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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경쟁제한성 부각…기업결합심사 난관 예고국내·미주 안전지대 이탈…조건부 승인 노릴 전망

최익환 기자공개 2020-12-14 08:04:4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0: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심사 허들을 넘을 수 있을까. 각국 공정거래당국이 판단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허핀달-허쉬먼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만으로는 난관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통합은 국내선과 미주노선을 중심으로 경쟁제한성이 부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우에 따라 조건부 승인이 유력한 가운데 국내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위기를 고려해 노선감축 대신 지방공항 운영 활성화와 항공운임 인상 제한 등으로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이 자연스레 공급감축을 요구하고 나설수도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법률자문을 맡고있는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 등은 각국 기업결합신고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온전히 품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국내외 공정거래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한다.

산업은행과 한진그룹 측은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일 "한국시장은 일부 장거리 노선을 제외하고는 독점 이슈가 크게 발생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해외는 한국처럼 시장점유율이 높은 노선 많지 않아 독과점이 크게 이슈가 되진 않을걸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선은 이미 독점시장…화물도 안전지대 벗어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수평적 기업결합에 해당한다. 이 경우 안전지대는 △HHI 1200 미만(경쟁시장) △HHI가 1200이상 2500미만이면서 HHI 증분이 250미만(다소 집중된 시장) △HHI가 2500이상이면서 HHI증분이 150미만(매우 집중된 시장)인 경우다. 증분은 기업결합 전후 상황에서 산출된 HHI의 차로 구한다.

산업은행의 주장대로 항공기의 이착륙 횟수인 슬롯(Slot)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산정하는 것은 기업결합심사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산은과 한진그룹의 주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광동체기(광폭동체 항공기, 일명 대형 여객기)를 이용해 협동체기에 비해 많은 좌석을 공급하면 사실상 슬롯을 기준으로 한 기업결합심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독과점이 불가피한 항공업의 특성을 경쟁당국이 감안하겠지만, 점유율 산정 기준은 좌석 공급 등 실질적인 수치가 될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2019년 전체 국내선 여객 운송실적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총 766만319명을 운송해 23%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인수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9.3%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양사를 합치면 국내선 항공시장의 42.24%를 통합 FSC가 차지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HHI 수치는 기존의 약 1581에서 약 2467 가량으로 약 886 정도 늘어나게 된다. 정량적 판단을 위한 안전지대에서는 벗어날 수밖에 없다.

계열별로 합산할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번 거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역시 한진그룹 계열로 편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선 전체 시장의 약 66.52%를 대한항공과 산하 회사들이 가져가게 되어 안전지대를 크게 벗어난다.

국내선 화물운송의 경우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HHI는 2342에서 4265로 올라 안전지대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계열 LCC가 이번 거래과정에서 동일한 기업으로 합쳐진다는 가정을 하면 국내선 항공화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상태가 된다. 산업은행이 통합 LCC를 별도 법인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이 국내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의 독과점 논란을 조금이나마 피해가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시장도 안전지대 이탈…이미 델타 합산시 사실상 독점

미국에서의 기업결합심사 역시 독과점 이슈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002년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결성 당시 델타항공과의 제휴에 대해 반독점면제(ATI)를 획득한 바 있지만, 하와이안항공 등 경쟁사가 JV 결성 후 독점체제가 강화된다는 것을 이유로 반발해오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번 미국 내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ATI가 재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현재의 점유율만으로도 사실상의 독점체제라는 점이다. 2019년 기준 한-미 여객 운송인원은 총 588만7520명이었다. 대한항공은 이중 296만8303명을 운송해 50.42%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JV를 맺은 델타항공과 괌·사이판에 운항 중인 진에어를 합했을 경우엔 70%에 육박한다. HHI 지수를 따질 것도 없이 경쟁 제한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한미간 화물운송도 현재의 HHI가 2500에 육박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준으로 볼 때 다소 집중된 시장에 해당한다. 화물운송의 경우 대한항공이 42%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미간 장거리 노선 중에서도 미국 시장에 대한 독과점 논란이 여객과 화물을 막론하고 불거지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인수될 경우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여객 73%·화물 60%에 도달한다. 한미간 여객과 화물 운송 시장은 각각 HHI가 5530과 3964에 도달하게 된다. 정량적인 수치만 따져봤을 때에는 경쟁제한성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수치를 넘어설 수 있는 정성적 평가에 집중해야 조건부 승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항공업 특성·재무상황 고려할까…산은 준비부족 지적도

물론 항공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점유율 쏠림 현상은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장거리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를 하나씩만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점한 시장 내 지위가 상당한 점과 여객과 화물 시장에서의 가격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열악한 재무상황을 강조하며 기업결합심사를 사실상 우회하려는 전략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7조2항은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에 대한 기업결합은 심사 예외 대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한 입증은 사업자의 몫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조항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기업결합이 승인되더라도 선택권이 크게 줄어든 소비자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향후 재무상황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공정위가 증명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미 정부 주도의 지원이 일부 진행되는 상황에서 통합하지 않을 경우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기업결합심사의 경우 조건부 승인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자국에서 이미 십수년 전 항공사 간의 합병이 지속되어온 상황에서 경쟁제한성을 해소할 수 있는 가격인상 제한과 일부 노선 감축 등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정부 주도의 항공업 구조조정인 만큼 향후 일본과 이탈리아 등의 항공업 통합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업은행 측은 거래 공식화 이전에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검토를 사실상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향후 승인 과정에서 준비부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내 모 회계법인이 작성한 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파산에 이른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구체적인 산출 방법 등은 기재되지 않았다는 게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정량평가도 있지만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번 기업결합이 경쟁제한성을 크게 올리는 데 이에 대한 대응논리 마련이 사전에 충분했는지 의심이 든다”며 “수치를 뒤집을 수 있는 정량적 요소에 대한 대응이 지금이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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