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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그림자경영 명암]2010년 데자뷔…산업은행 손에 달린 '경영 복귀'2010년 산업은행 이면 합의로 회장직 컴백…연말 항공 매각·금호고속 자율협약 '변수'

박상희 기자공개 2020-10-05 09:28:57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08: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 2세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의 경영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경영 일선에서 두번이나 물러나는 아픔을 겪었다. 두번 다 자진 퇴진 형태였지만 결코 박 전 회장이 원한건 아니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직은 공석이다. 오너 3세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아버지 박 전 회장의 경영 퇴진 이후에도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의지와 상관 없이 경영 복귀가 쉽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금호고속 자율협약 등 산업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진다.

◇2009년 형제의 난 당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15개월 만에 복귀

박 전 회장이 처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이른바 '형제의 난'이 발단이 됐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반대하자 박 전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이면서 형제간 전쟁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은 2009년 7월 동생을 대표자리에서 해임하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퇴진했다. 이후 15개월 만인 2010년 11월 그룹 회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줄 강력한 리더십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안팎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이면에는 산업은행과의 사전 합의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2010년 2월5일 산업은행은 박 전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약속하는 이면 합의서를 작성했다. 금호산업 대표이사도 박 전 회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맡는 것으로 합의됐다. 실제로 이후 박 전 회장은 채권단과 대주주 간 체결된 협약에 따라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산업은행은 박 전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통해 그룹을 되찾아갈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박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주식(12%)을 팔아 우선적으로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한 지분 매입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경영 정상화 계획이 달성되면 우선매수권을 통해 그룹을 되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같은달 23일 작성한 추가 합의서에는 박 전 회장이 경영 영향력이 금호산업 외에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까지 미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박 전 회장의 전방위 그룹 경영 복귀를 산업은행이 인정한 것이었다.

◇아시아나항공 한정 사태로 그룹경영 퇴진…재계 "현실적으로 복귀 쉽지 않을듯"

박 전 회장의 두번째 경영 퇴진은 2009년과 원인은 달랐지만 경영 복귀 열쇠를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말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것이 사퇴의 변이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통매각 수순을 밟았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현대산업개발과의 M&A 거래는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하에 놓이게 됐고,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구속력 아래 있다는 점에서 동변상련 처지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재건을 위한 실탄을 확보했을테고, 박 전 회장이 재건 구심점으로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보기 좋은 그림이 그려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어그러지면서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추진력을 잃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이 직은 없지만 측근을 통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지만 대표이사 등과 같은 직함을 다는 것은 당장은 힘들 것 같다"면서 "대표이사 등 직을 맡는 것은 그룹이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거나 채권단과 대주주 간의 협약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연말까지 사실상 채권단 관리 하에 놓여진다. 이후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자율협약 체제로 들어간다면 대주주와 협약을 맺게 된다. 이 때 박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10년 전 박 전 회장이 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을 때 산업은행과 이면 협약을 통해 경영에 복귀했던 과거의 데자뷔다.

다만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이전만큼 수월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경우는 대주주의 운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어느정도 결부돼 있기 때문에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여부나 자율협약 여부가 연말에 결정되면 이에 따라 금호고속과 금호산업도 제도권 내에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이나 금호산업 경영 복귀에 나설 수 있을지는 산업은행 결정에 달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서 두 번 물러났던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사실상 산업은행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에서 2010년과 2020년 상황은 놀랍게 닮아 있다"면서 "관건은 이전에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특혜'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묵인했던 산업은행이 이번에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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