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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테크 줌인]'황금알 낳은 블로그' 무신사, 2조 유니콘 기업됐다①프리첼 커뮤니티로 시작, 거래액 1조 육박…잇딴 VC 러브콜 '수천억' 펀딩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28 08:04:59

[편집자주]

전통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의류시장에서 패션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승승장구 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있다. 대형 패션기업은 물론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고전하는 시장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퍼플오션(Purple Ocean)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조단위 기업가치로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는 패션테크 강자들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잘 나가는 블로그나 커뮤니티는 웃돈을 주고 거래가 된다. 온라인상의 파급력과 응집력은 가치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돈거래까지 이뤄질 정도로 꽤 큰 자산으로 여겨진다.

소위 핫한 온라인 채널이 어떤 황금알을 낳는 지 그 역량을 증명한 예가 바로 무신사(MUSINSA)다. 20년 전 한창 온라인 커뮤니티가 조성되던 때 신발 덕후인 고3 학생 조만호 대표가 만든 취미 공유 사이트는 오늘날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게 됐다.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갖춘 무신사의 저력은 법인 설립 후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낸 적 없을 정도로 성장만 이뤘다는 실적을 통해 증명된다. 국내 대형 패션기업은 물론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도 고전하는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니아층 기반 트렌드 주도, 신진 브랜드 손잡고 커머스 진출

1983년생인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2001년 프리첼(freechal)이라는 온라인 사이트에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남들은 한창 수능공부에 매진할 때 그는 학업까지 중단하며 커뮤니티 활동에 푹 빠졌다.

수만명의 회원들이 밀집하는 소위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조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03년 '무신사닷컴'이라는 자체 플랫폼으로 독립했고 2년 뒤인 2005년에는 '무신사 매거진'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주요 대학가에 뿌렸다. 단순 취미공유 커뮤니티에서 '정보 제공자'로서 입지를 넓힌 계기였다.

사람과 정보가 몰리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힘'이 생긴다. 약 30만여명이 모이는 커뮤니티 대표이자 패션잡지의 발행인까지 맡은 조 대표에게 패션업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자신을 중심으로 몰리는 네트워크를 활용할만한 또 다른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오프라인 중심의 의류소비 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사업이다.

요즘에는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 됐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매장을 통해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한다는 패션의 특성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오프라인' 중심의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특히 중고가의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전략만으로도 충분한 실적이 나왔기 때문에 굳이 판매가를 낮추면서까지 온라인에 입점할 필요가 없었다. 전통적으로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시장을 뚫을 수 있는 한방이 필요했다.

조 대표의 아이디어는 '신진 브랜드'였다. 오프라인 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소규모 혹은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와 손잡고 수십만명의 회원이 있는 무신사 플랫폼에 노출을 시키면서 판매를 시작했다. 2009년, 커뮤니티를 처음 개설한 지 8년만이다.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인 커버낫, 마니아층이 확실한 디스이즈네버댓 등 생소한 브랜드는 물론 리바이스나 휠라 등 당시 저물어 가던 유명 브랜드까지 끌어들였다. 일부 대형사들이 만들어가는 패션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무신사스러운' 트렌드를 제시했다.

◇설립 후 역성장·적자 없이 성장, 풍부한 현금성 자산

확실한 마니아층을 갖고 있던 무신사의 성공은 당연한 결과였다. 무신사의 실적을 보면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도, 역성장을 기록한 적도 없다. 2012년 법인을 설립한 무신사가 공시한 실적을 살펴보면 판매가 본격화 된 2015년 매출액은 329억원에서 지난해 2103억원으로 7배 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96억원에서 5년만에 440억원으로 4배 증가했다.


거래액은 초창기 100억원 대에서 지난해 90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입점브랜드수는 5000여개로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최다수를 자랑하고 있다.

실적으로 증명된 무신사의 저력에 금융투자업계서는 모시고 싶은 '파트너'로 꼽는다. 은행에서는 1%대 저금리로 어려움 없이 대출을 원활하게 해주고 있고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서도 무신사와 첫 거래라도 맺고 싶어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든다.


더욱이 무신사의 사업 특성상 현금이 풍부하기도 하다.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약 200억원 안팎의 영업현금흐름이 순유입 됐다. 현금성 자산으로는 28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에 우호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벤처캐피탈(VC)까지 적극적으로 투자한 데 따라 한마디로 돈 걱정 없이 사업하고 있다.

지난해엔 세계 최대 VC인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2조20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다는 게 화제가 됐다. 이로써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VC로부터 투자받은 자금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자는 "무신사와 관계라도 맺어볼까 해서 찾아가 봤지만 워낙 현금흐름이 원활한데다 은행에서 별 어려움 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고 있기 때문에 명함도 못내밀고 왔다"고 전했다.

◇RCPS 7만여주 발행, 세콰이어·한투 주요주주 참여

무신사의 주주구성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무신사 내부적으로도 누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는다. 첫 재무제표 공시가 된 2016년 당시엔 최대주주인 조 대표의 지분율은 74%였다. 나머지 26%는 임직원 등 개인주주 몫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관투자가들이 무신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주구성이 다소 달라졌다. 지난해 재무제표에는 조 대표의 지분율은 77%로 나온다.

이 외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RCPS를 감안하면 세콰이어캐피탈과 한국투자증권이 5~10% 가량의 지분율로 2, 3대주주 입지를 차지하고, LB·IMM·DSC·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은 1~2% 가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7만8343주는 세콰이어캐피탈 몫이다. 상환청구기간은 2031년 12월 17일까지고 상환가액은 발행가액에 이자를 가산한 후 기수령배당금을 제하고 결정한다.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조 대표의 지분율이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는 사내이사 3인과 기타비상무이사와 감사 각각 1인씩 자리하고 있다. 사내이사로는 대표이사인 조 대표와 한창수 총괄이사, 강정구 서비스디자인본부장이 있고 감사로는 김영선씨가 자리하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세콰이어캐피탈의 티안티안헤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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