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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자체 실사 끝에 '악사손보 인수가치 없다' 초기에는 강한 인수 의지, 데이터룸 살펴본 후 "시너지 내기 어렵다" 판단

이은솔 기자공개 2020-09-22 07:50:5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1일 13: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이 악사손해보험 인수전 불참을 선언하는 과정에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저녁까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고심을 거듭하다가 최종적으로 '중단'을 선언했다는 후문이다. 초기에는 인수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으나 자체 실사를 거치며 가치가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악사손보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18일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신한금융의 악사손보 인수 태스크포스(TF)팀은 당일 오후 6시까지 중구 봉래동 신한금융 본사에서 대기했다. 이 과정에 악사손보가 인수할만한 매물인지에 대해 임원진들 사이에서 각론이 오갔다.

이달 초부터 TF팀은 악사손보의 포트폴리오와 재무 실사에 들어갔고 최근 경영진 보고를 마쳤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실무진들은 악사손보 매물 자체에는 수익성이나 시장 점유율을 고려했을 때 큰 이점이 없다고 보고했다.

실무진은 악사손보 자체의 가치보다는 신한금융에 인수됐을 때의 시너지를 중심으로 검토했다. 인수할 경우 라이선스 취득에 의의를 둘 것인지 은행이나 생명보험 등 그룹사와의 시너지를 가능할지 판단하는 게 관건이었다.

초기 검토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지 않고 규모가 작아 '싼값'에 인수하면 메리트가 있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며 "내부의 인수 의지는 오히려 오렌지라이프 때보다 더 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악사손보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신한금융은 악사손보를 인수해도 그룹과의 시너지를 낼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고 보게 됐다.

이 관계자는 "인수TF팀까지 꾸려 몇 주간 내부 실사를 해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메리트가 없는 매물이었던 것 같다"며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인수했을 때 이점 자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의 이탈이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손해보험사가 없는 신한금융이 인수의지를 강하게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수를 위한 제반 작업도 거쳤다. 지주 내 인수합병(M&A)과 전략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인수 TF팀을 구성했고 인수와 계리, 법률자문사를 각각 선정하기도 했다.

자문사 선정에는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순히 내부 검토만 할 경우에는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신한금융이 자문사까지 선정했다는 건 실제로 예비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충분히 있었다는 의미였다.

또 이번 악사손보의 예비입찰은 논바인딩 방식으로 이뤄져 구속력이 없었다. 예비입찰에 참여하면 가상 데이터룸의 접근권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악사손보의 회계 계리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비록 비용이 수반된 절차였지만 인수와 설립 어떤 방식으로든 손해보험업 진출을 준비 중인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본 건 없다는 평가다. 일단 응찰했다가 데이터만 얻고 본입찰에서 포기한다고 해도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 포기에는 악사손보 노동조합의 고용승계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입찰 당일 악사손보 노조는 사모펀드의 인수를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한금융이 악사손보를 인수할 경우 지금의 영업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디지털손보사로 전사적 개편을 거치게 되면 자동차 보험 중심의 조직과 인력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고용승계를 약속을 지키려면 이 같은 조직재편도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였다. 결과적으로 신한금융은 악사손보를 인수해도 그룹과의 시너지를 낼만한 부분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다 실익도 적다고 보고 이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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