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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모험자본 마중물, 왜 ‘공공의 적’이 됐나①기업조달수단+투자상품 '윈윈'...일부 회사 일탈로 누적된 리스크 한꺼번에 표출

김시목 기자공개 2020-11-02 13:07:39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2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불과 얼마 전까지 사모펀드에 붙여진 수식어였다. 운용사와 판매사, 투자자는 물론 기업까지 ‘윈윈’하는 상품으로 각광받으며 사모펀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당국도 규제완화 기류로 화답했다. 투자 대상은 채권, 주식 등에서 인프라, 메자닌 등 대체자산으로 외연이 확장됐고 구조나 전략도 진화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사모펀드 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굵직한 대형 판매사가 내 건 상품도 외면받는다. 연일 환매연기 펀드가 속출하고 있고 정치권까지 연계된 뉴스가 쏟아지면서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 운용사, 그리고 전체 사모펀드 시장이 생사 기로에 놓였다.

상품 구조와 전략 고도화를 악용한 소수의 비윤리적 집단의 행보가 결정타를 날렸다. 여기에 일부 시장 참가자들의 과욕과 무리수, 안일함도 리스크를 키워 왔다. 수익 확장에 대한 과다 경쟁으로 잠재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었던 셈이다.

◇ 플레이어 윈윈, 다양한 상품 구조·기법 등 급속 팽창

국내 사모펀드, 특히 헤지펀드 시장은 2015년 사모펀드 제도개편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기점으로 탄력을 받았다. 일반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일원화하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었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진입 허들을 낮추면서 외형은 급속도로 커졌다.


당시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3인 이상 인력, 가입한도 1억원 등의 제도 완화 효과는 확실했다. 자산운용사는 2014년말 87개사에서 2020년 6월 기준 310개사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 추산 사모펀드 시장 역시 2015년말 200조원에서 올해 6월 423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가운데 전문사모운용사 시장은 같은 기간 34조원에서 145조원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규제완화 이전부터 자체 상품성과 매력도는 모두가 공감했다. 기업 입장에선 자금조달 루트가 새롭게 확보됐고 운용사와 판매사는 매개자 역할을 맡아 적잖은 수익을 취했다. 공모 상품, 직접 투자를 제외하면 투자상품을 찾던 투자자들 입장에선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상품은 상당한 매력이었다. 당연히 타 상품 대비 높은 수익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갈수록 상품들은 다양화하고 운용 구조 및 전략은 고도화하기 시작했다. 역으로 보면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공개가 상당히 심화한 셈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 자산을 넘어 메자닌(Mezzanine), 인프라 등 국내외 대체투자상품들도 라인업을 가득 채웠다. 사모펀드 열풍은 육류담보펀드 등 '신박한' 상품 등장으로 이어졌다.


증권사들은 판매 외에도 총수익스와프(TRS) 비즈니스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미리 약정된 수수료를 챙기고 운용사는 투자자산에서 나오는 이익을 확보했다. 운용사는 적은 돈으로도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익이 나면 그만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사모펀드 시장에 TRS 기반 응용상품이 많아진 계기였다.

시장 관계자는 “플레이어들이 윈윈할 수 있는 틈새 시장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기대대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적어도 외형상 양적 발전에 기반해 운용, 전략 등 질적 제고도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어디까지나 시장이 모두가 예외없이 선의의 운용과 판매 등 각각 역할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믿음이 전제한 관점”이라고 덧붙였다.

◇ 사기·부실 등 핵심, 과욕·안일함 '팽배'..."사모펀드 필요성 공감, 옥석가려야"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성장하던 대형 사모 운용사들은 물론 중소형사까지도 환매연기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과 우려도 급격히 높아졌다. 비단 한 두 곳 운용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면 위로 불거진 곳은 이미 약속된 운용 계약을 위반하거나 아예 사기 행각을 벌인 곳 등 우려 그 이상이다.


시발점은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다. 올해는 최근 사기 행각으로 탄로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이 싸늘하게 식은 시장에 대못을 박았다. 오히려 다수의 국내외 무역금융펀드나 주식연계 담보대출 등 자산 부실과 상관없는 상품들의 경우에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환매가 중단되긴 했지만 추후 환매가 이뤄지는 등 상황은 나았다.

현 사모펀드 시장을 '미운 오리', '공공의 적'으로 전락시킨 발단이 비윤리적 플레이어들의 도덕적 해이였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유무형의 손실을 본 고객이나 다른 펀드 투자자들 입장에서 자금회수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 여파로 대다수 중소형사까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사기와 부실 운용을 펼친 곳처럼 도매금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억울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라도 시장이 커지면서 동반된 과욕과 무리수 역시 화를 키운 단초였다. 운용사와 판매사 수익 창출은 극단화되고 있었다. 온전히 검증되지 않았거나 부족한 상품에 대해서도 수익이 높다는 이유로 개방했다. 금융당국, 사무관리사, 수탁사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안일함으로 화를 키웠다.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유례없을 정도로 한파를 겪고 있다. 뒷배경이나 자본력을 갖춘 곳들은 그나마 낫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운용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다수 플레이어들은 힘들지만 결국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자위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운용업계 안에서도 비상식적, 비정상적 무리수들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 전반에서는 위기의 사모펀드 시장이지만 여전히 상품 매력도에 더한 순기능을 감안하면 매력이 넘치는 영역으로 평가한다. 6개월 혹은 1년 동안 침체기가 불가피하겠지만 기간 동안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살려야 할 부분은 제대로 살리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제2 도약기를 맞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반응이 절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손실이 나는 경우는 충분히 있다”며 “시장에서 평가받고 고객들이 경쟁력이 없으면 문을 닫는게 순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이 상황은 사기 사고가 사모펀드 시장 전체를 도매금 취급받는 일인 만큼 분명히 구분해서 시장을 살려야 한다”며 “사모펀드 경쟁력과 필요성엔 모두의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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