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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찾는 스마트폰 부품사]20년 외길 비에이치, 아이폰 공급 '신의 한수'⑫2017년 아이폰X에 FPCB 첫 공급,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

김은 기자공개 2020-07-13 07:40:20

[편집자주]

국내 제조업의 한 축을 이뤄온 중견 스마트폰 부품사들이 올해 전방산업 실적 부진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수주 물량이 급감한 여파다. 주요 부품사들은 매출 감소와 적자전환 우려에 직면했다. 이에 각 부품사들은 기존 사업외에 전장, 전기차 등 신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장기적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스마트폰 부품사 생태계 속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9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업체 비에이치는 스마트폰 시장의 격변기 역사를 담고 있다. 삼성과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소형 OLED 채택을 늘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늘었고 여기에 필요한 연성회로 기판을 비에이치가 주로 공급해왔다.

1999년 이경환 대표이사 회장이 설립한 비에이치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FPCB 사업을 영위했다. 범환플렉스로 시작해 2001년 비에이치플렉스, 2006년에 비에이치로 사명을 변경하고 사업을 다각화했다.

기술 변화에 따라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변신을 거듭하고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20년 넘게 FPCB 사업으로 삼성 애플 등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와 거래하는 것 자체가 그 경쟁력이다.

◇20년 넘게 FPCB 사업 영위…생존 비결은 기술력

2013년 한때 FPCB 업체는 국내만 28개사에 달해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이 치열했다.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사라졌고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용 FPCB 제조업체는 4개사로 정리됐다.

비에이치는 우수한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같은 굴곡을 견디며 살아남았다. 비에이치의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용 FPCB는 유연성을 갖춘 절연 기판을 활용해 만든 배선판이다. 전기 신호를 전달하며 스마트폰과 자동차 전장, 의료장비 등에 사용된다.

FPCB는 2000년부터 기존 경성 PCB를 대체하며 영역을 늘렸고, 2010년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비에이치는 처음부터 FPCB 개발에 집중하면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에이치가 공급한 FPCB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돼 중소형 OLED 패널에 탑재되고 이는 다시 삼성전자 갤럭시S나 애플 아이폰 등에 들어간다.

기술력은 좋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비에이치는 2016년까지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였지만 당시 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애플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아이폰X 디스플레이용 FPCB 공급을 시작한 효과였다.

◇삼성D 공급 OLED 패널에 FPCB 공급…아이폰 덕 수익개선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의 탑재를 늘리면서 비에이치도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 비에이치는 2017년 매출 6913억원, 영업이익 75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애플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애플용 디스플레이 FPCB 공장에 대한 추가 증설도 단행했다. 2016년 -6.9%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2017년 11%로 급증했다. 성장세를 이어 2018년에도 매출 7678억원, 영업이익 91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11.9%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애플이 아이폰SE2에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수혜가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가 겹치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6.5% 증가한 148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8.8% 올라 14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12.8% 감소했다.

올해 2분기의 경우 매출 급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비에이치의 매출액은 1016억원, 영업손실 21억원으로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국내 고객사가 부품 재고 조정을 단행한 탓이다.

◇하반기 대비 200억 설비 투자

비에이치는 하반기 아이폰 신규 모델 출시를 반등 계기로 보고 있다.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신규 라인업 모델의 경우 모두 OLED 탑재 가능성이 높다. 폴더블 폰 흥행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RFPCB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일반 스마트폰 대비 2배 가량 높기에 수익성 개선에 주효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에이치는 하반기 출하량이 급증할 전망이며 전년대비 성장이 유력하다"며 "북미 고객사가 스마트폰에도 OLED를 탑재하면서 FPCB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에이치의 5G 안테나모듈용 케이블도 신성장동력 제품군이다. 5G 스마트폰에서는 안테나모듈의 케이블로 동박성 대신 FPCB가 탑재된다. 비에이치와 자회사 디키이티가 다수의 공급체인에서 각광받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비에이치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LCD에서 OLED로 전환하는데 대응해 생산능력을 꾸준히 늘려왔다. 앞서 지난해 1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와 내년 총 2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 설비 보수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비에이치는 매년 100억원 안팎의 투자비를 집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비에이치는 국내 폴더블 FPCB 메인 업체로 하반기 신제품 준비와 폴더블 시장이 내년 3배 이상 성장함에 따라 실적 기여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특히 국내 FPCB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베트남 전체 공정 확보로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경쟁업체 대비 사업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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