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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태 부회장 권한 강화, 롯데 유통 미래 보인다 조기인사 후 실무서 지주권한 배제…부동산 개발·일본합작사업 등 전권 확보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08 11:04:04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6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8월 단행한 이례적 조기인사로 롯데쇼핑 대표이사인 강희태 부회장은 더 바빠지게 됐다. 그룹 내 최대 현안인 롯데쇼핑 '대표이사'로서 집중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유통BU장'으로서의 업무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활동반경이 넓어졌다.

사내이사로 활약하는 계열사도 늘었다. 그간 지주에서 직접 관리하던 사업까지도 강 부회장이 맡게 됐다. 유통과 관련된 실무역할을 모두 '강희태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그룹 유통의 미래를 그리는 중책을 단독으로 전담케 됐다.

롯데그룹이 8월 단행한 조기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롯데지주 대표이사인 황각규 부회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이동우 사장이 앉으면서 자연스레 '부회장단'의 힘이 줄어드는 결과를 이뤄냈다.

이와 동시에 지주와 실무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조치도 취했다. 지주는 실무 영역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신성장 사업 발굴에 매진하는 반면 실무 및 관련 중요 의사결정을 모두 BU장 중심 체제로 분리했다. 각 실무영역의 투자결정도 지주가 아닌 BU장이 전담하게 됐다.

롯데쇼핑을 이끄는 대표이사이자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이 '부회장'으로서의 입김은 줄어든 듯 보이지만 오히려 행동반경이 더 넓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강 부회장이 맡고 있는 자리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강 부회장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그룹 내에서 맡고 있는 자리는 롯데그룹 유통BU장과 롯데쇼핑 대표이사, 롯데쇼핑 해외법인인 'LOTTE SHOPPING HOLDINGS (SINGAPORE) PTE. LTD.'과 'Lotte Shopping Holdings (Hong Kong) Co., Limited' 사내이사 정도였다.

언뜻보면 유통과 관련된 사업 전권을 쥔 듯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했다. 지주가 직접 관리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와 묶여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강 부회장은 추가로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와 에프알엘코리아 사내이사까지 맡게 되면서 유통 관련 사업 전권을 쥐게 됐다.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는 부동산이나 금융과 관련된 인물이, 에프알엘코리아의 사내이사는 황 전 부회장이 맡던 자리다.

이에 따라 강 부회장은 유통BU장으로서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총괄하면서 신사업인 '롯데ON'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행보에서 더 나아가 유통 관련 계열사는 물론 유통의 주요 자산을 개발하는 요직까지 맡게 됐다. 여기에는 유통의 미래를 그리는 실무역할을 강 부회장에게 확실한 전권을 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올 들어 롯데그룹은 유통사업의 위기돌파를 최대 과업으로 삼고 사활을 걸었다. 롯데ON 역시 그의 일환이었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전략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시너지 모델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실무와 지주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힘의 논리로 일이 진행되기도 했다.

8월 조기인사로 지주와 실무의 역할이 가름마가 타지면서 유통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은 전부 강 부회장이 도맡게 됐다. 물론 권한이 따르는 만큼 책임소재도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강 부회장이 맡게 된 역할을 보면 롯데그룹이 나아갈 유통의 전략을 알 수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4곳 등을 운영하는 계열사로, 롯데쇼핑과 사업 연관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롯데자산개발의 주요주주이자 그룹 내 주요 자산을 관리하는 롯데물산의 영향력 하에 있었을 뿐 롯데쇼핑과의 교류나 시너지는 거의 없었다.

강 부회장이 이를 맡게 되면서 유통사업과의 시너지를 더 키우는 동시에 유통부문이 보유한 오프라인 점포들을 효율화 시키는 작업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쇼핑이 추진하는 점포 효율화 및 구조조정 전략이 '유통'이라는 틀을 깨고 주택 및 재개발 사업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롯데자산개발이 보유한 개발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담겼다.

에프알엘코리아의 사내이사 자리에 강 부회장이 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등 패션브랜드의 한국사업을 추진하는 일본합작회사다. 역시 유통의 역량이 필요한 사업이지만 일본과의 합작회사라는 점을 감안해 그간 지주에서 직접 관리했다.

롯데쇼핑이 에프알엘코리아의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영향력이 없었다. 사내이사는 물론 기타비상무이사나 감사로도 자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강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들어가게 된 데 따라 관련 사업도 유통의 한 영역으로 지휘하게 됐다. 실무와 지주의 역할을 분리하는 차원의 작업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8월 인사 이후 유통으로 묶이는 사업 전부가 강 부회장 체제로 일원화 됐다. 현재 종속기업을 제외하고 관계기업 혹은 특수관계자로 엮이는 유통 관련 계열사 가운데 강 부회장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전무하다. 강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장 부사장이나 관련 부서장이 자리하는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장급 인사가 지주로 가게 되면서 부회장단의 힘이 빠지는 세대교체가 이뤄진듯 보이지만 강희태 부회장의 경우엔 오히려 지금 자리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며 "모든 유통관련 의사결정 권한이 쏠리면서 비로소 원톱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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