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여행이 떠난' 시대 항공사 생존법 [thebell note]

유수진 기자공개 2020-10-16 11:10:51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5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쥐죽은 듯 조용하던 국내 항공업계가 모처럼 시끌벅적해졌다. 원인은 다름 아닌 '기내 면세품 판매'다. 국제선 운항이 뚝 끊겨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면세품 판매로 부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시작은 '관광비행'이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으니 비행기 타는 기분이라도 내보라는 취지에서 목적지 없이 상공을 한 바퀴 돌아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관광상품이 출시됐다. 공항에 와서 비행기를 2시간 가량 타고 내리는 게 일정의 전부다. 그래도 나름 기내식을 챙겨주고 마일리지도 쌓아준다.

처음 아시아나항공이 상품을 내놓았을 때 '도대체 누가 탈까' 싶었는데 반나절 만에 '완판'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미주나 유럽에 갈 때만 탈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 A380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인기를 끌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에 목마른 소비자의 니즈를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때다 싶었는지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득달같이 비슷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호기심에 기반한 관광비행은 단기처방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항덕(항공기 덕후)'들이 많다고 해도 기껏해야 한두 번이지 그 이상 탑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항공사 입장에선 고정적인 수요를 확보해 관광비행을 지속할 유인이 필요했다. 그 미끼가 바로 면세품이다.

해외여행 기분을 비행으로만 내지 않고 면세품 쇼핑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이 경우 면세품 구매가 주목적인 고객들까지 관광비행 수요로 흡수할 수 있다. 항공사들은 항공권 판매에 더해 면세품 매출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문제는 관광비행 중 면세품 판매가 국내 최초다보니 관세청과 국토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승객이 면세점을 이용하려면 국제선 운항편에 탑승하고 여권을 소지한 채 출국심사도 거쳐야 한다. 일단 지금은 타국 영공에 잠시 진입했다 돌아오는 방식을 출국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타들어가는 항공사들의 마음과 달리 논의 진전은 더딘 상태다.

항공사들은 누구보다도 크게 코로나 피해를 입고도 국가차원의 방역에 적극 협조해왔다. 입국자에 대한 2주 자가격리 조치가 영업활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지만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기에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대신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는 걸 택했다.

유튜브에서 1000만명 이상이 보고 공감한 아시아나항공의 '여행이 떠났다'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모든 여행의 마지막은 제자리로 돌아왔듯이 우릴 떠난 여행도, 일상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때 함께 날기 위해선 항공사들의 생존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에서 적극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