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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HDC현산 주장 공개 반박한 산은, 왜?'팩트체크' 자청해 현산 주장 오류 지적, 협상력 강화 목적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18 09:10:27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1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선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재무상태 관련 자료 제공 등을 놓고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제3자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손을 들어줬다.

이를 두고 현대산업개발과 인수조건 재협상에 돌입할 산업은행이 주도권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이 양보를 요구할 때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내용들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시 입을 다물어버린 현대산업개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17일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간담회 종료 직후 'HDC현산 보도자료 관련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9일 보도자료 형태로 주장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팩트체크'를 자청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대현 부행장은 자료 제공 관련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중 누구의 주장이 맞느냐는 물음에 "곤란한 질문"이라면서 "다만 '팩트'를 기반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몇가지 정리할 수 있어 자료를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팩트'라는 전제를 깔고 낸 자료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이날 산업은행이 반박한 내용은 △부채 대폭 증가 △외부감사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적정 의견 표명 △현산 측의 동의 없이 대규모 차입 △자료 부실 제공 등 네 가지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계약 관련 중대한 상황이라며 재점검을 요청한 것들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현대산업개발의 동의 없이 채권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 규모의 차입을 승인했다는 것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고 채권단의 필수조치임에도 현산 측이 부동의해 동의 없이 진행했다"며 사실상 책임을 현대산업개발 측에 돌렸다. 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적정 의견 역시 재무제표의 신뢰성과는 무관하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의 이날 공개 반박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명분을 최소화하고 추후 협상시 우위를 내주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에 변화가 생긴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현대산업개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뜻을 확실히 전달한 것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팩트를 정정한 부분들은 현대산업개발이 낸 자료 중 인수포기를 암시하는 것처럼 읽히는 대목들이다.

현대산업개발을 공개적으로 자극해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현대산업개발의 입장 표명에 대해 회신을 한 이후 다시 연락이 끊긴 상태기 때문이다. 딜을 성사시켜야 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일단 현대산업개발을 만나 협상의 물꼬를 트는 게 급선무다.

양측은 아직 협상방식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면을 통해 의미 왜곡을 막자는 현대산업개발과 달리 산업은행은 직접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자며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날 산업은행이 '팩트'를 건들이며 현대산업개발도 반박을 하려면 침묵을 깨고 밖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실상 재협상의 첫단추를 꿰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상호신뢰를 강조하며 다시 한 번 현대산업개발에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시장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협의할 게 많은데 서로가 믿고 얘기하면 많은 걸 풀고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산업은행)는 현대산업개발을 신뢰하고 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산도 우리를 믿고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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