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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25년 '채권 외길' 유영재 채권운용본부장④펀드운용 기간 수익률 모두 플러스, 소통형 리더십 '귀감'

정유현 기자공개 2020-07-14 13:53:32

[편집자주]

삼성자산운용은 260조 원을 굴리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자산운용사다. 지난 20여 년간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상품 개발뿐 아니라 선진 운용 시스템, 체계적인 위험 관리 능력을 갖춰 업계를 선도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삼성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영재 채권운용본부장(상무·사진)은 25년간 삼성맨으로 채권 외길을 걸은 '베테랑'이다. 그동안 쌓은 내공과 감각, 통찰은 정평이 나있다. 펀드를 운용하면서 단 한 번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본 적 없는 일명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채권은 변동성이 적어 주식보다 '정적이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적을뿐 0.1%의 싸움을 위한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주식보다 거래 단위도 크고 시장 분석도 전문적이다. 어떤 발행자의 채권을 사고 팔아야 할지, 누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 인지 등 시장 구성원들에 대한 동향 파악도 필수다. 유 본부장의 촘촘한 인맥과 냉철한 판단력은 그의 자산이자 자본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핵심 무기다.

운용 능력 뿐 아니라 '소통형 리더십'은 후배들의 '롤모델'이다. 조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으로 6개의 팀 24명을 관리하고 있다. 안정적인 팀워크는 40조원(2019년 말 기준 채권수탁고)의 자산을 굴리는 원동력이다.

◇'보험사의 꽃' 자산운용 매니저 '꿈', 2004년 삼성운용에 '둥지'

유 본부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재학시절 '보험사의 꽃은 자산운용'이라는 대학교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산운용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 삼성화재 공채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신입사원이 자산운용실로 발령을 받는 사례가 없었지만 유 본부장은 입사 후 희망 부서로 자산운용실을 지원했다.

이력서에도 자산운용 분야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피력했었던 효과인지 운은 뒤따랐다. 유 본부장이 입사한 해 삼성화재는 예외적으로 자산운용실에 3명의 신입사원을 배치했고 유 본부장이 채권 분야 매니저로 발탁됐다. 채권 분야 베테랑이 되는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IMF 이전이라 채권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고 주로 유가 증권 위주의 주식 시장이 주목을 받았다. 유 본부장이 채권을 주목한 것은 보험사 자산운용업의 필수적인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자산운용의 특징은 운용 기간이 길고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자산부채관리(ALM)가 가장 중요하다. 자산을 관리해 돈을 버는 것보다 자산의 듀레이션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채권 매니저의 역할이 막중하다. 보험사 채권 매니저는 ALM을 관리하면서 보험사 자산운용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채권의 가치가 정확히 계산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주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과 주가가 따로 가지만 채권은 미래가치가 정확하다. 정확하고 계산이 되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었던 유 본부장과 채권 분야는 한 마디로 '찰떡궁합' 이었던 셈이다.

2002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자산운용을 키우기 위해 인력을 파견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형석 기금운용본부장도 이 시기 삼성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유 본부장은 당시에는 삼성화재에 남아 자체 운용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2년 후 삼성자산운용으로 이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보험사의 자산운용업은 관리에 무게를 둔다. 더 적극적인 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사로의 이동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마음먹은 일은 해내고 마는 유 본부장의 승부사 기질은 삼성자산운용의 채권 수탁고를 업계 1위로 올린 동력이다.

◇깐깐한 리스크 관리·꾸준함이 성과 비결, 2008년 금융위기 사상최대 '수익'

유 본부장의 투자 철학은 채권 투자자들의 투자 목적과 일맥상통한다. 채권을 투자하는 건 많이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돈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 채권에 투자한다. 시장 대비 손실이 안 나면 만족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운용을 한다.

쉽게 말해 벤치마크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내면 된다. 이 기준에 맞춰 유 본부장은 "펀드를 운용하면서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단순한 것 같지만 사실 이 0.1%의 싸움에서 전략과 냉철한 판단력은 필수다.

플러스 수익을 내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마켓의 리스크는 장단기 금리의 변동이고 크레딧 리스크는 선택 종목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부도가 나는 것이다. 시장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온 것이 수익률의 비결이었다.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싼 채권을 사고 상대적으로 비싼거를 찾아 팔고 단순한 전략이지만 매일 포트폴리오를 파악하고 관리를 해오고 있다. 꾸준함은 유 본부장의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채권 분야는 한번 잘하는 사람은 계속 잘하는 승자독식의 분야다. 채권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싫어하기 때문에 수익의 기복이 심하면 도태된다. 매년 꾸준히 조금씩 잘해온 것들이 모여 지금의 본부장을 만들었다.

유 본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로 2008년 금융 위기 때를 꼽는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크레딧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가 크게 벌어졌었는데 이 때가 투자의 적기라 판단했다. 장기 크레딧과 공사채 등 장기 국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적기에 팔았다. 찬 바람이 불 때쯤 삼성자산운용은 채권으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냈다.

채권운용을 하면서 가장 공격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던 사건이었고 확신이 있었다. 유 본부장의 의사결정이 위험하다고 보기도 했지만 그 동안의 유 본부장의 역량을 믿었던 임원들은 믿고 진행했다. 꾸준히 쌓아온 신뢰는 배신하지 않았다.

◇'공감과 소통의 리더' 평가, 방향성 제시하는 '관리자' 역할 목표

펀드 수익률 관리뿐 아니라 후배 관리는 유 본부장의 또 다른 임무다. 스스로는 칭찬에 인색한 리더라고 표현하지만 내부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매니저는 유 본부장을 '공감과 소통의 리더'라고 표현했다. 본부원 개개인들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이를 반영하기 위해 움직이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사람이 많이 모인 회의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개개인들과 면담을 진행하거나 식사를 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원하는 바를 듣고 최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을 해내기 위해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하는 이유도 단순하다. 채권운용본부에 몸 담으면서 유 본부장은 펀드 운용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한 회사의 모든 펀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서 성과를 내는 방법이 있다. 성과가 좋으면 모두가 좋지만 반대의 경우 모두가 힘들다.

운용 자산이 한 번에 늘었다가 업황이 비우호적일 경우 한 번에 빠질 수 있다. 변동성이 커지면 고객이 외면할 수 있다. 하나의 방향으로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개별 펀드의 성격에 맞춰 고객 관리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매니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재량권을 최대한 주면서 개별 펀드 단에서부터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다. 큰 흐름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유 본부장은 궁극적으로는 관리자의 역할만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운용 업무도 함께 보고 있다. 본부의 수장인만큼 회의 참여 등으로 과거처럼 채권 운용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동안 쌓인 경험을 통해 문제 없이 운용을 하고는 있지만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전체 본부를 조망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채권은 비정형화된 상품인만큼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결국 성과를 내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글로벌 채권에 집중하는 등 사업의 큰 그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국내 채권시장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만큼 향후에도 선도자로서 기본에 충실한 투자와 신상품 개발 등으로 고객의 초과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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