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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압박·규제가 능사?...자생력 유도도 필요하다③고객이탈에 '성장통' 진행중 '뒷북 통제'…생태계 조성, 사후감독 기능 요구

김시목 기자공개 2020-11-02 13:08:24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15: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월초, 정무위 소속 한 국회의원은 사모펀드 투자자 보호 및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놨다. '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에 솔깃할 법도 했지만 운용사나 판매사, 수탁사 등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부는 관심조차 없거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법률안 등이 그만큼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이란 방증이었다.

정치권 및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일방향 압박과 규제에 시장 참가자들의 피로감은 물론 거부감이 상당하다. 사모펀드 정상화 액션보다 일단 문제가 되는 부분을 옥죄어 팔을 비트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시장 확대에 한 목소리를 내던 금융당국의 ‘돌변’만 봐도 압박·규제의 취지와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기 충분했다.

업계 요구는 명확하다. 자생력을 복돋울 인프라와 토양 조성이다. 물론 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전 가이드와 사후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뒷북 개입’에 가까운 압박보다 유사 시 작동할 생태계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국의 규제 일변 계도로는 출중하고 창의적 운용사 및 상품, 전략 등의 탄생을 막는 시장 퇴보가 수순이란 평가다.

◇ ‘압박에 압박’, 실효성 의구심

지난해 라임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수 차례 사모펀드 시장 개선을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 참가들의 펀드 관리감독 책임을 높이고 사모펀드 판매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개선안이 발표될 때마다 운용사 등 시장 참가자들의 한숨은 커졌다. 현장 목소리를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전달했지만 결과물들은 기대를 외면했다.

목소리와 별개로 사건이 계속 터지면서 규제는 거듭 누적됐다. 문제가 터지면 그곳을 막고, 다시 다른 곳에 이슈가 있으면 다시 틀어막는 방식이었다. 쏟아진 규제안과 올해 정치권에서 나온 법안 역시 기본 정체성이 동일하다. 당근은 없이 채찍만 들고 사모펀드 시장을 계도하는 동시에 모든 책임과 과오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을 썼다.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미 가라앉은 사모펀드 시장에서 규제에 규제, 압박에 압박 등이 과연 얼마나 시장을 위한 것일지에 대한 의문이다. 시장을 살리기보다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거나 의아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싹이 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1,2년 뒤 시장 정상화 후 지금의 행보는 실익이 가늠된다.

사실 해외금리 연계형 DLF, 라임자산운용 이슈를 시작으로 올해 초 알펜루트운용 등이 터지면서 이미 사모펀드 시장은 '알아서'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규제나 압박 전 이미 펀드 고객들이 ‘더는 믿지 못하겠다’는 심정으로 자금을 대거 뺐다. 만기가 남은 상품은 조금더 인내를 가미해 돈을 회수했다. 누구의 개입도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운용사들은 고객 자금이 이탈하면서 자연스럽게 위기에 처했다. 모든 책임과 과오를 뒤집어 쓴 판매사의 경우 은행권에서는 아예 상품을 내렸고, 증권사들은 라인업을 안전상품 위주로 최소화했다. 수탁사나 사무관리사 역시 화살이 돌아가면서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정부 개입 이전부터 손실을 본 고객들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흐름들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에서 내놓은 규제안이나 법안 등에 더욱 관심이 안가는 것은 그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이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선 침체가 시작됐는데 뒤늦게 발목을 비틀면서 더욱 어려워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행보가 이해는 가지만 타이밍이나 실효성 등에선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당국 책임 회피?...생태계 조성 '한 목소리'

업계에서는 무한 팽창한 사모펀드 시장의 사고는 한편으론 수순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5조원에서 단기에 30조원으로 덩치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수반되는 리스크 확대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무 문제없이 시장이 크게 성장만 한다는 것 자체가 '유토피아'에 가까웠다. 아프지만 경험하고 극복해야 할 성장통으로 인식됐다.

문제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의 조사를 통해 책임과 과오에 대한 명백한 시비는 가려야 하겠지만 이를 넘어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명목 하에 규제와 개선에 집중하는 것은 별반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2~3년 뒤 사기를 작정한 운용사들의 행각이 벌어지거나 과열 경쟁에 따라 문제 상품이 팔린다면 또 똑같이 같은 카드를 활용할지 의문이다.

특히 당국의 잇단 압박 카드는 그간의 정책 스탠스와 실패를 자인하는 모습이었다. 5년 전 사모펀드 문턱을 대거 낮추는 등 일조한 곳은 금융당국이다. 자체의 시시비비를 떠나 완화는 당국의 선택이었다. 문제가 생기자 다시 문턱을 높이는 게 시장 발전에 무익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이 당국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지점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주고 안에서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사 등이 경쟁력과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요구한다. 위법과 탈법한 행위를 저지른 곳에 대해서는 개입해 응당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도태되거나 문을 닫는 곳은 시장의 수순이다. 문턱만 높여서 진입을 막는 것 자체는 오히려 역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가령 '손실차등형 펀드'는 운용사가 자생력을 발휘한 대표적 사례다. 고유자금 투입을 통한 책임운용 확장은 환매 중단과 사기 사고가 터지면서 등을 돌린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일부는 손실 발생 시 운용사가 보전해주는 이 구조는 대형사는 물론 운용사들도 상품화하면서 고객 이탈도 잡고 새로운 생존 방식을 보여줬다.

현재의 과도한 규제와 압박은 결국 시장의 질적 발전 역시 가로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상품 운용과 전략 면에서 다양화가 진행돼 왔지만 운용사는 물론 판매사와 수탁사 등의 엄격한 규제는 결국 신규 상품과 운용사의 기반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5년간 외쳐온 금융시장 선진화가 아닌 결국 퇴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벤트 발생 시 사모펀드 시장 내 자생 작용이 일어나 생태계가 복원되게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금융당국의 몫이라고 입을 모은다. 압박과 규제 일변의 계도 방식은 침체를 겪는 현 사모펀드 시장의 임시방편으로는 잠시 유효할 수 있지만 시장이 정상화됐을 경우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고객을 비롯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등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을 내리는 주체들이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없이도 돌아간다”며 “물론 금융당국 내 가이드와 건강한 시장, 위법 참가자 제재 등 책무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압박과 규제 일변의 방식은 사모펀드 시장 침체의 주범 중 하나로 회피성 행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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