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김화진칼럼]엘리엇의 페르노리카 공격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11-09 08:12:42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9일 08: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랑스는 2014년에 상장회사의 주주가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주당 2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법률(Florange Act)을 제정했다. 단, 회사는 정관으로 이 제도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즉, 주주총회에서 2/3 특별결의가 있으면 된다. 보유 기간의 기산일은 2014년 4월 1일이다. 따라서 다수의 프랑스 기업에서는 2016년 3월 31일부터 많은 주주가 주당 2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가족경영기업들은 용이하게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기업들이 이를 환영한 것은 아니다. 기관주주들은 오너뿐 아니라 정부의 민간에 대한 영향력이 배가 될 것임을 우려했다. 이 법 이전에도 일부 프랑스 대기업들은 이미 복수의결권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이 법이 복수의결권을 사실상 강제하게 된 것이다. 로레알, 르노, 비방디 등 다수 기업들은 1주1의결권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했다. 빈치의 경우 주총에서 99.3%가 정관개정에 찬성했다.

그러나 2018년 11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파리에 본부를 둔 글로벌 2대 주류회사 페르노리카(Pernod Ricard)의 2.5% 주주로 등장하면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회사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페르노리카는 1797년 스위스에서 창업했던 페르노와 1932년 마르세이유에서 창업했던 리카가 1975년에 합병한 회사다. 앱솔루트 보드카,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다. 2018년 기준 매출은 약 90억 유로이고 종업원 수는 약 19,000명 이다. 전형적인 가족경영기업인 페르노리카는 새 법률 덕분에 리카패밀리가 14.2%의 지분으로 20.11%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이 안정적인 회사로 여겨졌었다. 페르노리카 정관은 1986년 5월 12일 이후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은 주당 2개라고 규정한다.

대형 상장회사의 경우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분이란 있을 수 없다. 기관투자자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페르노리카도 기관들이 다수 지분과 의결권을 보유한다. 복수의결권주식이 허용되는 경우 패밀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완전한 안전장치는 아니다. 더구나 헤지펀드가 회사 경영에 개입해서 주주들의 이익을 제고하라고 요청하는 경우 그것이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나 헤지펀드 측 후보의 이사회 진출을 수단으로 하지 않는 한 기관들이 헤지펀드에 동조할 가능성도 높다.

엘리엇은 페르노리카의 영업이익율이 경쟁사 디아지오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자산 일부 매각과 비용 절감을 통해 그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와인 사업과 실적이 나쁜 브랜드를 매각하고 다른 회사와의 합병도 검토할 것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엘리엇이 제안하는 바와 같은 전략은 회사도 이미 검토해 왔으며 향후 엘리엇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단기투자자보다는 경영진 측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일부 기관들도 장기적 기업가치와 지속가능 경영을 표방하는 회사측에 동조했다.

엘리엇은 회사의 15인 이사회가 리카패밀리 관련 이사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사회의 구조를 개선할 것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2019년 1월에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하고 장기 재임한 내부이사 한 사람과 그 외 2인이 용퇴하는 동시에 선임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감독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임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다음 달인 2월 회사는 영업이익 제고 방안과 비용 절감 방안을 발표하는 동시에 2020년까지 주주에 대한 배당을 당기순이익의 41%에서 5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엘리엇의 개입 이후 큰 분쟁없이 회사의 실적과 주가, 지배구조가 개선된 것이다. 글로벌 언론은 페르노리카가 엘리엇의 간섭을 맞아 선제적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판정승을 거두었고 엘리엇이 꼭 상대 회사를 거칠게 대할 필요는 없음도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