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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불명확한' 시리즈펀드 정의, 처벌규정도 '두루뭉술'⑥공모회피방지법, 단일사례로 법 제정…펀드 출시전 위법여부 판단 어려워

허인혜 기자공개 2020-11-04 12:58:21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2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리즈펀드를 처벌하는 법적 조항인 '공모회피방지법(일명 미래에셋방지법)'이 다양한 사례에 적용하기 어렵고 제재 사유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법 이름 자체에서 유추되듯 특정 금융사를 처벌한 선례를 법안으로 만들다보니 그외 다양한 금융사의 사례에 적용하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리즈펀드의 기본 전제인 동일 기초자산을 판가름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시리즈펀드 사건사고가 터지고 난 후, 이현령비현령 식의 처벌이 이뤄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모회피방지법에도 시리즈펀드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않아 금융사들이 펀드 출시 초기부터 해당 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시리즈펀드를 정의하는 첫걸음부터 명확히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리즈펀드 공모회피방지법 '모호하다' 지적…개정안도 '아리송'

시리즈펀드를 처벌하는 법적근거는 2018년 제정된 공모회피방지법(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이다. 공모회피방지법은 '자금조달 계획의 동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둘 이상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가 사실상 동일한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하나의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로 본다'고 명시했다.

'종합적인 고려'라는 표현 때문에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같은 기초자산 판별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공모회피방지법상 △동일한 자금조달 계획에 따른 것인지 △발행(매도)의 시기가 6개월내로 서로 근접한 것인지 △발행(매도)되는 증권이 같은 종류의 증권인지 △발행인(매도인)이 수취하는 대가가 같은 종류의 것인지 등을 기준으로 동일 증권 여부를 판단한다.

금융당국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개선안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증권 종류의 동일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항목을 첨부했다.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모회피방지법이 하나의 사안에서 촉발된 법안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례는 적은 반면 시리즈펀드라고 지적할 만한 사례는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공모회피방지법은 미래에셋대우가 2017년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면서 편법적으로 500여명의 투자자를 모았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5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SPC 1곳당 사모 방식으로는 최대 인원인 49명 이하의 투자자를 모집, 서류상 15개의 법인이 투자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500명 이상의 투자자를 유치했다.

문제는 미래에셋대우의 사례와 똑같지 않은 시리즈펀드 의심 건들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사례는 베트남 빌딩 '랜드마크72' 유동화증권이라는 명확한 동일 증권, 투자금 유치라는 목표가 맞물려 있었다. 라임운용과 옵티머스운용은 시리즈펀드 내에서 일부 자산을 교차 투자하거나 비중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시리즈펀드이기도, 아니기도 한 펀드를 양산했다. 반대로 한 자산운용사에서 분산투자를 위해 유사 포트폴리오의 펀드를 다수 운용하거나, 우량 포트폴리오를 재활용하는 불가피한 사례도 시리즈펀드로 오해를 살 수 있다.

◇"펀드 판 뒤 위법여부 판별 불합리…사전 유권해석 해야"

자산운용업계는 사전 유권해석 없이 사후 징계방식으로 이뤄지는 시리즈펀드 단속이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출시 전 위법여부를 판단하지 못한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운다.

금융당국이 법안 시행 시기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모호함을 줄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금융당국은 2018년 5월 공모회피방방지법을 공표하는 한편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발송했다. 증권의 발행과 매도가 같은 자금조달 계획으로 이뤄졌는지, 발행과 매도 시기가 6개월 이내로 서로 가까운지, 발행·매도증권이 동일한 종류인지, 발행·매도로 발행인이나 매도인이 얻는 대가가 같은 종류인지로 시리즈펀드 여부를 판별한다는 안내였다. 사실상 법령과 똑같은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을 받고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재차 지침을 요구할 만큼 정확하지 않은 설명이었다고 자산운용업계는 설명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기초자산만 같으면 시리즈펀드인지, 뉴딜펀드 등 포트폴리오가 정해진 펀드는 어떻게 판별할지에 대한 문의를 한 뒤 '상식적인 판단을 하겠다'는 아리송한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펀드를 건별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유권해석이나 점검 대신 사후 관리 방식을 택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시리즈펀드를 사전에 정의하면 규제만 피한 또 다른 편법 펀드가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설정 펀드마다 시리즈펀드 유무를 판단하겠다는 당국의 해결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반응했다.

펀드 사고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시리즈펀드 법령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꿨다. 금융당국은 시리즈펀드 처벌 기준인 동일 기초자산 판단 기준을 '종합적'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보다 구체적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달 법제처에 심사를 문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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