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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채운' 엘오티베큠, CB 콜옵션 카드 만지작 삼성전자 유상증자 참여 계기, 오흥식 회장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듯

조영갑 기자공개 2020-11-09 08:18:19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16: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은 '엘오티베큠'이 전환사채(CB) 매도청구권(콜옵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발행한 2회차 CB다. 곳간을 두둑하게 채운 상황에서 최대 40% 콜옵션 행사를 통해 오버행 부담을 줄이고, 오흥식 회장의 지배력까지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공정용 건식진공펌프 제조업체 엘오티베큠은 지난 2일 127만주 가량의 신주를 발행해 19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3자배정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는 삼성전자가 전량 인수했다. 보호예수는 1년이다.

삼성전자는 9%가량의 지분을 확보해 오 회장(27.93%)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엘오티베큠은 "삼성전자 공정 라인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연구개발을 통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 유치로 엘오티베큠이 하이엔드급 건식진공펌프에 대한 연구개발(R&D)과 함께 다양한 재무적 옵션을 택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우선 메자닌 형태가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 유치로 부채 부담 없이 자본 확충 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미 유동자산의 절반가량이 현금성 자산(467억원)인 상황에서 추가로 190억원의 현금이 유입, 유동비율이 대폭 상승했다.

곳간이 두둑해진 엘오티베큠의 눈은 지난해 발행한 2회차 CB에 쏠리고 있다. 엘오티베큠은 지난해 5월 200억원 규모 CB 180만주를 발행했다. 총주식 수의 12%에 달하는 물량이다. 엘오티베큠은 2017년 100억원 규모 1회차 CB를 발행했으나 최근 보통주 전환을 완료해 남은 물량은 없다.

2회차 CB는 최근 30억원가량 전환됐고, 현재 170억원가량 남은 상황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리픽싱을 거쳐 발행가액은 주당 1만1113원에서 8724원으로 조정됐다. 30억원가량 보통주로 전환됐지만 리픽싱으로 인해 전환가능 주식 수는 195만주가량에 달해 오히려 증가했다. 최근 엘오티베큠 주가가 1만6000원 수준으로 급등, 발행가액 대비 두 배에 육박하자 보통주 전환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회차 CB가 주가 흐름에 따라 보통주로 대거 전환되면 오너인 오 회장 입장에서 오버행으로 인한 지분율 희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127만주를 비롯해 보통주로 전환된 1회차와 2회차 CB 92만주가량을 더하면 현재 엘오티베큠의 총주식 수는 1350만주가량 된다. 여기에 추가로 195만주가 쏟아져 나올 경우 1545만주로 늘어난다. 오버행이 가시화되면 오흥식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27.93%에서 24%선으로 하락한다.


이와 관련해 엘오티베큠은 안전판을 마련해 놨다. 2회차 CB 발행 조건으로 물량의 40%(80억원)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했다. 리픽싱된 발행가 기준으로 92만주 수준이다. 지분율은 6.5%가량 된다. 또 콜옵션 물량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3자가 취득할 수 있게 했다. 행사 기간은 지난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다.

업계에 따르면 엘오티베큠은 이번 유상증자를 기점으로 콜옵션 행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풍부한 회사 유동성을 바탕으로 CB를 매입해 소각할지, 오 회장이 인수해 지분율을 높일지 등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전언이다. 엘오티베큠 관계자는 "2차 CB의 물량이 많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콜옵션 행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20%대에 머물러 있는 지분율을 고려하면 오 회장이 직접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보호예수기간(1년) 종료 후에 엑시트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오버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오너십을 강화해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엘오티베큠 관계자는 "(삼성전자 유상증자 참여로) 오 회장의 지분율도 하락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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