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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팔라진 대출 증가세, 시스템으로 '자본 여력' 확대 [CRO 워치]정책금융 역할 충실, 자본적정성 일부 영향…바젤Ⅲ 조기도입, 리스크 시스템 정교화

고설봉 기자공개 2020-06-11 10:01:2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9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는 은행의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가팔라진 대출 증가세로 자기자본(BIS)비율이 하락하는 등 자본적정성 훼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대출잔액 증가 만큼 자본조달을 통해 자본적정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한은행은 바젤Ⅲ 조기도입을 위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위험가중자산(RWA) 재산정을 통해 단기간 자본적정성을 끌어올려 위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은행의 경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늘어난 대출자산의 부실을 사전에 얼만큼 통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늘어난 대출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고정이하여신(NPL)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향후 신한은행의 리스크 관리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정책금융’ 역할 수행, 가파른 대출자산 증가…위기경보 시스템 활용, 선제적 방어

경기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경제계 전반에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소호·가계 등 전 영역에 걸쳐 신한은행의 대출자산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올 1분기 시작된 급격한 대출자산 증가세는 2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적극적인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출자산 증가를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객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대 한도까지 대출을 실행하는 추세다. 정책자금 자체가 시중은행을 통해 기업과 가계에 흘러들기 때문이다.

실제 올 1분기 신한은행의 대출 자산은 예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증가했다. 대출잔액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2.6%에서 올 1분기 2.9%로 상승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1분기를 정점으로 2분기부터 2% 이하로 유지돼 왔다.

특히 대기업과 가계일반자금 대출 증가세가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다. 직전 분기 대비 올 1분기 대기업대출은 12.9% 상승했고, 가계일반자금대출은 5.6% 늘었다. 이에 따라 대출잔액 총액은 231조468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대출잔액 증가세는 올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여전히 가계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고 있다. 경기 악화가 장기화 하면서 소호대출도 성장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대출자산 증가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내부의 경각심을 높이는 신호탄이 됐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대출자산이 증가하면서 이에 맞춰 리스크 관리도 더 치밀하고 정교해져야 한다는 경영적 판단이 내려졌다.

김임근 신한은행 부행장(CRO)은 “평상시에는 정해진 한도 및 수준 범위 내에서 리스크를 관리할수 있도록 한다”며 “소위 적정한도, 연초에 세웠던 경영계획 등 범위에서 대출자산이 크게 불어나는 것을 경계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고 밝혔다.

김 부행장은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은 특별하다”며 “초기에 리스크를 잘 감지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체계적으로 종합위기관리체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 대출 축소 지양"…바젤Ⅲ 조기 도입으로 '버퍼' 높이기 총력

외생변수의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신한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말 대비 자기자본(BIS)비율은 0.4% 포인트, 기본자본(Tier1)비율은 0.2% 포인트, 보통주자본(CET1)은 0.3% 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주요 수치가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대외 여건이 어려워지는 만큼 신한은행은 현재의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는 한편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를 미리 예측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사전에 리스크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신한은행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본여력(버퍼)’을 더 높여 외생변수에 대응하고 각종 리스크 관련 지표들을 안정화 하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신한은행은 바젤Ⅲ 규제 개편안에 맞춰 우선 시행되는 신용리스크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신용리스크의 위험가중자산 산출방법은 신표준방법으로 단일화 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 11월 전까지 이를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당국에서 위험가중자산 평가와 관련한 부분을 조기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기적으로도 신한은행의 전략은 잘 들어 맞았다. 당국은 희망하는 은행에 한해서 바젤Ⅲ 시행 시기를 2023년 1월에서 올해 6월로 앞당겼다.

김 부행장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국에서 시장 유동성 공급 역할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도입 시기를 앞당겨줬다”며 “6월 말부터 신표준 방법으로 BIS비율 산출이 가능한데 기존 보다 300bp 이상 수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바젤Ⅲ를 조기 적용하면 당장 위험가중자산을 재평가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낮아지면서 단기간 위험가중자산의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분모인 자본(자기자본·기본자본·보통주자본)항목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분자인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드는 만큼 BIS비율 등 자본적정성이 개선될 수 있다. 신한은행의 BIS비율은 단기간 약 300bp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3월 말 기준 15.5%였던 BIS비율이 약 19%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BIS비율을 일시에 끌어올린 만큼 대출자산 급증에 따른 부담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및 정책 변화에 미리 대응해 버퍼를 높인 결과다. 이에 따라 하반기 대출자산이 더 증가해도 대규모 자본조달 없이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시스템적으로 자본여력을 높인 만큼 단기적으로 리스크 관리 여력이 증가했다.

◇2023년 바젤Ⅲ 완전 도입…자산건전성 유지가 관건

다만 2023년 1월 바젤Ⅲ가 완전히 도입되면 BIS비율은 다시 하락할 우려가 있다. 바젤Ⅲ 조기도입에 따라 현재는 대출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하지만 향후 이 비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또 자기자본 측정 등에도 일부 변화가 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계속해 자본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조달 및 중장기 위험가중자산 관리 등에 리스크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영구채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행장은 "이번 시스템 조기 구축으로 인한 BIS비율 개선효과가 계속 유지되진 않겠지만,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자본 여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사전에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자산의 리스크 관리에는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올 1분기 신한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소폭 악화했다.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NPL비율은 0.01% 포인트, 연체율은 0.05% 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이 7.3% 증가하면서 충당금잔액도 2.2%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추가적인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를 막기위해 대출자산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전적 고객 관리를 시작했다. 모니터링 주기를 더 짧게 변경하고 수시로 신용도 추이를 점검하고 있다.

위험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예전보다 더 민감하게 적용하고 있다. 대출자산에 대한 민감도가 상승한 만큼 전사적인 대응 메뉴얼도 미세하게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등급 및 담보물에 대한 수시 재평가를 통해 리스크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또 최우선적으로 NPL 발생을 미리 인지하기 위해 고객 관리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각 영업점에서 고객과의 소통을 늘려 부실 여부를 감지할 수 있도록 현장실사 등을 강화하고 있다. 사전에 리스크의 총량을 측정하고 리스크가 한꺼번에 불거지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이다. 또 리스크 발생을 억제할 수는 없지만 미리 예측 가능한 선에서 리스크를 통제한다는 전략이다.

김 부행장은 “코로나19로 시장의 변동성 커지면서 거래처의 신용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며 “’자금 지원을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고차 방적식을 풀어내는데 초점을 두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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