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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준 된 푸르덴셜 M&A, 외국계 보험사에 쏠리는 눈 [외국계 보험사 경쟁력 분석]①국내진출 30년, 저금리 등 업황 악화·자본규제 부담…금융지주 외국계 우량사 '눈독'

이장준 기자공개 2020-05-27 10:42:11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장세가 뚜렷했지만 시장이 포화되면서 M&A도 활발해졌다. 중견사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에 넘어간 데 이어 올해에는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 품에 안긴다. 아직 남아있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히스토리와 포트폴리오상 강점 등 경쟁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지부진하던 생명보험 주가가 지난달 10일 일제히 반등했다.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을 2조원 넘는 가격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다른 생보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푸르덴셜생명 인수 시 적용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8배로 현재 상장된 생보사의 평균 PBR 수준(0.1~0.2배)을 훌쩍 웃돌았다. 여전히 보험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방증이다.

장기계약을 보유한 보험업 특성상 PBR만으로 적정 밸류에이션을 따지기엔 부족하지만 보험업황을 보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는게 보험업계 종사자들의 생각이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건 이미 오래전 일. 여기에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3저' 악재까지 겹쳤다. 살아남기 위한 사업비 출혈 경쟁은 수익성만 더 떨어트릴 뿐이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자본 규제도 숙제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보험사를 사려고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다. 특히 2년 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에 이어 이번 푸르덴셜생명까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금융지주가 주축이 돼 외국계 우량사를 사들이며 보험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연스레 아직 국내에 남아있는 외국계 보험사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매각되면서, 시장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며 "본사 입장에서 한국 내 자산 매각을 자극하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30년 넘은 국내 진출 외국계 보험사, 매각설 입길

외국계 보험사의 역사는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정부는 외국 생명보험사 설립 허가 기준 및 외국 생명보험사 국내지점 설치 허가기준을 제정했다. 이듬해 4월 라이나생명이 한국에 지점을 설립하며 첫발을 뗐다. 다음 달에는 알리코생명(현 AIA생명)이 지점 형태로 진출했다.

이후 90년대까지 코오롱메트생명(현 메트라이프), 한국푸르덴셜생명(현 푸르덴셜생명),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등이 줄줄이 진입했다. 이들 보험사는 특색이 없던 국내 보험시장에 변액보험, 방카슈랑스 등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드러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외국계 생보사가 전체 시장의 20% 넘게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영업력이 악화해 도태되거나 모회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각하는 경우가 생겼다. 현재는 동양·ABL생명처럼 국내사가 외국에 인수된 케이스를 제외한 '순수' 외국계 생보사는 몇 남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있는 회사도 매각설에 자주 오르내린다. 배당도 국내사보다 많이 하는 데다 입지가 과거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메트라이프나 AIA생명, 라이나생명 등이 주로 시장 관계자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가 전반적으로 본사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해 경영이나 관리를 잘해온 건 맞다"며 "다만 생보 상품의 성장성이 꺾이고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 특수상황 탓에 매각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직격탄, 자본규제 부담…한국시장 매력↓ 본사 재무사정도 매각 영향

실제 보험업계 업황은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됐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금리가 가장 큰 문제다. 앞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제로금리 시대가 본격화됐다. 오는 28일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생보사는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 타격이 더 크다.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굴린 수익률이 고객에게 주기로 약정한 이자율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생보사의 주요 투자처인 채권 수익률이 악화한다. 역대 최저치인 운용자산이익률(3.5%)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성장·저출산이 '뉴노멀'이 되면서 영업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사업비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고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지난해 24개 생보사가 지출한 사업비는 역대 최대치인 9조4918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8% 줄었다.

2023년 도입될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준수하기 위한 자본확충도 큰 부담이다.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는 게 핵심으로, 저금리 상태에서 고금리로 판매한 상품은 고객에게 돌려줄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는 의미다.

과거 2016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알리안츠생명을 중국 안방그룹에 단돈 300만달러(약 35억원)에 넘긴 바 있다. 업황 악화와 IFRS17 도입에 따른 추가 자본 투입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알리안츠는 투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추가로 손실을 보지 않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본사의 사정에 따라 법인 매각을 결정하기도 한다. 푸르덴셜생명이 대표적이다. 미국 본사가 재무건전성 제도 적용을 받을 때 연결 자회사도 같은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게 부담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렌지라이프의 전신인 ING생명이 2013년 MBK파트너스에 매각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네덜란드 ING그룹은 유럽 경제위기 여파로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다. 한국법인의 중요도가 높았지만 매각을 감행한 이유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꾀하는 금융지주, 인수가 업계 평균 PBR 상회

이런 이유가 맞물려 최근 몇년새 보험사 M&A가 활발해졌다. 2018년 9월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작년 5월에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했다.

올 들어서는 2월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했다. KB금융지주도 지난달 푸르덴셜생명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약 10년간 지지부진했던 KDB생명 딜 역시 최근 JC파트너스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사례를 보면 사모펀드와 더불어 금융지주사가 보험사 인수의 주축이 되고 있다. 금융지주사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처럼 가치를 키워 되파는 게 목적이 아닌 만큼 생보상품이 성장성이 떨어지더라도 매년 일정한 수익만 보장하면 매력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덩치 불리기 경쟁에도 유리하다. 2018년에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했고 올들어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통해 재탈환에 나섰다. 두 곳 모두 이미 생보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포화된 보험업계에서 점유율(M/S)을 키우기 어려운 만큼 인오가닉 방식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한 우리금융지주도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아 자본여력이 생기면 M&A에 적극 뛰어들 전망이다. 하나금융도 생보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유력 인수 후보 중에 하나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보험은 카드 다음으로 은행과 시너지를 내기 좋은 업종"이라며 "방카슈랑스는 물론 자금운용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몸값을 넉넉하게 책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딜에 적용한 PBR이 업계 평균치를 넘었듯 앞서 오렌지라이프 역시 인수가 기준 PBR은 1.1배로 당시 업계 평균(0.7배)을 상회했다. 두 생보사 모두 우량한 '알짜 회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외국계라는 점 외에도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설계사 채널에 강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엑시트를 한 글로벌 금융사는 경기 상황이 당분간 보험업계에 불리하게 움직일 만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때 파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반대로 원매자 입장에서는 인프라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좋은데 시장 상황 탓에 일시적으로 고전하는 회사를 인수할 기회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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