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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의 '인내심'을 한번 더 응원한다 [thebell note]

전경진 기자공개 2020-05-26 14:24:1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조건 담는 주식이다.' SK바이오팜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자 공모주 투자자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오랜만에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여겨지는 빅딜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몸값(시가총액)'마저 저렴하게 나와서 무조건 청약에 참여해서 주식을 사야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SK바이오팜 입장에서 몸값을 낮추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이 동반된 일이다. 지난해 IPO를 선언한 직후 진행한 주관사 선정 프레젠테이션(PT)에서 증권사들이 제시한 '몸값'은 무려 12조원에 달했다. SK바이오팜 입장에서는 내심 흐뭇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고가 12조원의 몸값을 3분의 1토막 내서 시장에 내놨다. 최대 3조8000억원으로 측정된 예상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인내심도 여간 대단한 인내심이 아니다.

사실 이는 지주사 SK의 인내심이기도 하다. 100% 자회사인 만큼 IPO 흥행의 수혜는 직간접적으로 지주사가 입는다. 투자자들은 몸값을 낮춘게 코로나19 여파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IB업계에서는 생각이 좀 다르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실패가 인내심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계열사 SK루브리컨츠가 다소 높은 몸값으로 IPO에 도전했다가 2번이나 공모에 실패한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있다.

SK의 인내심은 자회사 몸값 산정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SK바이오팜을 키우는 과정 자체가 극한의 인내심이 필요했던 작업이다. 무려 27년간 혁신 신약 개발에 매달렸다. 지주사 돈을 고스란히 부어넣으면서 금지옥엽으로 키운 자(子)회사다. 통상 바이오기업들이 임상 1상만 마쳐도 IPO를 진행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런 SK와 SK바이오팜에게 한번 더 인내심을 바란다면 과도한 요구일까. 시장에서는 공모 흥행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공모가를 높여서 상장했다가 자칫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경우를 우려한다. 투자자들은 '돈이 물려서' 다른 IPO에 참여하기 힘든 악조건에 처한다. 이 경우 IPO 시장 침체는 코로나19 여파가 아니라 물린 돈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

SK와 SK바이팜이 시장의 우려를 염두에 두고 공모가 욕심을 자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27년간 개발한 혁신신약 2개가 미국FDA 승인을 받고 판매를 시작했지만 결국 약이 팔려야 돈을 번다. 직접 미국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상존한다.

SK와 SK바이오팜이 이왕 '시장 친화적'인 가격으로 IPO에 나선 만큼 공모 흥행에도 공모가 상향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수 있다. IPO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장 후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발판인 점을 고려해서다. 증시 안착 후 실적과 주가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 27년간의 인내심을 빛내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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