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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 HMM, 기안기금 수혜 '2호' 되나 비용 절감·운임 급상승 등으로 적자폭 축소, 이미 산은 자금 수혈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24 08:30:23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2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최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운용규정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수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대한항공이 첫번째 지원 대상으로 낙점되면서 해운업계 대표격인 HMM(옛 현대상선)이 '2호'로 꾸준히 언급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해운업계에서는 HMM이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으로 보기 어려운데다 이미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하에서 꾸준히 자금 수혈을 받아왔다는 점 등이 근거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아직 기안기금 신청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이번주로 예상됐던 공고 및 접수가 이달 말쯤으로 미뤄지며 신청 자격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은행은 온라인간담회를 열어 기안기금에 대한 주요 내용을 시장과 공유했지만 해운업종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상 기안기금의 대상은 항공과 해운이다. 이 밖에 다른 산업들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장관의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추가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두 업종이 전부다. 특히 산업은행이 M&A가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형평성 문제가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해운사가 2호 기업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당초 HMM은 정부가 기안기금 조성을 위한 초안을 짜기 시작했을 때부터 항공사들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언급돼왔다. 국내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데다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 등 정부가 내건 정량적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4조3949억원이고 임직원 수는 1437명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는 HMM이 우선순위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고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신청을 하지 않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오고 있다는 점 역시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HMM은 올 1분기 매출액 1조3131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의 영업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1조3159억원)은 비슷했으나 영업손익(-1057억원)이 대폭 개선됐다. 당기순손실 역시 마이너스(-)1785억원에서 -656억원으로 적자폭이 1000억원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었으나 운항비 절감과 수익성 위주의 영업, 중동·인도 운임 급상승 등에 힘입은 결과다.

HMM 1분기 IR 보고서에 담긴 실적.

특히 HMM은 4월부터 세계 최대규모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유럽 노선에 투입하기 시작하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20분기 연속 이어오고 있는 적자행진을 멈추고 올 3분기 흑자전환할 거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HMM이 기안기금 지원 대상으로 적합한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기안기금 자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긴급 지원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최근 "기안기금은 코로나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었던 회사가 아닌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쌍용차가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직접적인 이유기도 하다. 산업은행이 이미 2016년부터 HMM의 대주주로 있으며 관리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갑자기 재무상태가 어려워졌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로 HMM은 올 4월 말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을 앞두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상대로 72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주주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엔 선박 건조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HMM이 발행한 9600억원 규모의 영구 CB를 인수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해 해운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맞지만 HMM은 오히려 적자폭을 크게 줄인 케이스"라며 "코로나가 없었다면 실적이 더 좋았을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그걸 가정해 지원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HMM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자금 수혈을 받아오고 있다"며 "기안기금 관련해서는 정확한 내용이 확정돼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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