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 워치]하나은행, 코로나19 외생변수...핵심은 부실자산 판별 여부연체율 선제적 관리, 신용등급 수시 재평가…자본적정성 등 여력 충분
고설봉 기자공개 2020-06-16 13:44:2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1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최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지표는 대출자산의 연체율과 차주(하나은행은 손님이라고 호칭)의 신용등급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지만 경기악화가 지속되면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하나은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손님의 과거 연체율과 현재의 대출상환 능력 등을 종합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손님의 신용등급을 수시로 재평가해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부실징후가 포착되면 선제적으로 이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악화가 계속되는 만큼 대출자산에 대한 스트레스도 높아졌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그동안 꾸준히 자본 여력을 키우고 RWA를 관리해온 만큼 당장 큰 폭의 자본적정성 훼손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생변수가 크지만 버텨낼 체력을 갖춰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연체율 집중관리…대출자산 및 손님 신용등급 수시평가
황효상 하나은행 부행장(CRO)은 “연체율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이 신용등급이라고 본다”며 “외생변수에 따른 불가항력이 있지만 연체라는 것 자체가 오늘 문제되서 바로 생기는 게 아니고 이미 이전부터 문제가 돼 오다가 코로나19라는 트리거를 만나 표면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체율을 가장 중요한 위험신호로 보는 이유는 최근 대출자산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대비 올 1분기 대출잔액 증가율은 2%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말 대비 지난해 1분기 대출 증가율 1% 대비 두배 가량 높아진 수치다
특히 하나은행은 올 1분기 대기업과 서민금융 분야 대출이 이례적으로 늘었다. 2018년 말 대비 지난해 1분기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3.4%였지만 올 1분기에는 14.4%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신용대출은 마이너스(-) 2.6에서 3.8%로 크게 늘었다.
연초 예상했던 대출 증가율보다 보다 더 가파르게 올 1분기 대출자산이 늘어나면서 우려도 커졌다. 자칫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실제 은행은 연간 사업목표를 세울 때 경기 전망과 자금조달 계획에 맞춰 대출자산 확대율을 설정한다. 조달과 대출이 서로 적정선을 벗어나면 그만큼 오차가 커지고 이는 리스크 총량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황 부행장은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그 속도에 맞춰 영업이 진행되는 게 가장 리스크가 적은 경우”라며 “올 상반가에는 이례적으로 외생변수가 크게 작용하면서 사전에 예측하거나 예상하지 못 하는 리스크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자산의 증가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꺼내든 방법은 집중관리다. 리스크를 최대한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차원에서 대출자산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연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손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늘리고 있다. 현장 실사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사전에 부실을 감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손님들의 신용등급 변경 이슈와 연체율 추이를 집중해서 살펴보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을 업데이트 하고 재평가 주기를 짧게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향후 연체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손님들의 신용등급이 최대 2개 등급 정도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부사장은 “아직까지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최근 서민금융이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대출이 많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의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 1분기까지 하나은행의 연체율 추이는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0.38%였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26%를 거쳐 올 1분기 0.25%로 하락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본격화 하기 이전 수치다.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경기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경기악화가 더 심해진다면 대출자산의 스트레스가 더 높아지고, 이는 연체율을 높이는 요인될 수 있다.
◇"꾸준히 기초체력 쌓았다"…RWA 일부 늘어도, 자본적정성 여유
이처럼 치밀하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수시로 대출자산에 대한 신용등급 재평가가 이뤄지면 현재 상황에서는 RWA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상황과 맞물려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RWA 증가는 향후 BIS비율 등 자본적정성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RWA 증가에 맞춰 적절히 자본을 보충해줘야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자기자본(BIS)비율과 기본자본(Tier1)비율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보통주자본(CET1)비율의 경우 증자를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자본을 늘릴 수 있어 단기간 수치 개선이 힘들다.
이처럼 대외적인 신용리스크 지표인 자본적정성 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은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출자산 및 손님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간으로 더 치밀하게 하려고 하는 이유는 리스크 발생을 정확히 예단하고 관리해 리스크 자체가 더 크게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더불어 그동안 꾸준히 BIS비율 등을 관리하면서 자본적정성 수치를 많이 끌어올려 놓았던 것도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비율 하락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 만큼 단기간 RWA 증가를 감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지속적인 자본 확대와 RWA 관리 등을 통해 주요 자본적정성 지표를 일제히 끌어올렸다. 특히 2015년 옛 외환은행과 합병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지표들을 2016년 말부터 높이기 시작해 2017년 이후부터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하나은행의 BIS비율은 15.68%를 기록, 국민(15.01%), 신한(15.54%), 우리(14.77%), 농협(14.80%) 등 경쟁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 1분기 급격한 대출자산 확대 여파로 일부 지표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이다. 기본자본(Tier1)비율은 13.55%,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49%를 각각 기록 중이다. 이 역시 타행에 비해 높게 유지되고 있다.
황 부행장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영업활동을 위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나가는 것이 방법”이라며 “자본적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대출자산 중 부실이 발생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사전에 잘 분별하는 능력이 앞으로 은행들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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