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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을 움직이는 사람들]판검사 의기투합 "세상에 없던 로펌 만들자"①김재호·강훈·홍지욱 주축, 부장판사·대법관 합류 줄이어

김병윤 기자공개 2020-06-29 15:04:03

[편집자주]

법무법인 바른은 '송무'의 강자로 꼽히는 로펌이다. 판사 출신이 기틀을 다지며 검찰 인력을 더한 색채가 업무에서도 묻어난다. 최근 우수 인력을 더하며 자문·중재·노동·4차산업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더벨은 바른의 22년사를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6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바른은 강훈, 홍지욱, 김재호 등 평판사 출신 변호사 3명과 검사출신으로 경제관료를 지낸 베테랑 김찬진 변호사 등 4명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졌다.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법률회사를 만들어보자"는 모토로 출발한 바른은 1998년 세상의 빛을 봤다.

설립 초기 업무중심은 송무였다. 법조인의 경력이 비교적 짧은 30·40대 주축으로 설립됐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밀리지 않을 자신감은 바른만의 강력한 무기였다. 브로커(사무장)가 고객을 응대하던 게 당연시되던 시절 바른의 변호사는 직접 고객을 마주하며 실력 하나로 다른 로펌과의 차별화를 만들어나갔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로펌을 만들어보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간 지 22년. 자문·중재·노동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법무법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함께 개업하자" 약속 현실로 이어져

바른의 설립은 사법연구원 14기와 16기간 변호사 개업 논의가 도화선이었다. 같은 재판부에서 근무하며 가깝게 지냈던 강훈(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와 홍지욱(16기) 변호사는 '훗날 개업하면 함께 하자'고 했다. 그 막연한 약속이 바른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변호사 개업 의욕이 강했던 홍 변호사가 강 변호사에 동업을 제안했다. 당초 개업 계획이 없었던 강 변호사는 1997년 중순부터 이어진 홍 변호사의 강력한 러브콜에 마음을 돌렸다.

1997년 또 다른 14·16기가 개업을 논의하고 있었다. 김재호(16기, 사진) 변호사는 이성훈(14기) 당시 서울고등법원 판사로부터 개업 제의를 받는다. 1987년 판사로 임용된 후 변호사 개업을 생각한 적 없었던 김 변호사는 이 판사의 제의 후 변호사 개업을 고민한다.

김 변호사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시절 변호사 개업에 한 걸음 다가서지만 생각지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변호사 개업을 제의한 이 판사가 판사직 잔류로 방향을 틀었다. 돌발 변수에 맞닥뜨린 김 변호사는 단독 개업을 할지 판사를 계속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김 변호사에 해답을 제시한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판사다. 이 판사가 강훈 변호사와 김재호 변호사를 연결하면서 지금의 바른을 있게 한 3인이 모였다. 처음 모인 자리에서부터 브로커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자는 철학을 공유했다.

김 변호사의 애를 태웠던 이 판사는 바른 설립 10년 후인 2008년 합류했다. 판사 출신 3명이 기틀을 잡은 후에는 김찬진 변호사가 합류했다. 그는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 요직을 거친 인물이다.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 △대우그룹 △한화그룹 △주택공사·토지개발공사(현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카드(현 KB국민카드) 등을 고객으로 하며 바른의 기업자문 부문의 초석을 다졌다.

홍지욱 변호사(왼쪽), 이성훈 변호사

◇패기에 더한 연륜, 고법 판사 이어 대법관까지 합류

10여년 업력의 판사 출신이 설립한 신생 법무법인 바른은 후속 인사를 발 빠르게 단행했다. 젊은 법관이 주축인 바른에 무게감을 더하는 인사를 영입하는 데 주력했다.

개업 한달 후 서울가정법원 판사를 지낸 최혜리 변호사가 합류하고 얼마지 않아 1998년 6월 최영노·서현(이상 16기) 변호사가 바른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영노 변호사는 판례 검색 시스템인 '법고을'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법원 내에서 정보 기술 전문가로 불린 인물이다.

바른은 설립 이듬해인 1999년 조중한(1기)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했다. 조 부장판사는 27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실력은 물론 인품까지 갖춘 인물로 평가받았다. 조 부장판사가 퇴직, 변호사 시장에 나온다는 소문에 여러 로펌에서 스카우트 경쟁이 펼쳐졌다는 후문이다. 바른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조 부장판사를 대표 변호사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조 부장판사가 바른의 대표 변호사로 적을 옮기면서 인재 확보가 더욱 가속화 됐다. 9년 동안 판사로 일하며 조세·행정 분야 소송을 담당했던 정기돈(19기) 변호사도 이때 바른에 합류했다. 이어 정귀호(고등고시 15회) 대법관 영입에 성공, 설립 2년 만에 고등부장에 이어 대법관까지 스카우트했다.

정 전 대법관은 바른의 지명도를 제고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실제 정 대법관 합류 후 박인호(3기)·정인진(7기)·김치중(10기) 등 서울고등부장판사 출신들이 바른에 줄이어 입성했다. 법원 내 대표 마당발로 불린 김동건(1기) 서울고등법원장 역시 바른에 합류하며 신생 로펌에 힘을 실었다.

김재호 변호사는 "바른이 설립 초기 우수한 인력 확보에 성공하면서 '바른' 아니라 '빠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며 "베테랑 법관들이 신생 로펌에 합류하며 바른의 설립 취지인 '올바르게 업무하자'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영노 변호사(왼쪽), 정인진 변호사

◇트랙레코드 차곡차곡 '실력 입증'

인재를 하나둘 영입하며 입소문을 탄 바른은 판결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젊은 법관들의 패기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바른은 △가스공사 통영기지 탱크공사 가처분 소송 △동서식품의 공정위 부과 담합과징금 취소 소송 △두산중공업 희망퇴직무효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서 승소를 이끌어 냈다.

가스공사 통영기지 탱크공사 가처분 소송의 경우 소송물가액은 5500억원에 달했다. 국영기업체가 소유하고 있는 원료탱크에 지자체가 재산세를 중과한 데 대한 재산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새로운 판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의 희망퇴직자가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사건에서는 두산중공업을 대리했다. 바른은 1심 패소 판결을 뒤집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산중공업이 패소했을 경우 400여명을 복귀시켜야 했고 임금 600억원 이상을 한꺼번에 지급했어야 했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무부담을 덜어내는 소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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