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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기폭제된 시리즈펀드, 해묵은 '49인 규제' 현실화해야⑤시리즈펀드로 투자자·금액 증폭...공공연한 불법, 현실적인 대안 필요

허인혜 기자공개 2020-11-02 13:31:09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9일 14: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과 파생결합상품(DLF) 등 대규모 환매중단 펀드의 투자금액이 커진 원인은 '시리즈펀드'다. 원칙대로라면 투자자 49인에 그쳤어야 하지만 사모펀드를 쪼개 파는 시리즈펀드라는 편법 탓에 투자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문제 펀드들이 시리즈펀드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리즈펀드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시리즈펀드가 난립한 근본적인 배경은 20년 넘게 바뀌지 않은 사모펀드 투자자 인원제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의 사모펀드에 최대 49인의 투자자만 모을 수 있다보니 규제 회피를 위한 시리즈펀드가 불가피한 선택이 된 셈이다.

사모펀드 투자자를 49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1999년 사모펀드가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할 때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바뀌지 않았다.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20년간 발전하는 동안에도 사모펀드 투자자 인원제한은 재논의되지 못했다. 사모펀드 투자인원 제한을 현실적으로 완화해야 음지의 시리즈펀드가 양지에서 관리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0년째 '49인'…투자인원 완화 법안 무산돼

49인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시리즈펀드는 업계의 긴 관행이다. 시리즈펀드란 사실상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투자 기간이나 비율 등만 소폭 변경해 여러개의 사모펀드에 시리즈처럼 나누는 것이다. 하나의 사모펀드에 50인 이상이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회피 용도의 편법이 굳어졌다. 시리즈펀드가 편법적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시리즈펀드를 설정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협소한 투자자 인원제한 때문이라는 지적은 오래됐다.

사모펀드 49인 제재의 시발점은 1999년이다. 국내 처음으로 사모펀드가 시장에 도입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1999년 10월 우선 100인 이하 투자자를 허가하는 공사채형 사모펀드를 허용했다. 이듬해 주식형 사모펀드도 도입하며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문이 열렸다. 투자신탁업법에는 사모펀드 투자인원을 100인 이하로, 증권투자회사법에서는 사모펀드 투자인원을 50명 이하로 제한했다. 자연히 증권투자회사법에 맞춰 50인 이하의 인원을 모집하게 됐다.

당시 정부는 사모펀드가 첫 발을 뗀 만큼 인원제한 규제를 쉽게 풀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여타 금융상품의 규제가 안정기를 겪으며 점차 완화되는 것처럼 사모펀드도 처음에는 강한 규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답변이다. 국내 사모펀드 도입이 20년을 넘기며 투자자 인원 제한도 재논의된 바 있다. 투자자 인원 제한을 현실화해 시리즈펀드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2018년 한 차례 사모펀드 투자자를 확대하는 법안이 추진되다 무산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사모펀드 투자인원을 49인에서 99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유동자금이 부동산 등의 투자처에만 몰린다는 분석에 따랐다. 이미 49인 제한 해지에 대한 필요성을 금융당국과 업계가 모두 공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가 6개월 동안 단 한차례 열리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모 인원제한 규제, 현실화 필요성…금융 선진국 '100인' 등 참고해야

49인 투자자 제한은 도입 초기부터 '자투리 펀드'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를 업계에서는 통상 자투리 펀드로 부른다. 자투리 펀드 현상은 최근 더 심화됐다.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추면서다. 모든 투자자가 최소금액만 들고 투자한다면 49억이 한 펀드의 최대 설정액이 되는 셈이다.

공모펀드 운용이 불가능한 헤지펀드 운용사로서는 시리즈펀드가 아니라면 같은 구조의 펀드를 한 번밖에 굴리지 못한다. 우량 펀드를 단발적으로만 활용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사모펀드 1만5018개 중 수탁고가 100억원 이하인 펀드가 8605개로 전체의 57.3%에 달했다. 50억원이 채 되지 않는 펀드가 6108개로 40.3%다. 10억원이 되지 않는 펀드도 14.3%나 됐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와 판매사의 도덕적 해이도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판매사와 운용사의 여전한 갑을관계도 시리즈펀드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펀드와 운명 공동체인 시리즈펀드를 자산운용사가 쉽게 거절하기는 어렵다. 사모펀드 투자자 제한이 현실화된다면 판매사와 자산운용사의 편법 펀드 쪼개기도 일부 예방할 수 있다.

때문에 불가피한 시리즈펀드 제작과 운용사·판매사의 모럴 헤저드 등 시리즈펀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투자인원 제한을 재논의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빗장을 풀어주면 암암리에 이뤄지는 시리즈펀드가 양지로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외 수준의 인원 제한 해지라도 감지덕지라고 말한다.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사모펀드 투자자의 수를 100인으로 규정했다. 재간접 펀드의 투자자 역시 자펀드 투자자를 1:1로 계산하지 않고, 자펀드 하나당 하나의 투자자로 환산해 가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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