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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소문만 무성 '베일에 싸인' 자구안 득실은'3조6000억 지원' 2개월 새 '속전속결' 성사, 산은 신뢰 지킬지 관심

박상희 기자공개 2020-06-26 08:47:29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3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월 말 불거진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이달 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1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해갈 국면에 접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은 약 2개월 만에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와중에 KDB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과 두산그룹 간 외부로 드러난 힘겨루기나 갈등은 없었다. 두산그룹은 3조원의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산업은행의 지원을 이끌어냈고 채권단 지원도 통크게 이뤄졌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자구안 내용에 쏠렸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에 부쳐진 상태다. 산은에 제출한 자구안을 비공개하면서 얻는 두산그룹의 득실은 무엇일까.

두산중공업은 3월26일 산업은행과 1조원 대출 약정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공식적으로 불거진 시점이다. 탈석탄·탈원전정책 영향으로 몇 년간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면서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갚지 못할 위기에 몰렸음을 자인한 셈이다.

산은과 수은은 3월 말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지원했고 이후에도 외화 채권 상환용으로 6000억원, 운영자금 등의 용도로 80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이달 초에도 1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하면서 자금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은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3월 말 공식화 된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는 채권단의 통큰 지원 속에 2개월 만에 빠르게 해결됐다. 내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약 1년 여의 시간을 번 셈이다.

채권단 지원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것은 두산중공업의 차입구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연내 갚아야 할 채권 4조2000억원 가운데 만기 연장 가능성이 높은 금융권 차입을 제외한 회사채 1조원 이상의 만기가 2분기에 몰려 있었다.

두산중공업은 산은과 수은 지원에 힘입어 지난달 50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조기 상환하는 등 2분기에 몰려 있는 1조1718억원 가량의 채권 상환을 마무리했다.

물론 두산그룹의 대처도 기민했다. 산업은행과의 1조원 대출 약정을 공시한 지 약 2주 만인 4월 13일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과 논의를 거친 최종 자구안은 같은 달 27일 제출했다. 두산그룹은 자구안을 통해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 자구노력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자산 매각 대상에 대해서는 두산그룹과 산은 모두 함구했다. 두산그룹에서 먼저 산은 측에 비공개 요청을 했고 산은도 이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두산 측의 요청으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과 회동을 갖는 등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앞서 1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그룹의 자구안을 비공개 하는 것에 대해 "두산그룹의 규모와 자산 형태를 볼 때 시장영향이 많은 것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영업력 훼손이나 기업가치 절하, 직원들 동요, 노조이슈, 기술인력 이탈 등 자구안 공개로 가져올 수 있는 플러스 효과보다는 마이너스가 많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구체적인 자구안 내용이 비밀에 부쳐지면서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포함해 두산밥캣, 심지어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해 올랐다는 루머가 돌았다.

현재 두산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매각을 진행 중인 자산은 두산솔루스와 두산타워, 모트롤BG, 골프장 클럽모우CC 등이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두산밥캣이나 두산인프라코어은 두산그룹의 매각 의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자구안 비공개가 시장의 혼선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두산그룹은 공식적으로 채권단이 자구안을 받아들였으니 이행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바람과는 달리 자구안의 주요 내용이 자산 매각이기 때문에 M&A(인수합병) 시장을 비롯한 원매자 후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든 것은 결과론이다. 비공개된 두산그룹의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행돼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 부행장은 이와 관련 "두산그룹에서 매각이 잘 진행되면 채권단이 진행한 긴급자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은 조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구안 이행이 계획과 달리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의 상환 만기는 1년이다. 연내 자구안 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는 내년에 더 큰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자구안이 비공개되면서 시장에서 여러가지 루머가 나오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도 "현재는 산업은행이 두산그룹의 자구안 실행 의지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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