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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수금융 치킨게임]'6년새 4배 성장' PE 활성화로 수요 급증①기존 은행에 증권사까지 가세 '각축전'

한희연 기자공개 2020-06-24 10:37:07

[편집자주]

M&A 시장의 한 축인 인수금융은 그 역할과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늘어나면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뎃 파이낸싱(Debt Financing)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과거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인수금융 시장은 증권사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인수금융업계의 현실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총 세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3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수합병(M&A) 딜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서 뎃 파이낸싱(Debt Financing)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조 단위 딜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국내 M&A 시장에서 인수금융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인수금융시장은 참여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IB 강화'가 금융회사의 화두인 요즘 그 일환으로 인수금융 시장 포지션을 늘려 나가려는 수요가 많아지며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M&A 딜 증가로 차입 확대, PEF 대형화도 한몫

더벨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M&A 인수금융 주선 실적은 22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인수금융 주선 규모는 더벨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5조2300억원이었으나 2015년 11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다. 2017년과 2018년에는 14조원대에 달했고 2019년 22조원을 넘기며 폭발적 성장속도를 경험하고 있다. 6년여 만에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인수금융 주선업무에 매달리는 플레이어도 점차 늘었다. 2013년엔 10개 회사만이 국내 인수금융 주선 실적을 올렸다면 2015년 16개사로 늘었고 2019년엔 19개 회사가 인수금융시장에서 주선실적을 쌓고 있다.

은행들은 저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예대마진만으로 한계가 있어 비이자수익 창출을 위해 투자금융 부문을 키우며 일찌감치 국내 인수금융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증권사의 경우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국형 IB를 육성한다는 기치 아래 대규모 자본확충이 선행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인수금융 업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수금융 시장 활성화는 경영참여형 PEF의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전통자산으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형 출자기관들은 대체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이로인해 사모투자운용사들에게 출자되는 돈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PEF 운용사의 경우 레버지리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딜 구조를 짤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타인 자본을 활용하는 인수금융 수요 역시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저금리 대출 경쟁에 나서면서 뎃 파이낸싱은 효율적인 조달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은행→증권사로 무게추 이동, 과점서 완전 경쟁체제로

과거 인수금융 주선 업무는 소수의 은행이 주도한 과점시장이었다. 하지만 증권사가 가세하면서 완전 경쟁체제로 변모했다. 증권사들은 2015년을 전후로 인수금융 업무의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은행의 리스크심사 문턱이 높았던 상황에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IB들은 고밸류를 반영한 대규모 인수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틈새를 파고 들었다. PEF가 인수주체인 딜에서 굵직한 일감을 연이어 따내며 인수금융 시장의 전면으로 자리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2013년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서는 신한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이 수위권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도 우리은행, 한국산업은행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 상위 10위권에서 하나금융투자를 뺀 나머지는 모두 은행이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과거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하나은행에서 건너간 인력들이 PEF 등에 인수금융을 제공하고 있어 당시 증권사 중에서는 이례적인 실적을 나타내는 곳으로 평가됐다.

변화가 감지된 시기는 2015년부터다. 당시 NH투자증권은 한온시스템과 홈플러스, 금호고속, 에이치라인해운 등 다수의 인수금융과 리파이낸싱 9건의 딜을 수임하며 1위로 등극했다. NH투자증권이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상위 10위권에는 6개 은행이 순위를 차지했다.

이후 증권사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고 2017년에는 미래에셋대우를 선두로 상위 5위권에는 2개의 은행만 남았다. 2018년 이후에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EB하나은행이 상위 5위권에서 디폴트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나금투 출신 각사 주축으로, 중소형사 등장도 눈길

M&A 인수금융 시장에서 증권사의 활약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주도하는 대형 딜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증권사 특유의 영업 성격이 맞아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여기에 인력 이동으로 인한 이유도 빼 놓을 수 없다. 2017년 이후 인수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증권회사 인수금융 조직 대부분은 과거 인수금융 강자였던 하우스 인력들이 이동해 세팅한 곳이 많다.

KB증권의 서일영 전무와 양현종 상무는 하나금융투자 인수금융에서 활약하다 2016년 이직한 경우다. 삼성증권의 정영균 상무도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를 거친 인수금융 전문가다. 삼성증권은 신한은행 투자금융부 출신의 박성호 이사까지 합류하며 현재의 인수금융조직을 갖췄다.

2017년~2019년 인수금융 리그테이블 1위를 지켜온 미래에셋대우 역시 하나금융투자 출신의 최훈 대표가 김미정 상무 등과 함께 자리를 옮겨 인수금융 실적을 키운 경우다.

인수금융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속속 등장하며 실적을 쌓기 시작한지 4년여가 지난 지금, 중소형 증권사들도 속속 뛰어들며 참여 기관은 더욱 늘고 있다.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최근 1~2년 새 인수금융 주선사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홈플러스, 우양에이치씨, 이랜드파크, 마제스티 등의 인수금융을 주선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중소형 증권회사들은 역시 기존 시중은행 등에 몸담고 있는 인수금융 시장의 주된 플레이어들을 적극 영입하며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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