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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업 넥스트 오너십]웅진그룹, 흥망성쇠 끝에 시발점 '교육'만 남았다①창업 40년간 확장정책, 코웨이 매각으로 회생…씽크빅 의존전략 회귀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09 07:43:44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3일 12: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진부한 표현이 웅진그룹에 있어선 탄생비화로 읽힌다. 외국계 백과사전 영업사원이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독립해 만든 직원 7명의 출판사가 오늘날 웅진그룹의 출발점이다.

웅진그룹은 처음엔 사교육 억제정책인 '과외금지법'을 발판삼아 학습지 및 교육용 테이프를 만드는 교육기업으로 성장했다. 일찌감치 다각화로 눈을 돌리며 식품·렌탈·화장품·에너지·금융·건설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문어발식 확장은 재무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잇딴 자산매각으로 겨우 기사회생한 웅진그룹은 다시 원점인 '교육업' 중심의 그룹으로 회귀했다.

◇출판업 모태, 도전·창의 강조 '잡식성' 다각화 추진

웅진그룹은 창업주 윤석금 회장이 1980년에 만든 웅진출판(옛 헤임인터내셔널)이라는 쇼규모 출판사가 모태다. 외국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국지사에서 영업을 하다가 독립해서 차린 회사다. 직원 7명에 자본금 7000만원짜리 회사가 국내 대표 교육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서적을 출판했지만 그 중에서도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학습교재 및 도서, 교육용 테이프가 성장의 기반이 됐다. 후발주자로 학습지 시장에 발을 내딛여, 1996년 론칭한 창의력 학습콘텐츠인 '웅진씽크빅'이라는 대표 브랜드를 흥행시켰다.


웅진출판의 역사를 따라가다보면 웅진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다. 웅진출판이 처음 출범할 당시인 1986년엔 매출액 78억원, 영업이익 5억원에 그쳤다. 불과 6년만인 1993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13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웅진씽크빅'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1997년에는 매출액 30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달성했다. 자산총액은 43억원 규모에서 10년만에 22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단기간에 그야말로 퀀텀점프를 이룬 웅진그룹은 풍부한 영업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다각화에 나섰다. 윤 회장의 평소 철학인 '도전'과 '창의' 정신에 따라 해볼만한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영역을 넓혔다.

웅진출판의 총차입금 규모가 1990년대 후반들어 급격하게 확대된 것으로 보아 이 때부터 공격적인 레버리지 전략을 내세우며 확장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출범 초창기 1억원에 불과했던 총차입금 규모는 10년만에 700억원으로 커지더니 매년 100억원씩 불어났다. 1998년엔 13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면서 부채비율이 300%를 웃돌았다.

워낙 현금 창출력이 우수했기 때문에 차입이 두렵지 않았다. 한동안 풍부한 현금유동성 덕에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할 정도였다.


웅진그룹은 웅진출판을 모기업 삼아 확장정책에 나섰다.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잡식성 다각화 전략이었다. 윤 회장의 창의정신으로 회사가 만들어지거나 인수합병(M&A) 되는 게 반복됐다.

1987년 웅진식품을 인수해 음료회사로 탈바꿈 시켰고 1988년 책 방판업을 기반삼아 화장품 방판업을 시작했다. 같은해 외국에서 정수기가 보급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 국내 최초로 정수기 사업도 추진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정수기 사업이 어려움에 빠진 순간엔 세계최초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하면서 재계 30대 그룹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9년 기준 웅진출판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웅진출판이 그룹의 전 계열사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취득가액 규모만 총 200억원에 달한다. 이후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사업에서 잭팟이 터지면서 웅진출판의 부담을 분담하는 형태가 됐다. 2007년 웅진출판을 지주사인 ㈜웅진(옛 웅진홀딩스)과 교육사업을 하는 웅진씽크빅으로 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매출 5000억원을 내는 현금사업 웅진씽크빅과 매출 1조원을 벌어들이는 웅진코웨이 두개 축을 장착한 웅진그룹은 거침없었다. 윤 회장의 도전정신은 더욱 공격적으로 전환됐다. 2006년 웅진에너지, 2007년 극동건설, 2008년 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및 웅진폴리실리콘, 2010년 서울저축은행 등을 계열사로 품으면서 재계 30대 그룹이 됐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1년 웅진그룹의 총 자산규모는 9조3000억원, 매출액은 6조원에 달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으로 1000억원 안팎을 벌어들였다. 계열사수는 31개에 달했다. 소비재를 중심으로 사세를 넓혀간 덕에 상당한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었고 이는 웅진그룹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져주는 원동력이 됐다.

◇잘 키운 계열사 위기모면 카드로 활용, 모태 '씽크빅'만 남겨

웅진그룹은 도전만큼 과감한 구조조정에도 능했다. 일단 만들어 잘 키워낸 후 위기가 닥칠 때 모면하는 카드로 썼다. IMF 시기엔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해 렌탈 비즈니스를 할 밑천을 마련했고 극동건설 인수 후유증으로 동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당시엔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을 잇따라 매각했다.

특히 그룹의 중심축이었던 웅진코웨이 매각은 아픈 역사로 남는다. 렌탈사업의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한 애착으로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판 이후에도 렌탈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까지 고민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웅진그룹에 있어서도 웅진코웨이 매각은 중견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벗어던지는 것은 물론 성장의 한 축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었다. 추후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를 다시 되사오는 결단을 내린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모태인 웅진씽크빅에 대해선 처음부터 매각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채권 변제율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가치를 보유한 웅진코웨이 매각이 합리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지만, 더 넓게는 그룹의 기반 역할을 할만한 사업은 남겨놔야 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현재 웅진그룹에 남은 계열사로는 웅진씽크빅, 웅진플레이도시,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이 전부다.


웅진씽크빅이 그룹에서 어떤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지 특수관계자 내부거래 현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며 뼈 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계열사 절반이 정리됐다. 1700억원에 달했던 특수관계자 거래도 800억원대로 축소됐다. 그러나 법정관리 졸업 이후인 2014년 이후 다시 900억~1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웅진씽크빅이 한해 벌어들이는 매출액이 6000억원, 영업이익이 3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과중한 부담이다.


특수관계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1000억원대의 내부거래를 유지한다는 점은 그만큼 웅진씽크빅을 통해 올리는 계열사들의 고정 실적이 늘었다는 얘기다.

웅진그룹은 다시 교육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원점'으로 회귀했다. 최근 기준으로 웅진그룹의 연결기준 자산규모는 3조원, 매출액은 8200억원이다. 웅진씽크빅에서 창출되는 실적이 80%로 압도적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석금 회장의 도전과 창의 정신으로 여러 계열사가 만들어지고 인수되는 전략이 반복됐다"며 "현재는 웅진씽크빅과 웅진플레이도시 정도가 그룹에 남아있지만 이를 중심으로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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