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백오피스 지각변동]한투운용 잡은 국민은행, 'TOP 3' 도약④은행 소속 '안정감' 무기 공격적 영업, 1.5년새 수탁고 2배 성장
허인혜 기자공개 2020-07-02 13:11:48
[편집자주]
사무수탁사의 수수료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수료 현실화에 독보적 1위 신한아이타스가 대형 자산운용사와 잇따라 결별하고 있다. 그 사이 차순위 사무수탁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며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더벨이 사무수탁 업계의 지각변동과 각 사별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백오피스 업계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30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 펀드서비스 부문은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신규 주 사무수탁사로 낙점을 받으며 도약에 성공했다.신한아이타스와 하나펀드서비스는 물론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와도 비등하거나 낮은 점유율을 보였지만 주 사무수탁사 수탁고 15조원 규모의 한투운용을 잡으며 업계 순위 3위로 뛰어 올랐다.
국민은행 펀드서비스 부문은 펀드 사무수탁·백오피스 업무 수행 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은행과 분사하지 않아 은행의 든든한 비호를 받고 있다.
◇한투운용, 백오피스 신한아이타스→국민은행 변경…3위 '안착'
국민은행 펀드서비스 부문은 최근 가장 크게 순위를 바꾼 사무수탁 기관이다. 4월까지만 해도 미래에셋펀드서비스와 1조5000억원 이상 격차가 벌어진 4위권 펀드서비스 업체였다. 우리펀드서비스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미래에셋펀드서비스, 국민은행, 우리은행펀드서비스가 60조원대 3~5위 시장 점유율을 다퉜다.
1년 반 전과 비교하면 국민은행 펀드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더욱 눈에 띈다. 최근 국민은행의 펀드 사무수탁고는 65조원 수준이다. 2017년 말 32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의 성장률이다. 그 사이 펀드 사무수탁고 자체가 확대 508조원대에서 690조원대로 급증한 영향도 있겠지만 국민은행의 성장폭은 타 사무수탁사에 비해 가팔랐다. 2018년 말 40조원 이상의 사무수탁고를 확보했고 2019년 말부터 50조원대 후반, 올해 초 60조원의 고지를 넘었다.
그 사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잡았다. 한투운용은 10년 이상 업계 1위 신한아이타스와 계약을 맺어왔다. 한투운용의 사무수탁사 교체가 신한아이타스가 제기한 수수료 정상화에 기반한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컸다. 펀드 사무수탁 서비스 시스템 구축이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 앞으로 10여년은 국민은행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펀드 서비스를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운용이 신한아이타스에 맡겨온 사무수탁고는 15조원 수준이다. 펀드서비스 담당 부서에서 20명의 직원이 한투운용에 파견돼 시스템 세팅 작업을 진행 중이다. 7월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
한투운용의 펀드 일반 사무관리는 내달부터 반영돼 국민은행의 점유율은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상반기의 점유율 확대는 한투운용을 빼고서도 이룬 성과라는 의미다. 점유율 확대를 두고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국민은행의 공격적인 영업력을 이유로 들었다.
A 펀드서비스 관계자는 "은행 소속 펀드서비스사다 보니 비용 부분을 은행이라는 큰 산이 막아주고 있어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 부담이 덜하다 보니 비교적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프레젠테이션 점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이야기했다.
국민은행 펀드서비스의 가격 경쟁력도 충분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한아이타스와 한투운용이 수수료 문제로 알력다툼을 했다는 것은 암암리에 시장관계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저렴한 가격이 선택에 한몫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귀띔했다.
◇20년 업력·'든든한' 은행, 인력수급·수탁고 확대에 '대형 수탁고' 눈앞
국민은행 펀드서비스의 강점은 20년의 업력과 은행 소속 부문으로서의 안정감이다. 업력으로는 업계 1위인 신한아이타스와 어깨를 견준다.
2000년 11월 일반사무수탁업무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초기부터 펀드 자산운용결과에 대한 평가, 순자산가치(NAV) 계산, 각종 회계장부 작성, 주식 발행 및 명의개서 대행업무, 주주명부관리업무 등 사무수탁업무 전반을 다뤘다.
국민은행 내부에 증권대행부가 있어 펀드서비스·백오피스로서의 역량이 갖춰진 상태에서 출발선에 선 점이 유효했다. 펀드 시장 초기 국민은행의 판매고가 두드러졌던 점도 한몫 했다. 2002년 자산운용통합법이 발효될 때도 자체 회계시스템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최근에는 IT부서와 협력해 시스템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무수탁사로 출발한 타 펀드서비스와 달리 은행에서 출발해 여전히 은행 소속으로 남아 있다. 비용과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 소속 사무수탁 서비스의 확고한 장점이 있다는 평이다. 기타 은행들의 사무수탁 업무는 펀드를 제외하고 이어지고 있거나 독립시켰고 그 외에는 외부 계약을 수주할 만큼의 규모를 갖추지 못한다. 은행뿐 아니라 계열사 자금도 국민은행 펀드서비스의 힘이다. 국민은행 펀드서비스에 가장 많은 자금을 맡기는 자산운용사는 KB자산운용이다.
2017년 펀드서비스 부문의 분사설이 새어나올 만큼 규모가 커졌다. 2015년부터 18개월간 이어온 일반사무수탁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마무리 수순에 들면서 분사가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당시 수탁고 순자산도 32조원 가량이 됐다. 다만 당시에는 분사가 성사되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마케팅을 추진할 때 유관부서와의 시너지, 또 인력과 시스템 개발시 은행 차원의 지원이 가능해 은행 내 본부로 펀드서비스를 시행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최근 인력 수급도 이뤄졌다. C 펀드서비스 관계자는 "HSBC펀드서비스가 사무수탁 업무를 축소하면서 국민은행에 HSBC펀드서비스 출신 인력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안다"며 "또 하나펀드서비스 등 기존 펀드서비스에서도 국민은행으로의 이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이 백오피스 업계 지각변동 초입에서 한투운용의 펀드 시스템 이관 절차를 밟는 경험을 한 점도 귀중한 자산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일수록 펀드 기준가격 산출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방대하고 까다로워 이관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최근 주 사무수탁사를 교체한 자산운용사는 한투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등이다. 이중 한투운용의 주 사무수탁사 펀드서비스 수탁고가 가장 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투운용과는 10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예상한다"며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한투운용에 적합한 시스템을 제공했고, 타사에 비해 한투운용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11월부터 주문관리시스템, 투자정보시스템, 회계처리시스템 등 사무관리업무 전반을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며 "자산운용사 신규 유치와 기존 운용사 유지를 통해 운용사의 수탁고 비중을 늘리고자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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