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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SRI채권 전망]시장 연 산업은행, '최초' '유일' 타이틀 쏟아냈다③녹색채권으로 원화 시장 포문…국내 최초 표준관리체계 수립, 외부검증 추진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06 15:06:51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가 SRI채권 시장 만큼은 비껴갔다. 견고한 신용도를 보유한 공공기관이 주도한 덕분이다. 산업은행이 첫 원화 SRI채권을 발행한 이래 주택금융공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대규모 물량을 쏟아냈다. 올 상반기까지 SRI채권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제 양적 성장보다 질적 관리다. 사전검증, 사후보고 과정 등으로 관심이 기운다. 공공기관 SRI채권의 발행 과정과 관리 적정성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3일 0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국내 SRI채권(사회책임채권, ESG채권이라고도 불림) 시장에서 의미가 크다. 사상 최초로 원화 녹색채권(그린본드)을 발행해 국내 SRI채권 시장을 연 데 이어 최초로 원화 사회적채권(소셜본드)도 찍어냈다. SRI채권 시장의 선구자인 셈이다.

SRI채권 시장이 열린 지 3년차를 맞은 지금도 산업은행은 '최초' '유일' 타이틀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세 가지 종류의 채권을 모두 발행한 곳은 산업은행뿐이다. 세 가치 채권을 아우르는 자체적 표준관리체계를 수립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산업은행은 올해 발행되는 SRI채권부터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검증받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이런 방침을 세운 곳은 산업은행이 유일하다.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투자자 관심과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원화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첫 발행

2일 한국거래소 SRI채권 세그먼트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이 발행한 SRI채권은 모두 2조4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발행한 SRI채권은 1조원으로 모두 사회적채권으로만 발행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긴급 금융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반기 SRI채권 발행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거래소 SRI채권 세그먼트
산업은행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SRI채권은 31조3133억원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사회적채권으로 MBS를 27조원 넘게 쏟아낸 것을 제외한 나머지 SRI채권은 모두 3조9200억원뿐이다. 이 중 산업은행 비중은 25%가 넘는다.

산업은행 SRI채권에는 규모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해 SRI채권 시장을 열었다. 또 사상 처음으로 사회적채권을 발행했다.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까지 SRI채권을 세 가지 모두 발행한 곳도 산업은행이 유일하다.

산업은행의 녹색채권은 2018년 5월 3000억원 규모로 발행된 것으로 태양광과 복선전철사업에 투자됐다. 2018년과 지난해 발행된 사회적채권은 각각 일자리 창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지난해 발행된 지속가능채권은 일자리 창출분야와 태양광, 풍력 등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활용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고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고자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했던 것”이라며 “2017년 6월에도 외화표시 녹색채권을 발행해 국외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저탄소사업에 금융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관리도 ‘모범’?…최초로 표준관리체계 수립

SRI채권은 외부기관에서 사전검증을 받았는지, 사후보고를 제대로 해냈는지도 중요하다.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을 아우르는 표준관리체계를 만들고 딜로이트안진에서 인증을 받았다. 이 관리체계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녹색채권 원칙, 사회적채권원칙, 지속가능채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표준관리체계는 2020년 3월부터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모든 SRI채권에 적용된다. 세 가지 채권을 모두 아우르는 표준관리체계를 만든 것도 산업은행이 국내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전에 발행된 채권도 외부기관에서 사전검증을 받았다. 녹색채권은 삼정KPMG에서, 사회적채권은 EY한영과 삼정KPMG, 지속가능채권도 삼정KPMG에서 인증을 획득했다. 삼정KPMG가 산업은행의 세 가지 채권을 모두 인증한 셈이다.

◇사후보고 외부검증 추진…투자자 신뢰 제고

올해 발행한 SRI채권부터 사후보고의 외부검증도 추진하고 있다. 자금배분이 완료되는 2021년부터 외부기관을 선정해 검증한 뒤 투자자에게 공시할 방침이다. 사후보고는 조달한 자금이 본래 취지대로 쓰였는지 자금배분 현황과 어떤 효과를 봤는지 등이 담긴 투자자 안내문이다. 자금배분(Allocation) 시까지 해마다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후보고의 외부검증은 한국거래소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 한국거래소는 딜로이트안진, 한국신용평가 등과 MOU를 맺고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사후보고의 외부기관 검증 문화를 정착시키기로 했다. 사후보고는 회계법인 등에서 인증을 받는 사전검증과 달리 발행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사후보고 시점이 늦어지거나 투자자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된 채권은 사후보고가 최대 한 차례 이뤄지고 끝났다. 자금이 조달되자마자 필요사업에 배분되거나 해를 넘기기 전 자금배분을 끝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SRI채권 시장이 워낙 초기단계이다 보니 발행을 계획할 때부터 이미 어떤 프로젝트에 어떻게 쓰일지 모든 것이 확정된 상태”라며 “자금배분이 끝나고나면 그 뒤에는 특별한 사항이 없어 발행사의 상황에 맞게 사후보고 운영지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투자자 신뢰를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만기까지 투자자 안내문을 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자금이 배분된 뒤부터 향후 어떻게 운용되는지까지 나와야 시장 발전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자금 배분 시까지만 사후보고를 진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자금배분과 만기시까지 사후보고를 게시하는 사례가 둘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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