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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중소조선사 M&A]실적 악화 조선 기자재업체 낙수효과 볼까④경기 일부 회복에도 어려움 지속…PE 투자 여부 주목

최익환 기자공개 2020-06-15 14:00:57

[편집자주]

최근 대형 조선사의 대규모 수주 소식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조선업계가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특히 일부 구조조정 중소조선사 매각이 성사되면서 국책은행 관리하에 있던 업체들도 M&A 매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다만 안정적인 여신 회수와 새 주인 물색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채권단의 딜레마, 그리고 조선업 통폐합 필요성 등은 숙제로 남아있다. 더벨은 중소조선사 M&A를 둘러싼 이슈와 향후 전망을 총 네 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0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 조선사들의 연이은 매각 움직임이 조선산업 전반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들은 신조선을 만드는 조선사들의 업황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만큼 지난 수년 동안 함께 어려움을 겪어왔다. 무엇보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새 주인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그동안 이들 업체의 새 주인으로 나섰던 곳은 지역의 유관업종 전략적투자자(SI)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시장에 정책자금이 유입된 지금 일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조선기자재 업체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다. 업계는 조만간 조선기자재업체들이 대거 투자유치 대상 혹은 매물기업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희비 엇갈리는 기자재업…기술개발은 언감생심

신조선 제작엔 대략 400개에서 많게는 700개의 기자재가 소요된다. 선박이 신규 건조될 시 조선소는 선박의 블록을 제작·조립·용접해 선체를 구성하게 된다. 이때 엔진과 스크류, 크랭크 샤프트 등 동력계통은 물론 탱크와 내부 인테리어 모두 협력업체들로부터 조달하게 된다. 이들 기자재는 조선원가의 최대 70%까지 차지하게 된다.

현재 약 300개사로 추산되는 국내 조선 기자재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도래했을 당시 크게 성장했지만 신조선 수주부진으로 인해 동반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때 어려움을 버티지 못한 일부 기자재 업체는 회생절차를 이어간 끝에 도산하고 말았다. 최근 이들 업체들이 주가가 오르는 등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지만 현진소재 등이 회생절차에 새로 진입하며 희비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산업 전반적으로 봤을 때 신조선만큼이나 기자재 업체들의 안정성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일부 업체들이 다시 현금흐름이 막히며 도산하는 모습은 산업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부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거의 모든 매출을 국내 조선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주환경에 따라 실적이 급격하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 시장 개척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현실적으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기엔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장 운전자금이 모자란 상황에서 R&D 확대는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소조선사도 갖추지 못한 R&D 역량을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자재 업체들에게 갖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신규투자가 없는 한 해외 조선사로의 매출다변화 전략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파이낸싱 나선 기자재업체들…회생절차 진입 사례도

그러나 신규 투자는 커녕 차입금과 메자닌의 상환에도 벅찬 일부 기자재 업체들은 사실상 리파이낸싱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투자 유치지만 사실상 기존의 전환사채(CB) 등을 상환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해 변제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여전히 조선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1월 신화기업이 216억원에 인수한 스타코 역시 마찬가지다. 인수 당시 신화기업은 인수금융을 활용해 스타코를 인수했지만, 이를 변제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연합자산관리의 구조혁신PEF가 130억원의 신규 전환사채(CB) 투자를 시행하며 인수금융을 변제할 수 있었다.

상장사 지위를 보유해온 현진소재는 최근 회생절차에 진입했다. 크랭크 샤프트를 만드는 선우씨에스 등 관계사 역시 회생절차에 진입해 채권조사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인 자금난을 겪어온 현진소재는 주주들의 자금지원이 이어져 왔지만 결국 회사의 존폐기로에 섰다.

IB업계 관계자는 “몇몇 기자재 업체들이 매출을 확대하며 외형을 키워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본다”며 “향후 조선업 수주에 따라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엔 이들이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PEF 등장해 투자해달라”…투자자는 난감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조선 기자재 업체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조선 건조를 해온 조선업체 이외 이들 업체들에게도 유동성 공급이 진행되어야 국내 조선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자재 업체들이 무너질 경우 관련 산업이 밀집한 부산·경남지역의 충격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는 구조혁신펀드 등의 출자를 받은 PEF 운용사들이 나서주길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조선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온 연합자산관리 등이 지속적으로 기자재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이어나갈 경우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쉬워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업계는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소시어스PE가 인수한 HSD엔진의 사례처럼 사전적 구조조정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생절차나 자율협약 등을 거치지 않는 사전적 구조조정의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조선기자재업체들에도 투자가 가능하다”며 “이들이 정책자금의 지원을 받은 만큼 기자재 업체를 포함한 조선산업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PEF 운용사들 입장에선 아직 업황 회복세가 확실하지 않고 기존의 채무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부담요인이다. 구조혁신펀드를 결성한 운용사들 역시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PEF 업계 관계자는 “아직 조선업에 투자하기엔 리스크 요인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업황 회복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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