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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아리온, 경영지배인 정당성 논란 불거져 정관 명시된 이사회 의결조건 미충족…채명진 대표 행보 '제동'

조영갑 기자공개 2020-05-06 09:26:32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4일 07:2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 악화와 잇단 유상증자 불발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아리온테크놀로지(아리온)가 채명진 현 대표이사와 별개로 경영지배인을 선임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영지배인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법적·절차적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리온은 지난달 22일 박상식 씨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했다. 박 지배인의 임기는 아리온의 경영 개선기간과 동일한 4월 22일부터 2021년 4월 21일까지다. 1년간 회사 경영 및 운영을 총괄하는 전권을 부여받았다.

아리온은 공시를 통해 "상법 제 10조(지배인의 선임)에 따라 회사의 경영업무 전반을 수행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대표이사 업무를 대행하는 셈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경영지배인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관에 명시된 결의 과정을 충족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리온 정관에는 '경영지배인'에 대한 조항이 없다. 다만 경영지배인이 대표이사의 권한을 대행하는 역할임을 고려하면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아리온은 이사회 결의방법(정관 제38조)을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이상의 동의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영지배인 선임 과정에서 아리온은 총 5명의 이사 중에서 사외이사 2명만 참여했다. 감사 역시 참여하지 않았다.

경영지배인 선임과 관련한 상법의 기준은 더 까다롭다. 상법 제203조(지배인의 선임과 해임)에 따르면 지배인의 선임과 해임은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업무집행사원(대표이사)이 있는 경우에도 총사원 과반수의 결의에 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리온의 경우 정관상 경영지배인 선임에 대한 조항이 없는 만큼 상업에 따라 사원투표가 전제되어야 하는 의미다.

절차적 논란과 별개로 경영지배인 선임으로 지난해 9월 취임 후 신사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채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채 대표는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사업 진출을 위해 칭찬비타민, 위생용품 플랫폼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외형 확장을 시도해왔다. 영국 주택 플랫폼 인코라(Inchora), 미국 2차전지 기업 XNRGI(엑스에너지)와 업무협약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최대주주 측과 사업 방향성을 놓고 갈등이 노출됐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경영지배인 선임은 최대주주인 천정희 라인엔터테인먼트 대표 측 조치로 분석된다. 아리온은 2016년 제이앤피조합(외3인)이 회사의 새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인적쇄신을 완료하고 지난해 채 대표를 선임했다. 하지만 2019년 말 조합 구성원들이 지분을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7.4%로 줄었고 2대주주였던 천정희 대표가 새 최대주주(7.5%)로 등극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말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회사의 사업 방향을 두고 대주주 간 갈등이 있었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확장을 원하는 천 대표와 미디어커머스, 블록체인 등의 신사업 진출을 꾀하는 채 대표가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아리온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통상 한계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거나 매각을 진행할 경우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지배인을 선임한다. 신임 경영지배인의 이력 역시 매각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지배인은 현대통신 인사팀과 토필드 인사팀을 거친 인사관리 전문가다. 토필드는 1998년 설립된 셋톱박스 전문제조 업체다. 한때 아리온과 함께 셋톱박스 업계의 주요 제조사였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회사의 주인이 잇따라 바뀌었다. 3년 사이에 네오바이오투자조합, 글로밴스, 필로시스생명과학 등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사명도 필로시스헬스케어로 변경됐다. 현재 바이오 사업과 유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박 지배인은 주인이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회사의 인사관리를 담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주총을 거쳐 선임된 상황에서 이사회를 통해 별도로 경영지배인을 선임했다는 것은 현 경영진을 비토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경영지배인이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뀐 회사 출신이라는 것은 매각의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리온 측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사실상 권한이 정지된 채명진 대표 측에도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일정이 바빠 답변이 힘들다"는 회신만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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