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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화학 지분 인수한 롯데케미칼, 롯데정밀 합병 포석?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 첨단소재 합병후 시나리오 재개 '신호탄'

박기수 기자공개 2020-06-26 08:48:1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3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손자회사인 한덕화학의 지분 50%를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인수했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지주사 체계에 있는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의무적으로 100% 보유해야 한다는 행위제한 요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덤으로 롯데케미칼은 고수익을 내는 스페셜티 사업 분야를 직접 지배할 수 있게 됐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26일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한덕화학의 주식 22만5000주를 687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취득 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라고 공시했다.

롯데그룹의 기존 지배구조 상 한덕화학은 롯데지주의 증손회사였다.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한덕화학'의 구조였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다만 한덕화학이 롯데케미칼의 소유가 되면 지주사의 증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 지위가 돼 100%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단순 행위제한 요건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짙지만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 한덕화학 지분 인수가 롯데정밀화학 합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일본과의 합작사인 한덕화학의 지분을 선제적으로 인수하며 롯데정밀화학과의 합병 프로젝트의 초석을 닦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2020년 버전 '3사 합병' 시나리오 시작?

롯데케미칼은 100% 자회사였던 롯데첨단소재를 올해 초 합병했던 바 있다. 롯데첨단소재의 흡수 합병 소식을 밝혔던 작년, 업계에서는 2010년대에 이뤄졌던 '3사 합병' 방식처럼 또 다른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 역시 추후 흡수합병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보냈다.

당시 더벨과 인터뷰했던 롯데케미칼 고위 관계자 역시 "롯데첨단소재의 흡수합병은 2010년대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전신)이 단행했던 3자 합병의 2탄격이라고 보면 된다"며 "롯데케미칼의 화두가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스페셜티 제품군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첨단소재를 먼저 합병한 후 정밀화학 역시 합병해 갈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삼성그룹과의 '빅 딜'을 통해 롯데첨단소재(당시 SDI케미칼)와 롯데정밀화학(당시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했다. 롯데첨단소재의 경우 지분 90%를 인수(최근 지분 10% 추가 인수)했지만, 롯데정밀화학의 지분은 31.13%만을 확보했다.

여기서 주목받는 역사가 2010년대 초에 이뤄졌던 롯데케미칼의 3사 합병이다.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은 2000년대 후반 자회사였던 롯데대산유화와 KP케미칼을 합병해 거대 화학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9년 초 계획이 실행됐고 100% 자회사였던 롯데대산유화는 별 탈 없이 합병 작업을 끝냈다. 문제는 KP케미칼이었다.

당시 호남석유화학은 KP케미칼의 지분을 52%만을 확보하고 있었다.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다 발생해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할 경우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고 전해진다. 무리한 합병 대신 기다림을 택했고, 2012년에 다시 한번 합병을 추진해 그때서야 3사 합병이 이뤄졌다. 현재 사명인 '롯데케미칼' 역시 3사 합병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과정은 당시 3사 합병 과정과 너무나 닮아있다. 100% 자회사 롯데대산유화를 무리없이 합병한 것처럼 올해 초 롯데케미칼은 100% 자회사가 된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다. 남은 것은 31.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이다. 다만 코로나19 등 경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합병 시점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고수익 알짜' 한덕화학

롯데케미칼이 지배력을 쥐게 된 한덕화학은 1994년 말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일본 도쿠야마와 합작해 세운 기업이다. 도쿠야마는 글로벌 기준 4위 실리콘 제조업체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한덕화학은 울산에 공장을 두고 TMAH(Tetra Methyl Ammonum Hydroxide)를 생산하고 있다. TMAH는 반도체와 LCD, 축전기, 센서 등 고집적화 전자기기 회로를 만들 때 쓰이는 현상액이다. 에틸렌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롯데케미칼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업 분야다.

주목할 점은 꾸준히 높은 수익성이다. 글로벌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정밀화학업체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덕화학은 작년 매출 748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9.7%로 높은 편이다. 범용 화학 제품의 글로벌 수급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과는 달리 매년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알짜 회사'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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