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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채권, 사후보고가 핵심…인증기관 믿어도 된다" [thebell interview]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20 07:03:1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5일 13: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원화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이라고도 불림) 시장이 열린 지 3년째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SRI채권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보니 발행사도 적고 전문가를 찾기도 어렵다. 몰이해에서 비롯된 불신도 크다. SRI채권이 제 목적대로 쓰일지 알 수 없다거나 국내 SRI채권의 사전검증체계가 외국과 다르다, 더 엉성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사진)는 이런 시선이 모두 오해라고 단언한다. 딜로이트안진 등 국내 기관이 진행하는 SRI채권의 사전검증도 외국 기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엄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국내 투자자가 글로벌 기준보다 느슨하게 SRI채권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원화 SRI채권 시장이 진정한 발전을 이루려면 사후보고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기관에서 자금사용내역 등을 검증받아야 투자자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의 확신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회계사로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금융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원화 SRI채권의 사전검증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진행하기도 했다. SRI채권 시장의 시작과 발전기를 함께 해온 산증인인 셈이다.

◇사전검증은 시스템을 인증하는 것…사후보고가 더 중요

“사전검증은 특정채권에 대한 인증이 아니라 발행사가 자금을 채권의 취지에 맞게 운용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갖췄는지 보는 것이다.” 이 이사는 사전검증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SRI채권은 일반 채권과 달리 발행에 앞서 회계법인 등 외부 인증기관에서 사전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때 사전검증은 해당 채권이 언제 발행되어 어떤 사업에 구체적으로 쓰일지를 보는 것이 아니다. △관리체계에 명시된 자금사용 용도에 부합하는지 △대상사업을 선정하는 절차가 잘 마련됐는지 △채권 발행 이후 관리할 수 있는 체계와 조직을 갖췄는지 △사후보고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는지 등 4가지 시스템을 보는 것이 본래 취지다. 이때문에 SRI채권의 관리체계를 인증받으면 SRI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사전검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이 이사는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KDB산업은행이 올해 초 발표한 녹색·사회적·지속가능채권 표준관리체계다. 이 관리체계는 SRI채권과 관련해 자금의 용도에서부터 지원사업 선정과 자금관리, 사후보고의 관리체계를 명시한 것으로 딜로이트안진에서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은 앞으로 SRI채권을 발행할 때 채권 별로 사전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 이사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사전검증의 역할이 사후보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사후보고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SRI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잘 쓰였는지, 사회적 효과는 어땠는지 등은 사전검증이 아닌 사후보고에 담겨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SRI채권은 사후보고를 발행사가 자체적으로 발표해왔다. 이렇다보니 자금이 본래 취지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검증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딜로이트안진은 한국신용평가와 함께 한국거래소와 사후보고의 외부검증을 추진하는 MOU를 맺었다.

◇국내 검증기관은 ‘주먹구구’?…투자자 오해

관건은 인증기관의 공신력이다. 그동안 국내 SRI채권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인증기관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전검증을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불신을 보이기도 했다. 인증비용이 외국기관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데 굳이 신뢰도 낮은 국내 기관에서 인증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이 이사는 “외국과 국내의 가장 큰 차이는 투자자들의 요구”라며 “특히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의 검증은 글로벌 환경컨설팅 회사보다 신뢰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외국에서 SRI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별도 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관리하라고 요구하는 등 한층 투자조건이 까다롭다. 이렇다보니 인증기관도 발행사에 더 높은 수준의 검증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것이다.

이 이사는 “회계사들이 직접 사전검증이나 사후보고를 인증하는 만큼 다른 기관보다 수준이 더 높을 수는 있어도 낮을 수는 없다”며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에도 딜로이트의 인증은 ‘인디펜던트 서드파티 오피니언’으로 등록됐다”고 말했다. 국제자본시장협회는 인증기관의 공신력 등을 단계별로 분류해두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독립된 제3자로서 인증을 진행하고 있어 독립성이나 공신력이 더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딜로이트안진은 인증팀의 핵심인력이 모두 회계사로 구성됐는데 이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시장 성장 열쇠는 ‘인센티브’…사회관심이 발전 토대

국내 SRI채권 시장은 2018년 KDB산업은행의 주도로 열리긴 했지만 여전히 초기단계다. 민간기업이 아닌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이사는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정부의 인센티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환경이든 사회적 가치든 지속가능성이든 이런 이슈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 아니다”며 “이를 기업에 맡기면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으니까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유럽과 미국, 중국을 사례로 들었다. 유럽은 투자자가 SRI채권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다. 기관성과지표, 투자의사결정 평가지표 등에 모두 SRI채권 투자 등 항목이 반영되어 있어 투자자들이 SRI채권을 찾아다닌다. 자연스레 SRI채권의 인기가 높아면서 발행금리도 낮아져 시장에 선순환구조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투자자와 정부가 함께 주도하는 구조로 정부가 SRI채권을 발행하면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중국은 국가 주도 시장으로 인센티브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발전했다. 이 이사는 유럽과 미국 모델이 국내에 더욱 적합할 것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국내 SRI채권 시장의 중심축도 사회적채권과 지속가능채권에서 점차 녹색채권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사는 “국가의 발전단계에 따라 사회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이슈도 달라지는데 우리는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유럽 등은 이미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홍역을 한 차례 치른 뒤 환경이슈를 바라보는 만큼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녹색채권 등 녹색금융으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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