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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구조조정 명단 이달 발표, 서두르는 이유는잠재적 인수자 요구 반영, 규모 확정만 남아…"선택사항 아니다"

유수진 기자공개 2020-08-26 10:18:2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4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재직 중인 직원수와 보유 기재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제주항공의 인수포기로 파산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조직 슬림화'를 통해 재매각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올 2분기 이미 한 차례 진행했던 것보다 2배 이상 규모가 크다.

특히 이달 말까지 정리 대상자 명단을 확정해 통보하는 등 유독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리해고 방침을 정한 지 약 열흘 만에 통보 절차까지 마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잠재적 인수후보들이 강하게 '덩치 줄이기'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이미 선정 기준이 정해져 있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로 언급된다.

◇잠재적 인수자·주관사, '조직 슬림화' 요구…대상자 선정 이미 완료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은 재매각 성사를 목표로 인력·기재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체 직원 1300여명 중 절반 이상을, 보유 기재 18대 가운데 11~13대 이상을 줄일 예정이다.

이는 지난번 제주항공과의 M&A 협상 당시보다 약 두배 가량 큰 규모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직원 1700여명 중 400여명을 내보내고 기재도 5대 반납했다. 이번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5~7대를 보유한 600명 이하 항공사로 쪼그라든다. LCC 막내급인 에어서울(기재 7대·직원수 450여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눈에 띄는 건 '속도'다. 이달 중 구조조정 사실을 대상자에게 통보하고 희망퇴직 등을 거쳐 다음달 말까지 인력 감축을 마무리한다. 기재 역시 빠른 시일내 리스사에 반납한다. 사측이 근로자대표 및 조종사노조 등과 면담을 갖고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한 건 지난 18일이다.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구조조정 관련 세부사항을 2주 내 확정짓기로 한 셈이다.

이스타항공의 마음이 급해진 건 현재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사모펀드(PEF) 등과 매각주관사들이 공통적으로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덩치를 줄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재매각 가능성이 열린다는 얘기다. 이번엔 어떻게든 매각에 성공해야 하는 이스타 입장에선 당연히 이들의 요구를 귀담아 들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주관사들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약 2주 뒤인 9월 첫째주 쯤 실사가 마무리된다. 이후 주관사 측은 현재 접촉 중인 PEF 등을 포함해 본격적으로 신규 투자자 모집에 나서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그 전까지 구조조정 내용을 확정해 재매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미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제주항공과 M&A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아 근로자 대표와 대상자 선정 기준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인사평가와 징계, 포상, 근속연한, 부양가족, 장애인 및 보훈 대상자 여부 등에 따라 점수가 매겨졌다. 사실상 남은 건 규모 확정 정도다.

◇일각선 '신중론'도…이스타 측 "선택사항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너무 성급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매각의 목적이 경영 정상화를 통한 지속적인 항공사업 영위인 만큼 사업 근간인 기재수와 직원수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새 주인을 맞아 올 4분기 국내선, 내년 하반기 국제선에 재진출하겠단 계획이다. 이때 기재를 들여오며 해고했던 직원들도 재고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항공업은 한 번 사업규모를 줄이면 원상복귀 하는데 수 배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례로 항공기 리스는 주문한다고 해서 금방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어느정도 정리돼 항공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 추후 계획대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지나고 항공수요가 회복세에 들어서면 항공기 주문이 밀려 인도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대량 주문을 하는 대형 항공사들의 새치기가 용인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기재 반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의지는 확고하다. 구조조정 외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과 같이 미지급 임금이 쌓여가는 상황은 잠재적 인수자들의 의지를 낮출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은 현재 체불임금이 제주항공의 인수금액(545억원)에 육박한 상태까지 치달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지금 접촉하는 인수 희망자들이 기재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공통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상 급여로 계산했을 때 하루에 2억~3억원씩 쌓인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새로운 인수 희망자가 나올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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