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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캐시카우' 두산밥캣, 올해 중간배당 안한 이유는지난해까지 1000억 중간배당…두산인프라코어 분리 매각 염두에 둔 조치 해석

박상희 기자공개 2020-10-07 10:20:52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5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서 제외된 두산밥캣이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분리매각을 염두에 두고 외부에 팔릴 두산인프라코어에 굳이 중간배당을 할 필요가 없다는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제외하고 두산인프라코어를 분리매각하기로 한것은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배당수익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되면 두산밥캣은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편입돼 지분율만큼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 두산중공업이 제시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 청사진이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산밥캣 배당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28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을 실시, 원매자들로부터 구속력없는 가격제안을 받았다. 이번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코어 지분 36.27%으로, 두산밥캣 지분(51.05%)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통으로 매각하지 않고 분리 매각에 나선 것은 두산밥캣을 통한 배당수익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산밥캣은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왔다. 2015년 164억원에 그쳤던 배당금은 2016년 701억원으로 뛰었다. 2017년 801억원, 2018년 902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지난해 배당금은 1202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두산밥캣은 중간배당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펼쳤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중간배당으로 401억원, 601억원을 지급했다. 2년간 지급한 중간배당 규모만 1000억원을 넘는다. 두산밥캣은 올 상반기 매출액 2조원, 영업이익 1511억원, 당기순이익 74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을 감안하면 중간배당을 실시할 여력이 충분했지만 올해는 건너뛰었다.

업계는 두산밥캣이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이때 이미 두산그룹에서 내부적으로 두산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외부에 매각될 두산인프라코어에 중간배당을 하는 대신 두산밥캣의 새로운 모기업이 될 두산중공업에 배당을 몰아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재 두산밥캣 지분 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진다. 두산밥캣은 최근 몇년 간 연속적으로 배당을 실시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악화로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에 배당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두산밥캣의 배당이 두산중공업까지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되고 두산밥캣이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편입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해 사업부문 지분만 매각할 계획이다. 두산밥캣은 투자부문에 귀속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편입되든지 두산중공업과 합병되든지 간에 두산밥캣은 두산중공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게 된다.

일각에선 두산밥캣 잔류 결정에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두산그룹 경영진 가운데 유일한 오너일가 3세인 박 회장은 2007년 본인이 인수를 주도했던 밥캣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대표로 있던 2007년 49억 달러를 들여 미국 건설장비 제조회사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은 각각 소형 굴착기의 밥캣, 부속장비의 어태치먼트, 다목적차량의 유틸리티였다. 박 회장은 중간지주사 두산밥캣 아래 3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두산밥캣은 알짜 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대한상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대표이사(CEO)는 아니지만 주요한 경영 상의 의사결정이 이사회 의결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도 깊숙이 관여돼 있다.

두산그룹 회장을 맡기도 했던 박 회장은 2016년 3월 총수 자리를 조카 박정원 회장에게 물려줬다. 그룹경영을 총괄하는 박정원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비롯한 자구안 작업을 책임진다. 다만 삼촌인 박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밥캣을 포함한 일괄매각 단행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에서 밥캣까지 통으로 매각하지 않고 두산인프라코어만 분리 매각에 나선 것은 두산밥캣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한다는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 대한 배려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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