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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중 수익 최열위 롯데지주, 체질개선 딜레마 기반 취약, 투자재원 마련 고민…차입확대·계열사 IPO 불가피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15 08:50:49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3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지주사들은 자회사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국내 대그룹 지주사의 역할이 계열사 지원 및 감독이라는 '관리자'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엔 최소한의 인력만 두고 계열사로부터 챙기는 배당 및 경영지원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는다.

하지만 최근들어 지주사의 역할이 '투자회사'에 방점을 두게 되면서 국내 대그룹 지주사들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투자할 여력이 있는지, 투자역량은 어느정도 되는지, 자체 수익원을 확대할 여지가 있는지 등이 평가대상이다.

재계순위 5대그룹 가운데 지주사 체제인 곳은 SK·LG·롯데그룹 등 세 곳이다. 이 중 SK그룹은 일찌감치 지주사 SK㈜를 '투자형 지주사'로 전환하며 역량을 강화했다. 증권사 IB와 벤처캐피탈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웬만한 금융사와 견줘봐도 손색없을 정도의 강력한 투자역량을 갖췄다.

LG그룹은 계열사인 서브원과 LG CNS의 매각자금으로 지주사 ㈜LG가 2조원을 쥐고 있다는 점으로 투자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LG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를 설립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실리콘밸리에 직접 방문해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지주에는 투자매력으로 삼을만한 '한방'이 없다. 투자역량은 말할 것도 없고 계열사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자랑할만한 게 없다. 계열사 대부분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고 투자기반도 갖추지 못했다. 비교적 탄탄한 재무여건을 구축하고 있지만 현금창출력을 보면 경쟁 대그룹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서 롯데지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지 않다. 펀드매니저들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종목이 아닌만큼 굳이 전담 애널리스트를 둘 이유가 없다.

롯데지주는 기관투자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정기 IR 행사까지 열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데 따라 주가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에 반기를 들었다는 기사가 나올 때만 잠깐 오름세를 보일 뿐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

롯데지주는 재계 5대그룹 지주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다. 주주환원정책에 인색했던 그룹 배당기조에 따라 타그룹 대비 배당수익이 저조하다. 기업공개(IPO)에 보수적으로 나섰던 탓에 그룹재원이 과도하게 계열사 지분으로 묶여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롯데지주는 매출액 2239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을 벌었다. SK㈜가 지주부문에서 각각 1조748억원, 1조280억원을, ㈜LG가 8408억원, 7309억원을 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경쟁 대그룹의 20% 수준에 불과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롯데지주는 배당수익으로 1546억원을 벌었다. SK㈜가 9530억원, ㈜LG가 6496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그룹은 일부 상장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배당을 잘 하지 않는데다 지배구조가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그룹으로 분리된 탓에 모든 배당수익이 롯데지주에 귀속되지 못한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이 금산분리 규정으로 매각되면서 배당창구도 축소됐다.

또 다른 수익원인 상표권으로는 430억원을 벌었다. SK㈜ 1213억원, ㈜LG 1265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롯데지주는 타사요율인 2%보다 낮은 0.15%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상표권 수익을 덜 받는 대신 경영지원 및 공용시스템 수수료 명목으로 추가로 수익을 챙긴다. 이 규모가 올해 상반기 기준 183억원이다. 상표권 수익과 경영지원 수수료 수익을 합쳐도 경쟁 대그룹의 상표권 수익만큼도 취하지 못한다.

롯데지주의 취약한 수익기반은 현금창출력 약화로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86억원 순유출로 나타났다. 같은기간 SK㈜가 1조420억원, ㈜LG가 7600억원 순유입을 기록한 것과 큰 격차를 보인다. 연간으로 따져도 롯데지주가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약 2000억원 안팎의 순유입을 기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 대비 현금창출력이 상당히 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계열사 실적 부진 및 자체 수익기반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롯데지주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신임 이동우 대표이사 사장이 '투자하고 싶어지는 회사'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도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롯데지주의 기초체력이 이미 약해질데로 약해진 상황인 만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거리로 남는다. 취약한 수익기반으로 당장 투자재원을 마련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더욱이 롯데케미칼 지분 매입 등 여전히 진행 중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부담이다. 6월 말 현재 롯데지주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4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일본 롯데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끊거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쓸 것으로 해석된다.

차입을 늘리며 필요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모기업으로서의 안정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 롯데지주의 총 차입금 규모는 6월 말 별도기준으로 1조9038억원으로, 올 6개월새 5000억원 늘었다.

결국 일부 계열사를 상장시키면서 재원마련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대상 후보군으로는 코리아세븐과 롯데GRS 등이 거론된다. 코리아세븐의 경우 롯데지주가 보유한 지분 80%의 장부가치는 2700억원이고, 롯데GRS의 경우엔 보유지분 54.44%의 장부가치는 341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타 대그룹 지주사와 비교해 수익기반이 취약하고 투자역량도 약할 뿐 아니라 그룹 전반적으로 실적도 부진하기 때문에 투자가들이 그리 선호하는 종목이 아니다"며 "주가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성장 가능성이 보여야 하는만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체질개선을 이루려는 목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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