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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보여준 '소통의 힘' thebell note

김슬기 기자공개 2020-11-06 07:20:59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5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깜짝 등장이었다. SK하이닉스 2020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IR)에 이석희 대표가 나타났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IR을 주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IR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IR 담당임원, 각 사업부장들이 나와 실적에 대해 주주들과 공유한다. 그는 지난달 발표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대해 소통해야 한다고 봤다.

시장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인수가액이 비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90억달러로 인텔 낸드사업부의 순자산인 37억달러 대비 2.4배 컸다. 웃돈으로 5조원 이상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2012년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썼던 돈이 3조4000억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베팅이다.

이 때문에 그는 기관투자자들의 질문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번 인수에서 얻을 수 있는 무형의 가치는 무엇인지, 대규모 자금조달 방법은 무엇인지, 그 중 키옥시아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 다소 까다롭고 민감한 내용이었다. 그는 질문내용을 파악한 뒤 "좋은 질문 감사드린다"는 말로 차분히 답변을 시작했다. 14개 질문 중 절반 이상을 대표가 소화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 강화를 위해 애써왔다. 2012년 6월 스토리지 컨트롤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 업체인 LAMD를 인수했다. 2017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인수전에도 가세해 플래시 메모리 업계 재편의 키플레이어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사업구조상 D램의 매출 비중은 70% 이상이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매출은 늘고 있지만 2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D램에서 돈을 벌어 낸드플래시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 결국 마지막 카드로 꺼낸 게 인텔 사업부 인수다. 인텔은 자체 컨트롤러 기술과 기업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IR을 마치며 "2019년 대표이사로 처음 취임했을 때 기업가치 100조원을 달성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고 했다. 시장과의 소통 때문이었을까. 4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는 8만3200원까지 회복했다. 당일에만 2.21%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0.6% 올랐다. 인텔 인수 발표 전날 8만6700원이었던 주가는 발표 후 하락세를 보이며 7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졌었다.

타인의 위기는 또 다른 이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SK하이닉스는 경쟁업체의 위기를 먹고 자랐다. 키옥시아 지분 인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도 경쟁의 산물이었다. 지금 던진 승부수가 성공일지 실패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한 SK하이닉스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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