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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업계 호황의 데자뷔 [thebell note]

고진영 기자공개 2020-07-22 08:32:4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함을 주고받다 보면 열 명 중 일곱은 꼭 묻는다. “어이구, 골프 잘 치시겠는데요?”

하도 자주 들었더니 언급이 없으면 뜻밖이다. 이게 다 세계랭킹 1위 골퍼와 동명이인이라 그렇다. 그동안 이름과는 딴판이라며 웃어넘겼는데 요즘은 진지하게 한번 골프를 배워볼까 고민 중이다. 여태 접근이 어려워 엄두를 안냈지만 이제 트렌드가 꽤 달라진 듯하다.

골프업계의 전례없는 호황은 말 꺼내기 입 아픈 수준이다. 작년부터 골프 인구 자체가 늘었을 뿐 아니라 20~30대 젊은층 유입이 부쩍 많아졌다. 골프가 그저 아저씨 운동이라는 것도 옛날 얘기인 셈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반사이익까지 겹치면서 어딜가도 연일 풀부킹이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골프장 영업은 바닥을 쳤다. 건설사들이 골프장이라면 학을 뗄 정도였다. 골프장 시행사에 채무보증을 섰는데 회원권 인기가 떨어져 필드가 텅텅 비었던 탓이다. 건설사들이 시공비는 못받고 사업을 억지로 떠안은 일이 부지기수다. 작년 말과 올 초 각각 매각된 대우건설 파가니카CC와 두산중공업 클럽모우CC, 한라 세라지오CC가 전부 이런 경우다.

그런데 올 들어선 골프장 몸값이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클럽모우CC는 무려 1850억원에 팔리면서 강원도 지역 최고가를 새로 썼다. 시장에서도 화들짝한 가격이다.

골프업계의 이런 롤러코스터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2000년대 초중반에도 골프장붐이 크게 일었다가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긴 침체기를 맞았다. 지금의 호황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안이 섞인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번엔 골프 인구 저변이 상당히 넓어졌으니 반짝 축제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신중한 시각도 무시하긴 어렵다. 레저업계에 20년 몸담은 관계자에게 전망을 물었더니 경기가 가라앉아 지갑이 가벼워지는 와중에 계속 골프를 친다는 것은 설득력없는 기대라는 경고가 돌아왔다.

분명한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장상황만 믿고 바짝 버는데 급급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최근 골프장 요금은 계속 올라가는데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는 불만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달 만난 운용사 임원은 "수도권 캐디피가 13만원으로 1만원 더 비싸졌는데 여전히 현금결제만 되고 전문성도 예전과 비교가 안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퍼블릭으로 전환하면서 아이러니하게 그린피를 높인 곳들도 있다. 물 들어오니 노를 젓긴 젓지만 어딘가 스윙을 날리다 마는 느낌이다.

역사상 최고의 골퍼 중 하나인 벤 호건의 당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생전 '다섯 가지 골프 레슨'이라는 저서에서 감춰왔던 스윙의 비밀을 공개했는데 첫 번째 레슨은 이렇다. '임팩트 이후에도 헤드를 가속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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