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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채 시장도 코로나19 영향권, 투자자 발길 '뚝' [Market Watch]전년 대비 44% 감소, 비우량물 타격 커…연간 발행규모 줄어들 듯

이지혜 기자공개 2020-06-03 14:47:5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1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 회사채 시장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2월까지만 해도 발행량이 늘어나는 듯 했지만 3월 이후 급속도로 감소했다. AA급 공모채 투심조차 얼어붙은 마당에 하위등급이 대거 포진된 데다 정보비대칭성이 강한 사모채에 투자자들은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공모채 시장의 정책지원으로 사모채 투자유인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모채 시장을 통하면 채권시장 안정펀드,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 등 수요예측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사모채 시장은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최근에는 특유의 '고금리 메리트'마저 공모채에 비해 옅어졌다.

◇3월 이후 사모채 발행량 대폭 감소

1일 코스콤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발행된 BBB급 이상 투자적격등급과 기타 무보증사채 사모채(CB, EB, BW, ABS, PCBO 제외)는 모두 4조44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8% 줄었다.
3월 이후부터 감소폭이 커졌다. 1월 주춤했던 사모채 발행물량은 2월 1조509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9.9%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3월 이후부터 사모채 발행량이 급격히 줄었다. 3월 발행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6%, 4월 발행량은 55.8% 감소했다. 급기야 5월에는 사모채 발행량이 5000억원에도 못 미치며 71%가량 줄었다.

사모채 시장도 코로나19의 타격을 비껴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4월 이후 우량 발행사조차 공모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니 사모채 시장 투자자는 더욱 줄었을 것”이라며 “특히 사모채 시장에는 비우량 신용등급 발행사가 많기에 이런 경향이 더욱 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발행된 사모채 중 신용등급 A이하 무보증사채는 전체의 8.7%다. 신용등급이 없는 기타 무보증사채는 90%에 이른다. 기타 무보증사채는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서울신용평가정보에서 받은 신용등급이 없거나 신용등급을 받은 지 1년6개월이 지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회사채를 말한다.

◇'크레딧 약점' 있는 빅이슈어

개별기업만 살펴보면 우량등급 발행사가 자주 드나들었다. 올해 사모채 시장에서 빅이슈어는 호텔롯데로 2월과 3월에 걸쳐 3000억원을 조달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월 30일 2800억원의 사모 영구채를 발행했고 현대삼호중공업(2100억원), 만도(2000억원, 영구채) 등이 뒤를 이었다.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은 AA0다. 비록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등재됐거나 등급전망에 ‘부정적’이 붙었지만 우량등급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현대오일뱅크나 만도도 AA급이다. 현대삼호중공업만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 BBB+를 받았다. 비록 신용등급은 낮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핵심계열사다.

다만 이들 모두 크레딧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로 실적이 크게 저하된 호텔·면세점업이 주력사업이다. 나머지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국제유가 급락과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냈고 현대삼호중공업도 조선산업의 오랜 불황을 근근히 견디는 중이다. 만도도 코로나19와 글로벌 완성차 수요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빅이슈어는 SK인천석유화학과 이마트, CJ대한통운 등이었다. 이들 모두 AA급의 신용도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경쟁심화나 업황 하락기에 휘말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다.

◇사모채 발행 감소 전망…펀더멘탈 우려, 금리메리트 희석

사모채 발행감소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신용등급 발행사일수록 펀더멘탈 우려가 커 투자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공모채 시장에서도 고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사모채의 강점이 희석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만기를 불문하고 기타 무보증사채의 금리는 평균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게는 30bp가량 떨어졌다. A급의 경우 평균 금리가 전년 동기대비 오른 등급과 내린 등급이 혼재됐다. 반면 공모채 시장에서는 4월 이후 AA급의 경우 민평금리 대비 평균 30~40bp, A급은 70bp까지 높게 조달금리가 형성되는 기조가 형성됐다.

더욱이 사모채는 투자자 풀이 한정적이다. 대부분 기관투자자로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금리 변동성이 크고 펀더멘탈 우려도 짙은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자 풀에 정부 규제를 받는 사모채에 투자할 유인은 적다”며 “공모채 시장에서도 높은 금리가 형성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당분간 사모채보다 공모채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굳이 사모채를 선택할 이유가 적다는 시선도 나온다. 공모와 사모 방식을 택할 수 있는 발행사라면 공모채를 선택하는 편이 정책적 지원을 받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AA급 이상 발행사는 수요예측에서 채권시장 안정펀드의 참여를 기대할 수 있다. A급 이하 미매각 우려가 있는 기업은 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매입하기 위해 SPV를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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