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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디테일 없는' 개선안, 공멸을 부르다②'개선안' 탈 쓴 전방위 규제안…업계 "핀셋 규제 절실" 호소

허인혜 기자공개 2020-11-02 13:08:07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14: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개선안은 양질의 펀드를 걸러내기보다 신규펀드 설정 자체를 줄이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때문에 펀드의 싹을 잘라 펀드 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방향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개선안이 아니라 고사전략인 셈이다.

모호한 기준도 문제다. 감독당국이 정확히 꼭 집어 무엇이 문제라는 방식이 아니라 두루뭉술하게 시장을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부통제 규제 위반'을 근거로 한 임직원 징계다. 대형 펀드사고를 부르는 펀드 시장의 구조적인 결함, 즉 OEM펀드(주문자상표부착방식)나 시리즈펀드 등을 핀셋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개선안' 탈 쓴 제재안…관리강화 '과업무' 볼멘소리

금융당국이 내놓은 개선안은, 개선이 아니라 규제안이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 관련 행정지도'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 등을 발표했다. 사모펀드 관리감독 책임을 높이고 사모펀드 판매 창구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제3자 감독체계를 구축해야하는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 관련 행정지도는 사모펀드와 관련된 모든 금융사가 펀드의 설정부터 운용 과정 전반을 살피라는 의무를 부과했다. 판매사는 운용사가 투자설명 자료대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펀드 판매 후에도 사모펀드가 기존 자료대로 운용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신탁사(수탁사, 전담중개계약을 체결한 경우 PBS)도 매월 1회 이상 별도로 사모펀드를 점검해야 한다. 여기에 각 금융사 대표이사의 최종 검수 항목을 포함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키웠다.


금융투자업계는 사모펀드 상호감시 행정명령에 따른 업무 피로도를 호소했다. 펀드마다 엑셀 파일을 하나씩 모두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행정 명령 직후부터는 모든 업무적 역량을 사모펀드 감시와 파일을 제작하는 데 할애했다"며"감독당국이 해야할 일을 일선 금융사들이 도맡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지나치게 자율성이 높은 상황은 경계한다"면서도 "다만 펀드 설정마다 판매사와 사무관리사, 수탁사가 모두 책임을 진다고 하니 신규 펀드 설정은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도 판매 제한에 가깝다. 우선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가 제한되고,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할 때에는 녹취의무와 숙려기간 등이 부여된다. 일반 투자자 요건이 강화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는 앞으로 3억원 이상, 레버리지 200% 이상일 때는 5억원 이상을 편입해야 한다. 규제는 모험자본이라는 사모펀드의 본질적 특성보다 금융당국의 기조인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데에 더 초점을 뒀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관련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지 얼마 안돼 초강도의 규제에 나서는 등 스스로 리스크를 키운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낮추고 5년이 지나자 대형 환매중단 펀드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최근 환매중단 사고를 부른 펀드는 모두 2015년 규제완화 이후 설정된 펀드다.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활성화가 필요한 부분만 물꼬를 트기보다 전체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일반투자자의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낮췄다. 자산운용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도 60억원에서 10억원으로 6분의1 토막이 났다. 2인 이상의 인력이면 사업 등록이 가능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대형 펀드사고가 이어진 배경과 전방위적인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모호한 징계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당국의 주된 제재 근거는 내부통제 부실이다. 내부통제 규정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를 법적 배경으로 삼는다. 금융사 대표 등 관리자가 창구에서 부실한 펀드가 판매되는 동안 감독에 소홀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징계 사유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이 전현직 CEO 대상의 징계 최종 조치서를 받은 상태다.

◇"OEM·시리즈 잡고 패밀리오피스 풀어줘야…'핀셋 규제' 절실"

자산운용업계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OEM펀드(주문자상표부착식)와 시리즈펀드(펀드 쪼개기) 등 대형 펀드 사고를 야기하는 상품 규제를 현행보다 구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OEM펀드의 기준점이 더욱 명확해져야 한다고 답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OEM펀드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판매사들도 OEM펀드의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제재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해 진다.

시리즈펀드도 마찬가지다. 사모펀드의 모집 인원은 49인으로 한정돼 있다. 단순히 계산하면 한 펀드 사고에 자금이 묶인 투자자는 49인뿐이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사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한 투자자와 환매 중단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인은 펀드 쪼개팔기다. 자본시장법상 시리즈펀드 설정은 금지돼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리즈펀드가 공공연히 퍼져있다. 펀드 쪼개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시리즈펀드 규제가 '동일증권'을 편입한 펀드를 분할했을 때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편입자산이 99% 일치하더라도 1%가 다르거나 투자 비율, 기간을 바꾸면 시리즈펀드가 아니었다.


금융당국도 늦깎이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발표한 개선방안 중 하나로 OEM펀드 판매사 제재 근거를 신설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8조 제5항 제13의7로 '운용사와의 이면계액 등에 따라 그 증권사로부터 명령과 지시, 요청 등을 하는 행위'다. 세부 규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OEM펀드 규제 세부방안이 공개되면 회피 가능성이 높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OEM펀드 판매사 제재가 단순히 법망에 포함된 정도로는 OEM펀드를 잡기 어렵다고 본다.

최근 금감원은 법제처에 '펀드 쪼개팔기' 규제 법안의 심사를 요청했다. 동일 증권에 대한 판단 기준을 보다 정확하게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법령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보다 정확한 정도의 가이드라인으로는 시리즈펀드 편법을 피할 수 없다. 펀드 사고가 이미 터져나온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개선 방안으로 패밀리오피스 육성을 요구했다. 전문투자자,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명확하게 구별해 전문 투자시장을 육성해야 싱가포르와 홍콩 등 금융선진국의 선례를 따를 수 있게 된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전체 시장을 누르는 대신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구분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펀드 사고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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