린 돈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왔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이슈로 한진칼 주식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자금 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자칫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심지어 KCGI는 다음달 애큐온저축은행을 시작으로 12건(유화증권 제외)의 주담대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최대한 만기 연장을 시도하겠지만 상환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주주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 구성원들은 계약에 따라 향후 수년간 한진칼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가피한 경우 반도건설에 지분 일부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출금 상환 등을 위해 추가로 주담대를 시도할 때 기존보다 고금리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그간 강성부 대표는 KCGI의 주담대 평균 금리가 4%대 후반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만기 연장이 막히면 5%대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며 돈을 빌려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다.

시장에서는 최근 한진칼 주가가 과하게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상황이 주담대 연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본다. 기업가치가 아닌 경영권 분쟁 등 기타 이유 로 주가가 폭락·폭등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달 26일(종가기준) 4만4050원이었으나 이달 24일 9만3000원으로 한달새 2배 이상이 올랐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 등 항공주가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칼만 큰폭으로 오르는 등 주가와 시장 분위기간 괴리가 심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KCGI는 최근 ㈜한진 지분을 매각한 것 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1일을 마지막으로 한진칼 지분 매수도 잠시 멈춘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가가 9만원 대로 평균 매입단가(약 3만1000원)보다 3배 가까이 비싸지며 당분간 추가 매집이 쉽지 않을 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중 3000억원을 전환권 있는 영구채 형태로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지분 보유를 예고하면서 추후 역할과 입지가 더욱 쪼그라들 거란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주가가 크게 올라 추가 매집이 부담스러워진 상태에서 주담대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고 있다"며 "KCGI가 자금 조달은 물론 정부의 대한항공 지원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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