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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빅4 빅뱅]BMW·폭스바겐 집중한 삼성SDI, 고객 다변화 나서나글로벌 합종연횡서 '고립' 위기감…3사 중 미국 현지공장 부재

박상희 기자공개 2020-07-17 09:22:08

[편집자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경제를 이끄는 4대그룹 총수가 자동차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연쇄 회동을 했다.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얼마나 뜨거운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수 있는 '바로미터' 이벤트였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산업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두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3사 간 협업과 동맹이 '코리안 어벤저스'로 진화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3일 09: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는 해외 사업장이 유럽(헝가리)과 중국 밖에 없다.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거나 공장을 설립 중인 경쟁사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과 대조된다. 그간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중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에 포커스를 맞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써왔다. 결과론적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와 국내 현대차그룹은 이 전략에서 배제돼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삼성SDI 사업장으로 초청한 것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몸소 나서 삼성SDI에게 현대차그룹이 BMW나 폭스바겐그룹 못지 않은 중요한 고객임을 대내외적으로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동시에 글로벌 모빌리티 동맹이 한창인 가운데 삼성SDI가 더 이상 주요 거래처인 BMW나 폭스바겐그룹에만 안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초기 중국 진출·뒤늦게 유럽 집중…3사 중 미국에 생산시설 유일하게 없어

삼성SDI는 2010년 울산과 2015년 중국 시안에서 전기차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2017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괴드시에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SDI의 해외 생산기지는 중국과 헝가리 2곳뿐이다.

국내 경쟁사와 비교하면 해외 진출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LG화학은 2011년 충북 청주를 시작으로 2012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 2015년 중국 강소성 남경시 1공장, 2018년 폴란드 브로츠와프, 2019년 중국 남경시 2공장 준공 등 곳곳에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생산망을 구축해 놓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유럽과 미국, 중국이 핵심이다. 삼성SDI가 일찍부터 중국 시장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LG화학은 중국보다는 미국에 집중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 3사 중 사업 진출이 가장 늦었던 SK이노베이션은 두 업체를 각각 벤치마킹해 중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9월부터 서산 배터리 제2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해외에서는 지난해 11월 중국 창저우 공장, 올해 초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을 차례로 완공했다.

눈에 띄는 점은 삼성SDI만 미국에 생산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주요 고객은 유럽의 완성차 업체인 BMW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이다. 미국보다는 유럽시장에 집중한 것이다. 이는 유럽이 미국에 비해 전기차 보급에 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각국 정부는 환경규제 강화,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전기자동차 보급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유럽의 강화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를 일정 비중 이상 판매 해야 한다. 2015년부터는 아예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전기자동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에 집중한 삼성SDI의 전략이 맞았던 셈이다.

◇BMW·폭스바겐, 글로벌 우군 확보 '사활'…삼성SDI, 미국 신생업체 리비안과 맞손

문제는 미래차 모빌리티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체 간 동맹, 이합집산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SDI는 오랜 기간 BMW와 폭스바겐그룹에 집중해왔다. 삼성SDI와 BMW는 2009년 전기차 공동 개발을 발표하면서 협력을 본격화했다. 10년 동안 이어진 동행으로 삼성SDI는 독일 BMW그룹에 3조8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새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폭스바겐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미국 배터리 업체에 2400억원을 투자했다. 폭스바겐과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맺어 온 삼성SDI 역시 전고체 전지에 주력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삼성SDI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삼성SDI로서는 BMW나 폭스바겐그룹에만 의존할 수없는 처지가 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합작 행보를 늘리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SDI는 아직까지 합작사가 없다. LG화학은 미국 1위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오하이오주에 대형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LG화학은 더 나아가 지금까지 파나소닉 배터리만 탑재하던 전기차 시대의 선두주자 테슬라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 첫 전기 픽업 트럭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또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자사 전기차에 적용할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2024년까지 10조의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삼성SDI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고객사 라인업 확대를 통한 영토 확장에 성공한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도 가속화되고 있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면서 미래 배터리인 수명 '100만 마일(약 160만㎞) 배터리'를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로선 더 이상 '선택과 집중' 전략만 고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삼성SDI가 미국의 전기차 신생업체인 리비안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것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아마존은 리비안에 올해부터 2024년까지 밴 10만대를 제작해 공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밴 물량에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전기차 선두업체인 테슬라와 루시드모터스 등이 모두 LG화학을 선택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삼성SDI는신생업체인 리비안과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생산량이나 공급량 측면에서 보면 LG화학에 이어 국내 2위를 점하고 있지만 거래처 다변화 측면에선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밀리는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초청하고, 미국 신생 전기차 업체와 손을 잡는 등의 행보는 그간 유럽과 중국에 우선했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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